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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세이,레포트

『안나 카레니나』– 전환기의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

by 누에고치 2021. 3. 9.

『안나 카레니나』

– 전환기의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했던 것들

안나를 묘사한 것으로 알려진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낯선 여인의 초상'.

* 례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을 읽고 쓰는 에세이입니다.

* 본 레포트는 학과 과제로 제출된 것으로, 작가의 별도 허락이 없는 한 복제 및 무단 전재를 엄격히 금합니다.

I. 서론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부활』, 『전쟁과 평화』와 함께 톨스토이의 3대 소설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불륜을 다룬, 굉장히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가진 소설로서,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영화의 사례를 들자면, 1911년부터 현재까지 안나 카레니나를 토대로 한 영화만 15편이 넘게 각색되어 만들어졌을 정도이고,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마다의 유명한 여배우들인 비비안 리, 소피 마르소, 키이라 나이틀리가 안나 역을 맡을 정도로 영화의 역사의 중심부에서 언제나 함께한 셈입니다.

 

흔히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연속극의 주된 주제인 불륜, 연애, 가족간의 다툼 등을 그린 소설로서, 재미있지 않기가 더 어려운 주제를 채택한 덕분에 이렇게 흥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본 글에서는 이렇듯 대중적으로 큰 영향을 지닌 『안나 카레니나』의 줄거리를 요약하며 작가가 설정해놓은 장치들을 간단히 언급할 것입니다. 또, 소설을 통해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인 ‘이성과 감정의 조화’, ‘농민과 귀족의 조화’ 등의 교훈을 그의 다른 작품을 참고하여 크게 ‘화합의 테마’로 모아 다룰 것입니다.

 

II. 내용요약 및 소설적 장치 분석

소설은 민음사의 번역본을 기준으로 천 쪽을 넘기는 분량이지만, 주요인물은 크게 세 커플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제목부터 언급되는 안나 카레니나와 브론스키, 그리고 법적인 남편 카레닌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불리는 레빈, 그리고 레빈의 연인 키티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커플의 이야기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스치바-돌리 부부가 있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사람이 등장해 주된 두 커플의 이야기가 서로 연관되도록 이어가지만, 본 글에서는 다루지 않을 것입니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 줄거리 또한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기차역에서 시작됩니다. 안나는 불륜으로 파괴될 위기에 처한 스치바의 가정을 화해시키기 위해 모스크바로 떠나는데, 이때 기차역에서 브론스키와 처음 만나게 됩니다. 한편, 레빈은 키티에게 청혼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왔지만 브론스키와 공식적인 연인이었던 키티는 좋아하면서도 그를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무도회에서 브론스키는 안나와 사랑에 빠지고, 키티는 이에 대한 충격과 레빈을 거절한 미안함이 겹쳐 병을 얻습니다. (요양 후 키티는 병이 낫는다.)

 

즉, 소설의 시작에서 브론스키-키티-안나-레빈은 엇갈린 사랑을 하는 것으로 설정되어있던 셈입니다. 안나의 불륜을 참다못한 카레닌은 이혼을 선언하고, 브론스키의 딸을 낳은 안나는 병에 걸린다. 카레닌은 안나가 죽기 전에 그녀를 용서하는데, 이를 보고 회의감에 빠진 브론스키는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자살은 실패하고, 안나도 병이 나아 둘은 다시 떠난다.

 

한편, 레빈과 키티의 관계는 발전해 결혼에 이르고, 아이도 출산하며 시골에서 행복히 살아간다. 이에 대조되게, 안나는 사교계에서 배제당한 뒤 여전히 잘 나가는 브론스키에게 집착하게 되고, 부담스러워진 브론스키는 안나를 멀리한다.

 

안나는 괴로워하다가 결국 첫 장면의 기차역을 떠올리고는 철로에 뛰어들어 자살한다. 기차역에서 소설이 시작되었고, 브론스키와 처음 만난 곳이 기차역임을 생각해볼 때 이는 굉장히 역설적인 수미상관의 장치입니다. 이후 상황이 서술되고, 레빈의 회고가 이어진 뒤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III. 톨스토이의 가치관 – ‘화합의 테마’

피상적으로 보자면 안나는 제도를 벗어난 불륜으로 인해 파멸하였고, 레빈은 구애 끝에 키티의 마음을 얻고, 중매를 거쳐 정식 절차를 따랐기에 행복했던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이런 보수적인 도덕관념과는 다른 것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이현우에 따르면, (도스토옙스키 등과는 다르게) 전통적으로 톨스토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화합입니다.[1] 톨스토이의 화합 정신을 가장 표상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의 농민관입니다. 톨스토이는 백작 가문이고 영지를 소유한 귀족이었으나, 평생 농민과 귀족이 어떻게 화합할지 고민했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레빈은 농민들의 생활문제를 걱정하고요.

