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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세이,레포트

『이반 일리치의 죽음』– 과연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by 누에고치 2021. 3. 10.

『이반 일리치의 죽음』

– 과연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무엇인가

'레프 톨스토이의 초상화', 니콜라이 게

* 례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쓰는 에세이입니다.

* 본 레포트는 학과 과제로 제출된 것으로, 작가의 별도 허락이 없는 한 복제 및 무단 전재를 엄격히 금합니다.

 

 

I. 서론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고위 법관이었던 이반 일리치가 병을 얻은 후 죽어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단편입니다. 작품은 죽음을 직접적인 소재로 삼으면서도 줄거리의 분량이 길지 않아, 톨스토이의 여러 소설 가운데 가장 압축적으로 작가의 죽음관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 에세이에서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톨스토이의 모든 소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세 가지 테마인 ‘회고와 반성’, ‘변화에의 적응’, ‘진실된 마음’으로 압축하여 분석해볼 것이며, 대상 소설뿐 아니라 톨스토이의 다른 소설에서의 내용과 개념 또한 인용하여 더욱 자세히 해당 테마들을 서술하고자 합니다.

 

II. 소설의 첫번째 테마, ‘회고와 반성’

소설 중 이반 일리치가 지난 시절을 회고하면서 탐욕과 공허함 뿐이었던 지난 인생을 회고하는 부분(pp. 102-103)은 톨스토이 소설들의 공통된 테마인 ‘회고와 반성’을 상기하게 합니다.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부활』에서도 소설의 주된 줄거리는 방탕한 생활로 순수했던 마슬로바를 타락케 했던 네흘류도프가 이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며, 계속 회고하며 마슬로바에게 도움이 되어주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이반은 자신이 권위적이고 공정한 법관이라고 생각하며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남들을 판결해왔던 지난 날들을 비판적으로 회고하며 투병생활을 이어나갑니다. 이러한 회고와 반성의 테마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실제로 톨스토이 자신이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을 했고 이에 대해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왔음을 볼 때 작가의 삶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III. 소설의 두번째 테마, ‘변화에의 적응’

톨스토이가 강조해온 또다른 테마인 ‘변화에의 적응’ 또한 이 소설에서 나타납니다. 석영중에 따르면 『안나 카레니나』에서 톨스토이가 말하고자 했던 것 중 하나는 사랑에 있어 변화하는 서로의 모습에 적응하자는 것입니다.[1] 이는 변화하는 서로의 모습에 적응하고 각종 역경에도 계속 사랑을 이어갔던 레빈과 키티 커플과는 다르게, 첫만남의 순간에 느꼈던 육체적 매력만을 계속 추구하며 결국 변화하는 모습에 서로 적응치 못하고 파멸했던 안나와 브론스키 커플의 대립으로 확인될 수 있습니다.

 

본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도 이반 일리치는 처음에는 본인의 병환을 부정하고 고통스러워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진정한 평화를 느끼며, 죽음의 과정에 있어서의 통증과 공포를 모두 잊어버린, 신성한 순간으로 묘사되는 임종의 장면에서 그는 아내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기독교적 용서의 마음을 표합니다.

 

그는 오랫동안 곁에서 떠나지 않던 죽음의 공포를 찾으려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죽음은 어디에 있지? 죽음이 뭐야? 죽음이란 것은 없었기 때문에 이제 그 어떤 공포도 있을  수 없었다.

죽음 대신 빛이 있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p.108)

 

이와 같은 이반 일리치의 심경 변화는 또한 심리학적인 개념과 함께 분석되기도 합니다. 서상국은 부위훈의 저서[2]를 재인용하며[3], 퀴블러-로스가 제안한 죽음의 수용단계를 소설의 진행에 적용합니다. 퀴블러-로스가 제안한 단계는 흔히 알려져있듯 총 5단계의,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의 단계입니다.

 

요약하자면 퀴블러-로스의 본 에세이에서 주목하여 다룰 것은 마지막의 5단계인 ‘수용’인데,  서상국은 위에 인용된 부분 이전에 이반 일리치가 겪는 최후의 몸부림으로 보며, 인용된 부분은 퀴블러-로스의 5단계가 적용된 것으로 본다.[4] 즉, “머나먼 여정을 향해 떠나기 전에 취하는 마지막 휴식의 시간”[5]으로서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가 빛을 맞이하는 것으로 그린 셈입니다.

