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일기
1 - [러시아 문화생활] #08 / 장난감 병정 (오페라발레극장)
4 - [러시아 문화생활] #10 / 스파르타쿠스 (하차투리안)
사진은 별도의 글에 올렸으니 참고해주세요!
7시 공연까지 있자니 시간이 애매하게 비어서 소련박물관에 갔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박물관이라 그런지, 카드는 받지 않는다. 학생 가격 200루블, 그렇지만 지갑엔 100루블밖에 없었고... 고민하는 나를 보고 대인배 사장님은 아예 100루블로 깎아주셨다. 50루블 덜 내겠다고 세탁실에서 꾸역꾸역 빨래 욱여넣는 나랑은 대조된다. 어린이요금이 100루블인데, 그냥 나를 어린이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하신다. (뭐, 러시아어 실력만 보면 어린이가 맞긴 하지만...)
공식 박물관이 아니다보니 컬렉션이 엄청나게 많진 않지만, 대략 1-2시간 둘러볼 정도는 되고, 오히려 개인박물관이라 그런지 소련제 타자기, 옷, 펜, 망원경, 책 같은걸 직접 만져볼 수도 있게 해줘서 더 체험적이었던 것 같다.
오늘, 2월 23일은 조국수호의 날*이었다. 그래서 소련박물관 수요가 조금 더 컸던 것 같다. 그럼에도 3-4팀 정도였으니, 평소 평일에 가면 완전 한가하게 전세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러시아는 대도시가 좀처럼 없어서 모스크바와 뻬쩨르 정도를 제외하면 '시내'의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걸어서 가볼 수 있는 이런저런 박물관이 많다. 서울은, 서울이라고 해도 내가 사는 주거지역이랑 시내랑은 꽤 머니까 말이다. (물론 이건 여행할 때 얘기고, 내 경우엔 대학-시내가 거의 분당-서울시청 정도 된다. 한 번 나갈때 큰맘먹고 나가야 하는 편.)
*조국수호의 날은 러시아에서 '남성의 날'로 여겨진다. 국제 여성의 날과 짝을 이룬다.
이런저런 컬렉션이 많아서 하나하나 설명하기 어렵지만, 대략 말해보자면 방이 1층에 5개?, 지하에 하나, 2층에 하나 있다. 1층에는 공산당용품, 사무용품, 가정용품, 의류 전시방이 있고, 복도에도 전시품이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군사용품이랑 유물들이 좌르륵 전시되어있다. 2층은 러시아 전통품들, 마트료시카나 인형, 카페트 같은 것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1층 사무실 옆방은 역시 군사용품들이랑 사진첩, 피아노가 있고 방명록을 소련제 펜으로 써볼 수 있다. 기념품도 살 수 있다.
나갈 때 현찰이 없어도 스베르방크로 내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기념품을 계좌이체로 살 수 있냐고 물은 걸로 생각하셨는지 가능하다고 대답하시더니, 이내 티켓값을 지불하려는 걸 눈치채시고 또 거부하셨다. 아마 아저씨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서 시간을 때우나 걱정했던 나로서는 정말 감사함을 안고 나올 수 있었던 따듯한 일이었다.
러시아는 이런저런 박물관을 보는 재미도 소소하다. 입장료도 대부분 부담없는 정도라, 편하게 하루 한두곳 쯤 돌아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될 것 같다. 타국을 여행하다 보면, '왜 서울에선 이런 걸 할 생각을 못 했을까?'싶은 것들이 많다. 나중에 귀국한다면, 꼭 서울 박물관 여행을 해봐야지.
나오고 나서는 7시 공연을 향해 걸어갔다. 7시 공연 관람에는 웃긴 해프닝이 있었는데, 다음 글에서 말해보겠다.
사진은 별도의 글에 올렸으니 참고해주세요!
2월 23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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