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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게우 박사 유학/25-2 첫학기

러시아 음료 이야기

by 누에고치 2026. 2. 12.

요즘 네이버 블로그에 서로이웃으로 글을 올리는 재미에 빠져있어 티스토리에 일상적인 글을 상당히 뜸하게 적고 있다

 

역시 네이버 블로그에 쓴 것을 가져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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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하고 있지 않지만 마트에서 사와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종류의 식음료들은 많이 시도해보았다. 오늘은 그 중에서 음료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주스를 다뤄보자. 러시아는 주스의 종류가 다양하고 맛있다. 여러가지 브랜드의 주스를 시도해봤다. '도브리'나 '류비미'가 제일 흔하고 무난하지만 '리치'가 제일 고급이고 맛있다. 같은 오렌지 주스라면 앞의 두 개는 알갱이가 없고 뒤의 것은 알갱이가 씹힌다. 실제로 리치는 리터당 4천원 정도로 2-3천원 정도인 도브리나 류비미에 비해 약간 비싼 편이다.

 

가장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은 오렌지 주스나 사과 주스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 맛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으며, 사과 주스의 경우 한국에서 마시던 것보다 더 상큼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과일을 으깨거나 짜서 만드는 이런 류의 주스는 '쏙'сок이라고 한다.

 

나는 한국에서 토마토 주스를 즐겨 마셨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토마토 주스에 넣는 설탕의 양만큼 러시아나 서구권에서는 소금을 넣는 것 같다. 짭짤하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본 대부분의 한국인은 짠 토마토 주스를 선호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나 또한 그런 취향의 예외는 아니다.

 

리치에서 나온 체리 주스도 마셔본 적이 있다. 달달하게 맛있긴 했지만, 같은 가격이라면 오렌지 주스를 사 마시는 게 나을 것 같다. 오렌지 주스는 새콤한 맛이 당분을 중화시켜줘서 그런지 두 잔을 마셔도 더 마실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체리 주스는 반 잔만 마셔도 물린다.

 

특이한 시도로는 석류 주스를 사본 적이 있는데 맛이 독특했다. 상당히 진해서 물을 살짝 풀어도 될 정도였다. 그대로 먹어도 괜찮았다. 석류 특유의 시큼하면서 고급스러운 맛을 좋아하지만 뜯어먹기 귀찮은 사람들이라면 러시아에서 석류 주스를 한 번쯤 시도해보면 아주 좋을 듯하다. 마트 '아샨'에서 자체 브랜드로 가격대에 따라 여러 종류를 내고 있는데, 금색 참새가 그려져 있는 고급 라인을 사면 맛있다.

 

아샨은 '카쥬디 졘'каждый день으로 대표되는 가성비 라인의 상품을 여럿 내놓고 있는데, 내가 아침마다 한 포씩 까서 먹고 있는 귀리죽каша를 비롯하여 비누, 녹차, 심지어 와인까지 해당 브랜드로 팔고 있다. 주스 또한 예외가 아닌데, 빨대가 붙어 한 팩씩 빨아마실 수 있는 주스는 19루블 정도에 팔아서 간혹 사 마셨다.

 

앞서 언급했듯, 이때까지 다룬 것은 대부분 '쏙'으로 불리는데, (간혹 '넥타르'нектар라고 하기도 한다) 다른 분류가 몇 개 있으니 알아두면 좋다. 베리류를 으깨서 설탕과 물을 첨가해 만든 음료를 '모르스'морс라고 한다. 과일을 통째로 끓여서 식혀 만든 음료는 '꼼뽀트'компот라고 한다. 두 가지 모두 학생식당에서 35루블 정도의 가격으로 자주 볼 수 있다. 건과일(сухофрукты)로 만든 꼼뽀뜨는 기회가 닿는다면 한 번쯤 마셔보길 권한다.

 

주스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다른 음료도 조금 더 다뤄보자. 탄산음료의 대표인 콜라를 예로 들자면, 코카콜라가 철수하면서 원래 과일주스 회사인줄로만 알았던 '도브리'가 콜라 시장까지 석권해버렸다. 그런데 마트에 가면 코카콜라도 같이 팔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철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우회해서 들어오는 방법이 있나보다. 그러나 제재 이전에 비해 펩시와 코카콜라를 보기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유제품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유. 냉장고가 없는데 어떻게 우유를 마시냐면, 멸균우유가 잘 나오기 때문이다. 따면 3일 안에 마시라고 되어 있는데, 두 컵씩 마시다보면 금방 다 마시기도 하고, 사실 창틀에 놓으면 5일 정도 둬도 큰 탈이 나지는 않는다. 영하의 날씨가 찾아오면 우유 슬러시를 마실 수 있다는 의외의 장점도 있다.

 

조금 더 도전적인 사람이라면 케피르кефир를 시도해보자. 발효된 요거트로 신맛이 매우 강하다. 주로 다른 요리나 아침 요거트로 섞어먹는 것 같지만 단독으로도 한 번쯤은 마실 만하다. 그러나 매일 즐겨마시기에는 많이 시다.

 

우유나 케피르 등 모든 유제품은 지방 함량을 1.5%, 2.5%, 3.2% 등으로 구분해서 파는데 한국에서 파는 일반 우유의 지방 함량이 3%를 넘는다고 하니 그 아래인 제품은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저지방 우유인 셈이다. 나는 왠지 깔끔해서 1.5를 주로 사 마신다.

 

호밀빵 발효음료인 크바스квас도 동유럽 특유의 음료이다. 도수가 아무리 높아도 1.2 미만이기 때문에 주류로 분류되지 않아 구매 시 신분증 검사가 없다. 제품에 따라 알콜 함량의 차이가 나는 것 같은데, 알콜이 센 제품의 경우 나는 500ml 정도를 마시면 약간의 취기를 느꼈다. 맥주 비스무리한 맛이 나면서도 달달하므로, 굳이 비슷한 맛을 찾자면 맥콜 정도가 있겠다.

 

체질상 술은 거의 하지 않지만 오늘 즉흥적으로 맥주(코젤 라이트)를 마셔봤는데 맛있었다. 러시아 맥주로는 발찌까 맥주가 가장 유명하다. 제품명이 숫자로 나오는데 발찌까 3, 발찌까 5 등 매우 다양하다.

 

이상으로 러시아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음료를 다뤄보았다. 그러나 필자는 실론티, 솔의눈, 맥콜 등의 비주류 음료도 즐겨 마시던 사람이므로 이상의 리뷰를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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