 

III, 소설의 세번째 테마, ‘진실된 마음’

이반 일리치가 죽어가면서 가장 신뢰했던 것은 말없는 아들과 하인 게라심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탐구해보자면, 이반이 게라심과 아들을 신뢰했던 이유는 그 둘이 자신을 대하는 데에는 진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자신을 단지 대외적인 사교활동을 할 때 자신을 수식해주는 어구를 더해주는 남편, 아버지으로 취급한 아내와 딸들의 거짓됨에 그는 환멸을 느끼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됩니다.[6]

 

톨스토이의 소설에서 이러한 진실된 마음의 강조는 『바보 이반』으로 대표되는 그의 우화들에서도 나타나지만, 조금 더 심화적인 비유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나타납니다. 석영중은,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의 각 장면에서 발화를 많이 하고 사교계에서 발이 넓은 인사들을 비판적으로 그렸다고 봅니다. 반면 레빈과 키티가 친해질 때 사교계의 인사들과 같이 현란한 말솜씨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비발화적인 눈짓, 제스쳐 등을 강조하였다고 보며, 이는 거짓되고 예절로 무장한 친분보다 진정한 서로의 마음을 읽는 것에 톨스토이가 집중한 결과라고 본다.[7]

 

게라심과 아들 또한 소설 속에서 대사의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게라심은 주인의 임종을 인정하며 단지 묵묵히 피로를 풀어주고 말동무가 되어주며, 아들은 막 떠들어대지 않고 가만히 주인공을 응시하며 감정을 나누죠. 석영중의 주장을 수용할 때, 이들의 과묵함은 오히려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IV. 결론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는 작가가 회고와 반성, 변화에의 적응, 진실된 마음을 강조하였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의 테마들은 모두 『부활』이나 『안나 카레니나』 등 그의 다른 작품과도 연계되어 분명히 레프 톨스토이의 인생을 궤뚫는 테마들입니다.

 

요약하자면, 첫째로 회고와 반성은 법관으로서 이반 일리치가 부렸던 잘못들의 반성으로, 둘째로 변화에의 적응은 본인의 죽음을 (퀴블러-로스의 5단계에 따라) 수용하도록 변화한 것, 셋째로 진실된 마음은 과묵하지만 일리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게라심과 아들이 긍정적으로 그려진 데에서 나타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비록 짧지만, 그 어떤 소설만큼 톨스토이의 가치관을 잘 보여주는 셈입니다.

 

* 례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쓰는 에세이입니다. 제시된 번역본인 동완 역, 신원문화사(2007)을 구하지 못하여 이강은 역, 창비(2012)를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참고문헌

논문

서상국,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망문학의 전형-”, 『슬라브학보』제 19권 1호(2004),한국슬라브학회.

 

단행본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강은 역, 창비(2012).

 

인터넷 자료

플라톤아카데미TV, “[어떻게 살 것인가?] 8강: 톨스토이, 성장을 말하다(석영중 교수)“, Youtube, 2014.12.11, https://www.youtube.com/watch?v=IKZyubdVUIk (2018.11.21 접속).

박청용, "'죽음 연구가' 퀴블러-로스 여사가 남긴 것", 오마이뉴스, 2004.08.2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06672 (2018.11.29 접속).

 

 

 


[1]석영중의 견해에 대해서는 플라톤아카데미TV, “[어떻게 살 것인가?] 8강: 톨스토이, 성장을 말하다(석영중 교수)“, Youtube, 2014.12.11, https://www.youtube.com/watch?v=IKZyubdVUIk (2018.11.21 접속). 을 참조하였다.

[2]서상국이 인용한 저서는 부위훈, 『죽음, 그 마지막 성장』 전병술 옮김, 서울: 청계, 2001, 96쪽.이며, 해당 저서는 퀴블러-로스의 저서 Death: The Final Stage of Growth.(New Jersey: Prentice-Hall, Inc.,1975.)를 기반으로 함을 서상국은 밝히고 있습니다.

[3]서상국,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망문학의 전형-”, 『슬라브학보』제 19권 1호(2004), 한국슬라브학회, p. 117. 참조.

[4]서상국, 같은 논문, pp. 126-128 참조.

[5]박청용, "'죽음 연구가' 퀴블러-로스 여사가 남긴 것", 오마이뉴스, 2004.08.28,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06672 (2018.11.29 확인). 에서 인용하였다.

[6]서상국, 같은 논문, pp. 120-122를 참조하였다.

[7]석영중, 같은 웹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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