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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게우 박사 유학/25-2 첫학기

#1 온라인 쇼핑, 수업 따라가기, 운동과 건강, 식당

by 누에고치 2025. 11. 2.

2020년에 했던 것처럼 잡다한 유학일기는 번호를 붙여서 적어보고자 한다.

 

온라인 쇼핑

러시아에서 온라인 쇼핑의 양대산맥은 Ozon과 Wildberries이다. 보통 같은 품목이라면 WB가 조금 더 싼 것 같다.

 

이때까지 상당히 많은 것들을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매하였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시계, 공유기, 모니터암, 석회 제거제, 화장실 뽁뽁이 선반, 커피포트, 프린터, A4용지가 있다.

 

한국처럼 집 앞까지, 또는 건물 현관까지 배송해주면 좋겠지만 그렇게는 안 되고, 군데군데 위치한 로컬 지점에서 받아와야 한다. 들어가보면 마치 구멍가게처럼 상자가 가득 쌓여있고, 앱으로 바코드를 제시하면 직원이 내 물건을 안에서 찾아서 갖다주는 방식. 지하철역까지 가야 해서 엠게우 본관에서는 은근 멀다. 학생용 교통카드 정기권 생기면 무조건 버스 타고 다닐 것이다. 사실 지금도 버스 타고 다닌다.

 

수업 따라가기, 러시아어 실력

현재 듣는 수업은 총 4가지 정도가 있다. 곧 한 가지(역사 및 철학 세미나)가 더 추가될 예정이다.

 

1) 외국인을 위한 러시아어 수업: 사실상 열심히 따라가야 할 유일한 강의. 인문대학 1학년 외국인 박사과정생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다 같이 듣는 수업이다. 내 그룹은 어학 전공자들이 모여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러시아어를 잘 한다. 한 과를 통째로 과제로 내주시고 수업 시간에 과제로 해온 부분을 진도 나가는 식. 과제 범위가 다소 절망적으로 많기는 한데 그래도 과제로 써간 것을 그대로 읽으면 되니 수업을 전체적으로 따라가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다. 가끔 교과서에 없는 추가 질문을 받았을 때 어리바리해지는 경우가 있긴 하다. 다른 학생들은 대체로 잘 대답해서 더욱 비교된다. 문학 과정생들이 있는 반은 우리보다는 조금 수준이 낮다고 하는데, 역시 어학 전공생들은 다른 것인가. 

 

2) 역사 및 철학 강의: 모든 인문대학 박사과정생들이 듣는 강의 같다. 대형 강의실에서 진행되는데 출첵도 따로 안 하지만 늦게 들어오는 것은 절대로 안 되는 이상한 원칙이 있는 강의이다. 지각생 때문에 강의의 흐름이 깨지는 걸 싫어하시는 듯하다. 몇몇 고유명사 (플라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를 제외하면 외국인은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강의라서, 대부분의 외국인 신입생들은 가서 러시아어 수업 과제를 하는 듯하다...

 

3) 전체 박사과정생 대상 강의: Общеуниверситетский курс(전대학 코스)라고 한다. 전체 강의 중 총 4회를 참석하면 되는 일종의 필수교양 같은 수업이다. 역시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슬라이드를 보고 눈치로 무슨 내용인지 봐야 한다. 끝나면 간단한 질문지를 온라인으로 돌려서 출석체크를 한다.

 

4) 학부 1학년 일반음성학 수업: 지도교수님이 진행하시는 거라서 그냥 듣는 강의. 들을 때마다 내가 1학년 강의도 이해할 실력이 안 되는구나 싶어서 조금 슬퍼진다. 전설, 후설, 치경, 후치경, 폐쇄음 등 전문용어가 난무해서 사전을 찾아보려고 하면 이미 다음 문장까지 끝나있다. 부끄럽다. 그러나 어떻게든 음성학 용어들에 익숙해져야겠다 싶어서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듣는 중이다. 

 

F1 몇헤르츠 + F2 몇헤르츠면 무슨 모음이다라는 것도 학부 1학년생들이 바로 맞춰버리는 것 보고 '엠게우 입학생은 역시 다르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바로 안 나옴... (음성학으로 석사 받은 사람 맞습니다.)

 

웃픈 해프닝이 있었다. 학과장님한테 완전 러시아어 못하는 사람으로 찍힌 것 같다. 입학 면접 때도 절어서 영어로 해도 된다고 배려받지를 않나, 오늘도 학과사무실 앞 지나가는데 우연히 나오셔서 인사드렸더니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이라고 하고 말씀이 없으시길래 아무 생각 없이 한국식으로 "네네" (계속 말씀하시라는 뜻) 했더니 "아, 내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또 말씀하고 말이 없으시길래 "...네" 대답했더니 갑자기 영어로 "Do you need any help"이라고 물어보시는 것이다. 알고보니 그냥 "도와줄 일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외국인을 위해 배려해서 천천히 발음하시느라 억양구조가 조금 약해진 듯하다. 당황해서 "Not now" 했더니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고 다시 들어가셨다. 학과사무실에 내가 찾아온 줄 알고 도와줄 게 없냐고 물어보신 것... 내가 눈치가 없고 말을 잘 못하는 것이지 그 정도의 러시아어까지 못 알아듣는 게 아닌데... 해명할 기회가 없어서 조금 슬펐다.

 

식사

가장 언어적 어려움을 느끼는 곳은 바로 식당. 러시아의 전형적인 식당은 '스딸로바야'라고 하는데, 영어로 하면 카페테리아다. 매일 메뉴가 바뀌는데, 메뉴명이 정확히 가격표에 적혀있지 않아서 정확히 무슨 고기와 무슨 곁들임을 달라고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을 때는 그냥 무난하게 "닭이랑 밥 주세요"라고 한다. 내가 아는 단어는 돼지 소 닭 생선이 전부인데 실제 메뉴명은 '치즈랑 야채 얹은 명태찜'이다. 여기서 3년 살면 러시아의 모든 요리 이름, 모든 생선 이름을 외워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보통 아침은 그냥 기숙사 방에서 물 끓여서 귀리죽을 먹는다. 까샤라고 한다. 프랑스계(였던) 마트 아샨에서 7루블(약 125원)에 1인분씩 포장된 걸 파는데, 베리맛, 사과맛 등 좀 상큼한 맛들도 있어서 먹을 만하다. 한 끼에 125원? 사실상 아샨이 나에게 베푸는 공짜 식사라고 생각하고 먹고 있다.

 

건강과 운동

이관개방증이 재발했다. 정확히는 계속 보유하고 있던 질병이 모스크바의 비오는 날씨(=저기압)와 만나서 상태가 악화된 것 같다. 외국인 단기체재생에게는 국가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사보험으로 커버해야 되는데, 노보시비르스크에 있을 때 생각보다 청구 절차가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이런 상태로 계속 살 수는 없어서, 조만간 이비인후과에 내방해보고자 한다.

 

운동은 아직 안 하고 있는데, 본관 건물에 수영장이 있다고 한다. 복잡한 초반 서류처리가 다 끝나면 등록해서 다닐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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