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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행 및 사진

[25-9 간사이] #5 우지 시(미쓰보시엔, 나카무라, 코야마엔), 나라(도다이지, 사슴)

by 누에고치 2025. 10. 28.

이날은 10시에 우지 시에서 말차체험을 예약해놓은 날이었다. 사실 마루큐코야마엔 공장 견학과 다른 곳의 맷돌 체험을 여행 계획 단계에서 신청했으나, 두 곳 모두 이미 인원이 다 찼다며 거절당해서 급하게 찾아서 kkDay에서 예약한 곳이었다. 

 

아침식사

숙소에서의 아침식사: 생선 한 토막과 밥, 미소, 계란말이, 간단한 반찬

 

10시까지 가려면 적어도 8시 반에는 나가야 했기에, 7시에 아침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각종 질문이나 식사시간 요청 등은 부킹닷컴 채팅을 통해서 요청하면 됐었다. 일본 가정식처럼 나왔다. 생선 한 토막에 밥이랑 각종 반찬 아주 조금씩. 맛있었다. 소통 미스로 내 밥만 리필해달라고 했는데 친구 밥까지 리필해주는 바람에, 밥을 세 그릇이나 먹었다.

 

이코마에서 우지로 가는 길

08:34차 못 타면 무조건 늦는데 준비가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거의 2분 전에 달려나갔는데, 급하게 나오느라 친구는 폰을 못 챙겼다고 한다. 강제로 디지털 디톡스를 한 셈인데, 생각보다 좋았다고 한다.

 

쾌속급행을 타고 야마토사이다이지에서 교토선으로 환승, 킨테츠 오쿠보에서 하차해서 우체국 ATM에서 현찰을 뽑았다. (트래블로그는 일본우체국은행 수수료가 없다고 했으나 220엔이 나왔다. 패밀리마트보다 두 배가 더 나오다니...) 조금 걸어서 JR 오쿠보 역에서 탄 뒤 두 정거장인가 가면 우지 역에 내릴 수 있었다. 지난달에 이미 우지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나카무라토키치라는 카페는 꼭 가야 한다고 해서 내리자마자 예약해뒀다. 우지 역에서 내린 사람의 3/4 정도가 바로 오픈런으로 예약하러 가는 기이한 풍경이었다.

 

미쓰보시엔 말차 체험

미쓰보시엔 내부 모습

 

체험을 예약한 곳은 미쓰보시엔이었는데, 곰처럼 생긴 직원이 나오길래 이 분이 체험 담당자인가 했더니 본인이 16대 가주라고 하신다... 가주가 직접 체험을 안내해주긴 했는데, 생각보다 다소 빈약했다. 게다가 체험 언어를 영어로 신청했으나 영어를 못 한다고 해서, 친구가 다 번역해줬다. 체험내용은 맷돌로 찻잎을 잠깐 갈아보고, 직접 간 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말차 거품 내보고, 마시는 방법 알려주고, 가주와 친구가 한국을 주제로 조금 떠드니까 끝났다. 30분 코스에 1,470엔이래서 갔는데 실제 체험 시간은 15분도 안 걸린듯하다. (나중에 소개 페이지를 보니 10분은 '제품 구매 및 설명 시간'이라고 되어있었다.) 다른 곳 예약이 되었으면 조금 더 제대로 된 체험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긴 했으나, 아무튼 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우지에 오면 이런 체험을 한 번쯤은 해봐야 하겠다고 생각한 거라서 의미는 있었다.

 

끝나고 다시 나카무라를 가봤는데 너무 일찍 오픈런을 한 것인지 대기표 순서가 지나있었고, 다시 대기표를 뽑았다. 기다리면서 둘러보던 중 나카무라 건물을 소개하는 45분 무료 코스가 있다는 입간판이 있어서 카운터에 문의했다. 친구랑 오면서 영어로 신청하면 고도로 수련한 외국인이 안내해줄 거라는 농담을 했는데, 정말로 '존 테이트'라는 명찰을 단 사람이 매우 유창한 일본어로 예약을 받아주었다. 11시에 오면 된다고 하였다. 예약을 마치고 나왔을 때가 10:30이 채 안 되었으니 얼마나 미쓰보시엔의 체험이 짧았던 것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나카무라 투어

우지 시를 흐르는 강.

