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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게우 박사 유학/25-2 첫학기

#4 모스크바국립대 본관 기숙사에서 살아남기 (2) 눈물나는 방 상태, 오래된 시스템

by 누에고치 2025. 11. 13.

모든 것이 목재

벽과 천장(콘크리트)을 제외한 모든 것이 나무로 되어있다. 방문, 바닥, 의자, 책상, 침대, 옷장, 심지어 창문까지 모든 것이 나무다. 낭만있고 친환경적인 것이 아니냐고? 1시간 이상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나무 냄새가 진동한다. 피톤치드 냄새가 아니라 관리되지 않는 고가구점에서 썩어가는 나무 냄새이다.

 

창문을 10분 이상 열어서 냄새를 빼야 한다. 그런데 창문도 나무다. 쉽게 여닫을 수 없다. 특히 외창을 닫을 때는 온 몸무게를 다 실어서 닫아야 한다. 언젠가 나는 창문을 닫다가 발을 헛디뎌서 중앙정원에 떨어질지도 모르므로, 낙법을 배워둬야 한다는 생각을 가끔 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여기는 고층이므로 낙법을 해도 살기는 힘들 것이다.

 

對석회 투쟁 — 욕실과 화장실 

러시아의 수돗물은 석회가 섞여 나온다. 나는 다이소에서 샤워기 필터를 여러 개 사와서, 샤워기로 찬물을 받아 가습기와 커피포트를 사용하고 있다. 세면대 수도꼭지 필터도 구입했으나 한국 것과 규격이 맞지 않다. 지난 6월 아무 생각 없이 정수기 물을 먹었다가 물갈이로 고생한 이후로 러시아의 수돗물을 먹는 것이 매우 우려스러웠으나, 끓여 먹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아무런 문제는 없다.

 

석회수의 또다른 문제는 거슬리는 흰 물때가 남는다는 것이다. 이전 거주자들이 석회를 방치했는지 변기와 샤워부스, 세면대에 노란 석회 때가 잔뜩 끼여 있었다. 석회 제거제를 사서 솔로 문질러주니 세면대는 아주 깨끗해졌고, 변기도 많이 깨끗해졌으나, 샤워부스는 구조상 물이 고여서 그런지 진전이 없다. 관리자 말마따나 샤워부스 바닥에 매트를 까는 게 최선일 듯하다. 

 

말끔해진 세면대. 그러나 위의 고인 자국은 사라지지 않는다.

 

낡은 건물, 낡은 시스템

  1. 이 건물은 1954년에 완공된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듯하다. 내 방에서는 아직 발견된 적 없지만 기숙사에 사는 모두가 바퀴벌레 목격담을 공유하고 있다.
  2. 바닥과 벽, 욕실이 상대적으로 깨끗하게 수리된 방이 있고 그렇지 않은 방이 혼재되어 있다. 내 옆 방은 바닥이 매우 깨끗한데 내 방은 그렇지 않다.
  3. 주방에는 러시아 기숙사라면 어디에든 있는 쓰레기 수직통로(더스트슈트)가 있다. 왜 쓰레기 투입구가 주방과 같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4. 화재경보 시스템마저 낡았는지 이틀에 한 번씩 화재 알람이 울린다. 물론 아무도 대피하지 않는다. 진짜 불이 나면 모두가 죽을 것이다.

 

인터넷

인터넷은 umos network라는 곳에서 담당한다. 100메가 랜을 선택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한 달에 440루블이고, 더 빠른 요금제도 있었으나 지금도 실사용에 큰 이상은 못 느끼고 있다. 처음 입주한 이후 방에 있는 랜선을 꽂으면 umos 사이트로 강제 연결되는데, 여기서 가입을 진행하고 요금제 선택 후 지침에 따라 돈을 입금하면 된다. 자동이체도 설정할 수 있다.

 

전기

방의 모든 전원은 창문 옆에 있는 단 두 개의 콘센트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 3구 플러그 3개로 총 8개의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실제로 주로 사용하는 전자기기가 9개여서 커피포트와 전기장판을 번갈아 꽂고 있다. 밤에 자면서 물을 끓일 일은 없으므로. 매우 불편하므로, 조만간 멀티탭을 하나 더 구매해야겠다.

 

초기에는 스마트 콘센트가 갑자기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길래 전력이 불안정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 스마트 콘센트가 스마트홈에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설정을 마친 지금은 별다른 문제는 없다.

 

마치며

도착한 지 딱 한 달이 되었다. 글에는 다소 부정적으로 적었으나 사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던가. 생각보다는 살 만하다. 제목과는 다르게 방 상태로 인하여 눈물을 흘린 적 또한 없다. (제목 낚시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13년차 블로거로서 내가 가지는 사명이다.) 필자를 긍휼히 여기사 도웁고자 하시건대 하트를 눌러 글 쓸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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