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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영화-드라마-연극

[드라마] 깔끔한 원작의 재구성 - 안나 카레니나(2017, 러시아)

by 누에고치 2020. 12. 28.

얼마전 친구들과 함께 왓챠 두달권을 끊었습니다.

 

저는 뭔가를 오래도록 꾸준하게 하기보단 몰아서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것은 영화나 독서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압축적인 단편영화나 짧은 드라마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다부작 드라마는 억지로 끌어가기 위해 지루해지는 경우도 많고요. 이번에 왓챠를 친구들과 시작하며 스타트를 끊은 작품 <안나 카레니나: 브론스키 백작의 사랑>은 8부작으로, 새벽마다 4편씩 이틀만에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정보

안나 카레니나: 브론스키 백작의 사랑

Анна Каренина. История Вронского

2017, 러시아

감독 카렌 샤크나자로프

출연 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안나), 막심 마트베예프(브론스키)

 

영화정보: 왓챠피디아 | 씨네21 | 다음영화

 

후기

소설로 <안나 카레니나>를 읽은지도 3년이 다 되어갑니다. 고등학생 때 책을 많이 읽었다지만 기록을 위한 독후록에 '아직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읽어봐야겠다'라고 적었던 책이 꽤 많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그나마 발표를 위해 여러가지 자료를 조사하면서, 로쟈(이현우) 선생님이나 석영중 선생님의 강의를 보면서 학술적으로 톨스토이의 소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얕게나마 알게 되었지만요. 그런 독후탐구가 전혀 없었던 소설들, 이를테면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나 <자유론> 같은 책은 원전을 읽었음에도 지금 생각해보라고 하면 어떤 책이었는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원래 <안나 카레니나>의 영상매체는 당연히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2012년 영화를 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홀린듯이 이 드라마화 작품을 먼저 보고 말았네요. 넷플릭스나 왓챠를 이용했던 것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보려고 해뒀던 영화는 '오늘은 왠지.'라며 계속 미루게 되고, 알지도 못했던 작품이 괜찮아보여서 계획없이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획적인 독서보단, 흥미 위주의 유튜브 사용법과 비슷한 것 같네요.

 

<안나 카레니나: 브론스키 백작의 사랑>(2017) 포스터.

만족스러웠던 4가지 이유

배우

영화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일단 배우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연애물에서 주인공 두 명이 잘생기고 예쁜 것은 당연하지만, 보야르스카야와 마트베예프는 정말 제 취향의 배우들이었습니다. 외모도, 표정과 제스쳐도, 목소리도요. 아무래도 제가 러시아에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엔, 러시아인 특유의 매력적인 이목구비와 낮은 발성도 상당부분 있는 것 같습니다.

 

연기 측면에서도 전혀 어색하다고 느끼지 못했고요. 특히 안나가 브론스키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하는 부분에선 드라마인 것을 아는데도, 브론스키한테 이입해서 '대체 어쩌자는 거야'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또, 마트베예프의 개인적 습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눈썹을 올리거나 손짓하는 작은 제스쳐들이 너무 귀족적이고 브론스키한테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상미

둘째로는 색감과 영상미가 제 취향입니다. 우선 만주의 전쟁터 장면에서 시작해 영상적으로 눈길을 끌려 시청을 시작하게 되기도 했고, 또 실내든 실외든 단일 컷의 배치와 영상미, 즉 미장센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세트랑 의복도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고요. 제가 창작물을 볼 때 가장 좋아하는 시기가 19c 말-20c 초의 시기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토리

셋째로는 원전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게 각색해낸 스토리입니다. 아예 부제로 브론스키의 이야기(История Вронского)라고 명시해 원전을 각색한 것이라고 말해두었기도 하고요. 원전에는 언급되지 않은 이후의 이야기를 생각해내 세료자와 브론스키가 러일전쟁 중의 만주 의무대에서 만나 얘기를 들려준다는 발상 자체도 마음에 들었고, 전체적으로 불필요한 씬 없이 깔끔하게 8화로 압축해낸 것 같습니다. 딱 이틀만에 보기에 적당한 분량이고, 깔끔한 구성이었습니다.

 

언어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게 러시아어 원어로 연기되었기 때문에 높은 만족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자막을 없애면 알아듣지 못하는 문장이 많지만, 또 자막과 함께 보면 '이래서 이렇게 번역했구나'를 바로 알 수 있는 문장도 꽤 있거든요. 그래서 감상하는 맛이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언어에 빠진 나머지 대학원 노어과를 지망하는 학생이라서, 사실 여러분도 공감이 되실지는 모르겠지만요.

 

이상입니다.

 

영화는 왓챠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watcha.com/watch/tPy8z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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