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세이,레포트10 “Это код.”와 “Это кот.”의 발음은 같은가? 러시아어 어말 유-무성음의 불완전 중화 본 글은 2024 한국외대 언어연구소 상반기 학술대회에 "코퍼스언어학적 접근으로 바라본 러시아어 어말 유-무성음의 불완전 중화"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기고문을 다듬은 것임을 밝힙니다. 우리가 러시아어를 배울 때 “Это код.”(이것은 코드이다)와 “Это кот.”(이것은 고양이다)은 모두 [ɛtə kot]로 발음하며, 차이가 없다고 교육되고 있습니다. 이를 어말무성음화라고 합니다. 영어와 한국어에 없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지만, 독일어나 러시아어 등 일부 언어에는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정말 두 문장의 발음이 완전히 동일할까요? 불완전 중화에 관한 기존 연구아닙니다. 해당 언어의 화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진정한 무성음’(t로 발음되지만 원래 d임)과 ‘무성음화된 유성음’(원래 t이.. 2024. 6. 16. 러시아어 등급성 형용사의 반의관계 분석 서론 한 언어의 어휘를 이루는 데에 있어 반의어 관계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예컨대, Lee(2013)는 기존 연구에서 반의어로 제시되었던 6개 영어 등급성 형용사 쌍을 분석한 결과 일부 쌍의 경우 공유하는 연어(collocation)가 없거나, 각자의 반의어가 서로의 상위 연어에 산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의적 관계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본 논문에서는 Lee(2013)의 연구에서 그 대상을 러시아어의 등급성 형용사 반의어 쌍으로 변경하여, 각 형용사 쌍의 출현횟수 및 연어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러시아어의 경우에도 주요 등급성 반의어 형용사들에 대해 동일한 결과가 산출되는지, 아니라면 어떤 관계를 보이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을 위하여 이용한 코퍼스는 현존하는 러시아어 코퍼스 가운데 가장 방대.. 2024. 2. 21. 『P세대』: 소련 청년들은 왜 펩시를 사랑했나? (빅토르 펠레빈, 1999) 빅토르 펠레빈의 장편소설 P세대[1]는 1999년 쓰여진 작품으로, 소련 해체 후 방황하는 신러시아의 20-30대 청년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소개 내용은 몽환적이고 모호합니다. 콜라를 든 원숭이 이야기에서 시작한 소설은 이내 청년 바빌렌 타타르스키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광고산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청년인듯 하던 그의 이야기에 버섯과 마약이 합쳐지며 그가 이슈타르 여신의 계획에 이용된 '지상의 남편'이라는 사실로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소설은 '바빌렌'이라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아시아의 신화를 대거 차용하여 진행됩니다. 반면 코카콜라와 컴퓨터로 작업되는 광고업이라는 주인공의 세계, 그리고 마약과 구슬 이야기는 언뜻 보아서는 전혀 서로 관계가 없는 개념들입니다. 그렇지만 펠레빈은 이 .. 2021. 4. 8. 『우리들』 - 같아야만 하는 ‘우리들’에 반대하는 목소리 『우리들』 - 같아야만 하는 ‘우리들’에 반대하는 목소리 E. 자먀찐의 『우리들』을 읽고 쓰는 에세이 * 본 레포트는 학과 및 강의 과제로 제출된 것으로, 작가의 별도 허락이 없는 한 복제 및 무단 전재를 엄격히 금합니다. 예브게니 자먀찐의 작품 『우리들』은 가상의 미래사회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조지 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더불어 흔히 3대 디스토피아 SF소설로 불린다. 소설은 모든 것이 통제되고 조직된 사회를 그리며, 주인고 또한 그런 사회에 적응하여 살고 있었으나 반사회적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며 이러한 통제사회에 반감을 가지게 되고, 탈출을 꿈꾼다는 내용이다. 완벽한 ‘우리들’의 단일제국 이 작품의 배경은 29세기의 미래, 전 세계가 하나의 나라로 통일된 ‘단일제국’이.. 2021. 3. 30. 『고골 단편집』: 몽환적인 뻬쩨르부르크에서의 현실적인 이야기들 고골 – 몽환적인 뻬쩨르부르크에서의 현실적인 이야기들 『고골 단편집』을 읽고 쓰는 에세이 일러두기 * 『코』와 『외투』는 펭귄북스의 번역본[1]을 참조하였습니다. 『네프스끼 거리』 는 민음사의 번역본[2]을 참조하였습니다. * 본 레포트는 학과 과제로 제출된 것으로, 작가의 별도 허락이 없는 한 복제 및 무단 전재를 엄격히 금합니다. 고골의 ‘작은 사람들’ 소시민 문학. 현대 한국어로 표현할 때 니콜라이 고골의 작품과 가장 비슷한 장르를 표현하는 단어일 것입니다. 『코』, 『외투』, 『네프스끼 거리』 세 작품의 주인공 이발사, 9등 정서관, 그리고 화가는 결코 『안나 까레니나』의 주인공인 안나와 레빈, 키티처럼 상류사회의 삶을 경험할 일이 없고, 훨씬 빈곤하고 보잘것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셋은 모두 반복.. 2021. 3. 24. 『이반 일리치의 죽음』– 과연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 – 과연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 례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쓰는 에세이입니다. * 본 레포트는 학과 과제로 제출된 것으로, 작가의 별도 허락이 없는 한 복제 및 무단 전재를 엄격히 금합니다. I. 서론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고위 법관이었던 이반 일리치가 병을 얻은 후 죽어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단편입니다. 작품은 죽음을 직접적인 소재로 삼으면서도 줄거리의 분량이 길지 않아, 톨스토이의 여러 소설 가운데 가장 압축적으로 작가의 죽음관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 에세이에서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톨스토이의 모든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세 가지 테마인 ‘회고와 반성’, ‘변화에의 적응’, ‘진실된 마음’으로 압축하.. 2021. 3. 10.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