2월 23일 일기
1 - [러시아 문화생활] #08 / 장난감 병정 (오페라발레극장)
4 - [문화생활] #10 / 스파르타쿠스 (하차투리안)
박물관을 나오니 시간이 마침 5시를 조금 지나고 있다. 공연이 7시니까 저녁을 먹고 가면 딱 맞겠다 싶어서, 검색을 조금 해 봤다. 장갑을 벗고 30초 정도 검색했는데도 손이 시려온다. 러시아의 추위여, 그대는 나에게 빠른 결정을 강요하는데, 내 머리는 그대의 기대보다 느리게 기어가느니. 일식을 먹어볼까 생각했는데, 러시아의 일식집은 여느 서양일식처럼 영 미덥지 못해서, 차라리 피자를 먹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은 대로변에 있는 <도도 피자> (Додо Пицца).
오랜만에 먹는 피자라 조금 토핑이 많이 들어간 걸로, 고급으로 먹어볼까 했지만... 음식처럼 반복적인 지출은 한 번 크게 쓰면 계속 반복될 여지가 있다는 스스로의 준칙 아래, 최대한 아꼈다. 칸트 선생님, 오늘도 저의 소비를 제한하셨군요. 선생님 덕분에 저는 가장 싼 피자를 고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외식답게 가격은 245루블. 4900원. 요즘 한국 피자헛에서도 1인 피자를 그 정도 가격에 판다고 들었는데, 비슷한 크기려나.
페퍼로니에 토마토가 들어간 피자라서 내 맛/건강 기준에는 합격이었다. 25cm에 6조각인데, 나는 식사량에 비해 피자를 많이 먹는 편이라 딱 1인분이었다. (치킨은 2인1닭인데 피자는 1인1판이 가능하다.) 물론, 이날따라 많이 걸어서 배고프기도 했지만.
아직도 캐셔한테 주문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가장 쉬워야 되는 일이 돈 쓰는 일이긴 하지만, 주문을 조금만 복잡하게 하려고 하면 여지없이 소통이 끊긴다. 오늘은 다행히도 메뉴를 충분히 읽고 '페퍼로니와 토마토가 들어간 <프레시> 피자 주세요'만 말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캐셔도 바쁜 와중에 모든 걸 웃으면서 처리하는 베테랑 직원이어서, 조금 못 알아듣는 것도 덕분에 커버되었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를 가면 한번씩 "와, 왜 저렇게 유능한 사람이 여기서 최저시급 받으면서 프론트나 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직원이 있는데, 그런 타입이었다. 러시아가 자본주의화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생각보다 서비스업에서 친절을 많이 느낀다.
전화번호랑 이름을 등록하면 5% 할인해준다길래 기억에서 더듬더듬 수사를 꺼내어 겨우 등록했는데, 영수증은 그대로 찍혔다. 자세히 읽어보니, "도도캐시"로 캐시백을 해 주는 것 같다. 음... 시내를 여러 번 오긴 하겠지만 올 때마다 여기를 오지도 않을 테고, 한 번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외식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러시아이긴 하지만, 군데군데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서민식당들도 많다. 여기도, 딱 패스트푸드점같은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햄버거집에서만 이런 분위기가 나고, 피잣집은 대부분 도미노처럼 고급스럽거나 반대로 59쌀피자 분점처럼 영세한 느낌이 있는데, 서양권에선 그냥 맥도날드랑 비슷한 취급을 받는 것 같다. 아무쪼록, 가끔 제대로된 피자를 먹고 싶을 때, 피자를 먹고 나서 부담없이 공부하거나 글을 쓰고 싶을 때 들르고 싶은 분위기와 맛이다.
참고 - Додо Пицца Новосибирск https://dodopizza.ru/novosibirsk
2월 23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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