 

기다리는 동안 강까지 쭉 걸어갔다 와보기로 했다. 말차 판매점 하나와 손수건 가게 하나를 구경했고, 겐지모노가타리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11시 정각이 되니 가게에서 13년 일한 직원이 안내를 시작하겠다고 명찰을 주었다. 전형적인 교토미인상(?)처럼 생겨서 놀랐다. 여기도 영어로 예약했는데 일어만 된다고 했다... 의외로 이 투어는 4회차밖에 안 되었고, 매 화요일만 하고, 지금은 무료인데 유료 전환 계획 중이라고 한다. 운이 좋았다!

 

친구의 통역을 받아서 안내를 쭉 들었다. 옛날부터 10번지라서 동그라미 안에 열 십자가 있다는 가게 로고, 수레가 딱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가게 정문, 시청 지원을 받아서 복원 및 확장했다는 굿즈샵, 매우 수령이 오래되었고 시의 명물이라는 배(ship) 모양 소나무, 감나무로 만들었고 일본을 상징한다는 가게 내부의 테이블 등 투어를 듣지 않았더라면 절대 몰랐을 내용들을 알 수 있었다.

일반 손님들은 볼 수 없는 나카무라 중앙 정원

 

그리고 일반 손님은 못 들어가는 구역도 투어해볼 수 있었다. 가주들이 대대로 살던 집이라고 한다. 시원하도록 설계된 구조, 오래된 바닥 깔개, 역대 가주 사진 (현재는 6,7대가 같이 경영 중), 내부 중앙정원을 둘러보았다. 투어 끝에 차를 한 잔 주신다고 하여 차 마시면서 잠깐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얘기까지 통역해줄 수는 없어서, 나는 가만히 있고 친구와 안내원이 서로 얘기했다.) 통역이 필요해서 그런지 예정된 45분보다 더 긴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점심식사와 디저트

다 끝나고 나니 대기표가 또 만료되어서 다시 뽑고, 나카무라 굿즈샵 잠깐 구경하고, 역 쪽에 있는 각종 말차음식을 파는 가게에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기서도 호지차 줘서 벌써 차를 세 잔째 마셨다. 나는 매우 달달한 고등어가 올라간 말차소바를 먹었고, 친구는 말차카레소바를 먹었는데 카레는 맛이 특이했다. 내가 먹은 말차소바는 면이 초록색이긴 했으나 말차 향이 은은하게 나는 정도였다.

고등어 말차소바 / 나카무라 티라미수

마침내 순서가 다가와서 다시 나카무라 가서 가을판 티라미수 한그릇씩 시켜먹었다! 이 정도로 대기표를 네 번씩이나 뽑아서 기다릴 가치가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것을 끝으로 우지시내 여행은 종료했다.

 

마루큐코야마엔 샵

오늘 나라까지 보기로 했기 때문에 킨테츠 열차를 타야 했다. 마침 내가 가고 싶었던 마루큐코야마엔 샵이 킨테츠 역 근처에 있어서 JR을 한 코스 타고 오구라 역에 내려서 850미터쯤 걸어서 도착했다. 샵 자체는 매우 작았다. 진열대에서 직접 고르는 식이 아니라, 물품 표를 보고 주문하면 직원이 창고에서 갖다주는 식이었다.

마루큐코야마엔 상점 입구 전경

말차(로서 먹을 수 있는 최저 단계인 '금륜') 제일 작은 것 한 통과 티백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센차와 호지차 10개입 한 팩씩을 샀다. 카페에서 말차라도 한 잔씩 먹고 갈까 했는데 너무 배가 부르고, 친구도 딱히 먹고싶지 않다고 했고, 나라를 볼 시간도 많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물건만 사고 열차 타러 갔다.

 

나라: 사슴과 도다이지

조금 걸으니 역이 나왔고 다시 오구라에서 오쿠보까지 완행으로 가서 급행 갈아타고 야마토사이다이지에서 또 나라행으로 갈아타서 (맞은편에서 타는 초개념환승) 쾌속급행으로 두 정거장만에 나라에 도착.

길에 그냥 돌아다니는 사슴

 

도착하니 15:30경이었다. 도다이지까지는 대부분 걸어간다고 해서 역에서 내려 표지판을 따라 도다이지로 올라갔다. 그런데 나는 사슴공원이라는 곳을 가야 사슴을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길에 그냥 사슴이 있었다! 다소 놀라웠다. 원래는 그래서 나라 관광 코스를 도다이지 + 사슴공원 + 알파로 생각했는데 사슴 공원이랄 게 따로 없는 것이었다.