 

또 하나의 예를 더 들자면, (톨스토이의 여러 소설에서 등장하는 네흘류도프가 작가의 정신과 가치관을 대변하는 역할, 즉 “본질적으로 동일인”이라는 김문황의 주장[2]을 수용할 때) 후기 소설인 『부활』에서의 네흘류도프가 농민들의 생활을 걱정하는 것도 이러한 톨스토이의 농민관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민과 귀족의 화합 외에도, 톨스토이는 본인의 소설에서 정신과 육체, 이성과 감정, 욕구와 통제자아 등, 상반되는 것들을 조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음을 드러내는 흔적을 많이 남깁니다. 『안나 카레니나』가 ‘작가로서의 톨스토이’와 ‘사상가(철학자,교육자)로서의 톨스토이’를 구분하는 전환기의 작품이라는 석영중의 주장을 수용할 때[3], 전환점인 이 작품에서 톨스토이의 작품세계를 궤뚫는 ‘화합’의 테마는 결코 스쳐지나가지 않으며, 여러 번 등장합니다.

 

특정 장면에서가 아니라, 소설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또 하나의 화합-테마는 이성과 감정의 균형입니다. 파멸한 카레닌과 안나 부부를 보면 이가 드러나죠. 먼저, 안나는 이성을 배제한 감정(욕망) 중심의 인물입니다. 브론스키와의 사랑은 영혼 깊이 소통하고 대화함으로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육체적인 사랑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처음 사랑에 빠지게 된 외모나 외견에서 그녀는 벗어나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육체적 관계에 의존하게 됩니다.

 

반면, 카레닌은 안나와 반대로 지나치게 이성을 중시하는 인물로 비춰집니다. 안나가 그에게 브론스키를 사랑하게 되었음을 직접 통지하는 장면에서도, 그는 자신의 사회적 위신과 체면을 걱정할 뿐, 격정적으로 화를 내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적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일할 것이 강조되나, (톨스토이의 입장에서) 지나친 감정의 배제 또한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 않음을 보여주는 인물이 카레닌이 되는 셈입니다.

 

IV. 요약 및 결론

요약하자면, 『안나 카레니나』는 불륜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삼아 대중적으로 크게 흥행을 한 작품이기도 하나, 작가로서의 톨스토이와 사상가로서의 그를 구분짓는 전환시기에 쓰여졌다는 점에서 전후기의 사상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을 포함해 『부활』 등 다른 작품들에서 지속적으로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했던 바는 화합과 조화이며, 구체적인 소설 속의 사례로서 톨스토이를 대변하는 주인공 레빈의 농민관으로 ‘농민과 귀족의 화합’이, 파멸한 부부 안나와 카레닌의 특성이 각각 감정과 이성만을 강조했다는 반면교사로서 ‘감정과 이성의 균형’이 톨스토이의 화합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 례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을 읽고 쓰는 에세이입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원문으로는 목록상 제시된 번역본과는 다른 서상원 역, 스마트북(2013)과 연진희 역, 민음사(2009)를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 에세이 중 언급된 『부활』의 원문으로는 서상국 역, 작가정신(2008)의 판본과 장정희 역, 소담출판사(1997)의 판본을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함께 보셔도 좋을 글

참고문헌

학술논문

김문황, “톨스토이 작품의 네흘류도프 연구”, 『인문학지』 제 42권 0호(2011), 충북대학교 인문학연구소

 

단행본

레프 톨스토이, 서상원 역, 『안나 카레니나』, 스마트북(2013).

____________, 연진희 역, 『안나 카레니나』, 민음사(2009).

____________, 서상국 역, 『부활』, 작가정신(2008).

____________, 장정희 역, 『부활』, 소담출판사(1997).

 

 

인터넷 자료

아트앤스터디, “도스토예스프키와 톨스토이의 차이는? - 이현우 (서평가, 한림대학교 연구교수)”, Youtube, 2014.06.18, https://www.youtube.com/watch?v=6ErR_Vl_nTM (2018.11.29 접속)

플라톤아카데미TV, “[어떻게 살 것인가?] 8강: 톨스토이, 성장을 말합니다(석영중 교수)“, Youtube, 2014.12.11, https://www.youtube.com/watch?v=IKZyubdVUIk (2018.11.21 접속)

 

 

 


[1]이현우의 견해는 아트앤스터디, “도스토예스프키와 톨스토이의 차이는? - 이현우 (서평가, 한림대학교 연구교수)”, Youtube, 2014.06.18, https://www.youtube.com/watch?v=6ErR_Vl_nTM (2018.11.29 접속). 을 참조하였다.

[2]김문황, “톨스토이 작품의 네흘류도프 연구”, 『인문학지』 제 42권 0호(2011), 충북대학교 인문학연구소, pp. 207-208 참조.

[3]석영중의 견해에 대해서는 플라톤아카데미TV, “[어떻게 살 것인가?] 8강: 톨스토이, 성장을 말합니다(석영중 교수)“, Youtube, 2014.12.11, https://www.youtube.com/watch?v=IKZyubdVUIk (2018.11.21 접속). 을 참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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