도다이지 본당 전경

 

도다이지는 정문의 웅장함이 매우 압도적이었다. 정문에 있는 사천왕상이 일본 교과서에 항상 나올 정도로 역사적이고 유명하다고 한다. 본당 경내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슴 출입이 가능해 똥을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본당만 보는데 800엔으로 처음에는 다소 비싸다고 생각하였으나, 본당 건물이 매우 아름답고 크기 때문에 그럴 가치는 있었다. 본당 옆쪽으로도 언덕배기에 세워진 건물이 더 있었다. 사슴 똥을 유의하면서 다 둘러봤다.

 

꽤 많은 건물을 둘러봤는데도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 그러나 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관광지는 5시에 문을 닫았고, 그렇다고 해서 도다이지 박물관을 딱히 보고싶진 않아서 잠깐 박물관숍 입구에 앉아서 쉬다가 그냥 이코마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다시 길을 걸어서 킨테츠나라역으로 왔다.

 

관광특급 '아오니요시'

원래 나는 철도덕후 친구에게 추천받은 '아오니요시'라는 고급 관광 열차를 타보고 싶었는데, 교토-이코마 구간도 시간이 맞지 않아서 나라-이코마를 타보려고 했다. 그러나 17:37에 탈 수 없을 것 같아 예매를 하지 않았는데, 막상 도다이지를 다 보고 와도 시간이 남았다. 그러나 나라 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빈 자리가 없어서, 혹시나 싶어 창구에 자리 있는지도 물어봤으나 전혀 없었다.

 

그래서 열차 사진만 찍고 가기로 하고, 시간을 맞추려고 나라역 굿즈샵을 좀 보다가 플랫폼으로 들어갔더니 열차가 막 들어오고 있었다. 발차하기 전까지 시간이 꽤 있길래 열차 내부도 빠르게 둘러보려고 했는데 먹을 것을 판매하는 승무원이 너무 깍듯하게 '오하요고자이마스'를 해서 왠지 표 없이 이런 응대를 받으면 안 될 것 같아 바로 나왔다. 매우 아름다운 열차였다.

 

이렇게 비싼 열차를 그냥 공짜로 구경만 하고 (오히려 좋아?) 그냥 급행열차를 타고 돌아왔다. 급행도 상당히 빨랐다. 일본 열차들은 완행과 급행이 확연한 속도 차이가 나서 열차등급과 시간표를 잘 보고 타야 할 것 같다.

뭔가 애매한 저녁식사

이탈리아 음식

 

이코마역에 도착했다. 마지막 저녁인만큼 근사하게 먹기 위해 이코마 킨테츠백화점 6층 식당가의 이탈리아 식당을 갔다. 연어양파 샐러드와 파스타, 피자를 하나씩 주문했다. 근데 연어양파 샐러드는 진짜 '연어랑 양파만' 나왔고, 파스타는 뭔가 이탈리아식이 아니라 일본식 파스타 같았으며, 피자는 너무 얇았다. 가격이 그렇게 비싸진 않았으나 '근사하게 먹기'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곳을 다시 고를 수 있다면 다른 식당을 갈 듯.

 

디저트, 러닝, 기절

배가 고파서 마트에서 뭘 더 사먹기로 했다. 처음에는 스시를 먹자고 했으나 막상 1층에 내려가니 먹은 게 불어나서 그런지 스시를 더 먹을 수준은 아니었고, 그냥 인당 디저트 하나, 아이스크림 하나, 음료 한 잔씩 더 먹었다. 나는 롯데 메론 설레임이랑 복숭아 푸딩 하나, 그리고 무알콜 아사이 드라이 맥주를 샀다. 한국 롯데보다 일본 롯데의 빙과기술이 더 뛰어난 건지, 아니면 일본의 우유 수준이 더 높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 무알콜 맥주와 복숭아 푸딩도 맛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칼디라는 잡화점에 갔는데 무료로 주는 시음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드립백을 충동구매했다. 한국 와서 마셔봐도 여전히 맛있긴 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죄책감이 든다며, 친구가 6키로미터 달리기를 하자고 했다. 수영만 하던 나로서는 갑자기 달린 셈이라, 체력은 괜찮았으나 무릎과 발목이 너무 아팠다. 중간중간 걷다가 마지막 2키로미터 정도는 계속 걸어서 갔다. 그렇게 고통의 달리기를 마치고 마지막 밤이니 늦게까지 안 자겠다는 당초의 목적과는 다르게 집에 와서 스트레칭 조금 하고 쓰러져서 그대로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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