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실 후 은각사

7:00에 알람을 맞춰놔놓고 정작 9:20에 일어났다. 10시까지 조식이라 급하게 아침 먹었다. 조식은 매우 맛있다. 널어놓은 빨래가 마르지 않아 고심하던 차에 다행히도 퇴실 한 시간 전인 9:50쯤 건조기 자리가 났다. 숙소를 옮기는 날이라 짐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당일까지에 한해서 호텔에서 맡아준다고 한다.
나와서는 버스 타고 은각사에 갔는데, 길이 막혀 버스가 상당히 느리게 달렸다. 거의 40분 걸린 듯하다. 내려서 은각사로 올라가는 길은 기요미즈테라 입구와 비슷하게 상업화된 가게가 쭉 늘어서 있다. 우리가 갈 때 딱 사람이 몰렸는지 입장 대기줄이 길었다. 티켓창구가 하나만 열려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은각사 자체는 볼만했다. 처음에 들어가서는 사람도 많고 뭘 보라는 것인가 싶었는데,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까 풍경이 좋았다. 작은 언덕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코스로 되어있는데 언덕에서는 은각사의 전체적인 조망을 관람할 수 있고, 호수 주변으로 은각사 본당을 찍을 수 있다. 잘 찍히는 스팟에는 줄을 서서 찍는다.
철학의 길 산책. 점심식사 '애너밸 리'.

은각사를 나와서 철학의 길을 따라 내려갔다. 원래는 평점 좋은 우동집 '오멘'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대기인원이 너무 많았다. 소바집 '쥬고'에도 가봤으나 10월까지 열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점심시간을 피해서 오면 '오멘'의 대기가 줄어들까 하여 주변 사찰인 호넨인을 보고 왔다. 너무 고즈넉한 곳이었다. 사진도 멋지게 나온다. 유치원생들이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건물 안은 보지 않았고 정원만 둘러봤는데 입장료는 따로 없었다.

다시 돌아왔더니 오히려 대기자 명단이 늘어났다. 포기하고 소바집 '에치고'를 갔는데, 여기도 솔드아웃으로 팔지 않아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던 와중에 분위기 있는 바형 카페 '애너벨 리'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간단하게 중화풍 냉면을 시켜서 먹었고 가격은 800엔 정도. 현찰이 없어서 한참 편의점까지 걸어가서 만 엔을 뽑았는데 수수료가 무려 110엔 나왔다. 일본 여행 시 수수료가 면제되는 기준을 잘 알고 가야 할 것 같다. 동행인은 일본어가 되니 마스터와 상당히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보기 좋았다. 확실히 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면 여행의 밀도가 몇 배는 차이나는 것 같다. 분위기 좋은 밥집이었다.
철학의 길을 계속 내려와 신사 두 곳을 더 봤고 딱히 감흥은 없었다. 원래 계획했던 난젠지(남선사)까지 보지 않고 딱 철학의 길이 끊기는 곳에서 93번 버스를 타서 한 시간동안 달려 이라시야마 쪽으로 이동했다.
텐류지. 아라시야마 치쿠린. 노노미야 신사.

텐류지는 정원과 경내를 800엔에 볼 수 있는 표와, 정원만 500엔에 볼 수 있는 표로 나누어 판매한다. 경내 입장시간도 촉박했고, 굳이 건물 안을 보고 싶지 않아서 정원만 보았다. 정원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날씨가 좋아 사진이 매우 아름답게 나왔으나, 생각보다 정원 자체의 볼륨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텐류지 후문으로 나오면 바로 대나무숲인 아라시야마 치쿠린으로 이어진다. 대나무숲 역시 그리 크진 않은데 멋있었다.

노노미야 신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설인 (11세기 초) 겐지모노가타리에 등장한다는 오래된 신사인데,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일본스러웠다. 나무가 우거져서 낮이었는데도 어둡고 시원했다. 일본의 신사는 절과는 다르게 운영시간과 입장료가 따로 없이 항상 열려있는 경우가 대다수라서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신사에서 나와서 군것질거리를 몇 개 먹었다. (당고, 아이스크림, 치즈까스) '란덴' 열차를 타고 호텔로 다시 와서 짐을 찾았다. 란덴 열차는 전차처럼 도로 위에서도 달리는 게 특이했고, 오래되고 예쁜 열차로서 그 자체로 타볼만한 관광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가격은 250엔으로 버스보다 살짝 비싸다.
교토 → 이코마 이동. 이코마 킨테츠 백화점 저녁식사.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 한큐-카라스마(직결)킨테츠교토-킨테츠나라 순으로 세 번 갈아타서 왔다. (계통상으론 4개 노선을 탄 것이다.) 킨테츠의 급행은 코레일의 그것과는 다르게 급행다운 급행이라 생각보다는 빠르게 왔다. 위의 사진은 야먀토사이다이지 역에서 이코마 역까지 가는 난바행 쾌속급행 열차.

체크인을 하고 나서 이코마역에 부설되어 있는 킨테츠 백화점으로 밥 먹으러 갔다. 6층이 레스토랑이 모여있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 보이는 메뉴가 많아서 내일 저녁에 또 오기로 했다. 양식과 일식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일식으로 결정해서 가츠동 + 우동 세트를 먹었는데 배고파서 그런지 맛이 감동적이었다. 이코마의 일식에는 감동이 있다.
간식을 사러 역 내 패밀리마트를 갈까 하다가, 1층에 킨쇼라는 대형마트가 있어서 아이스크림과 푸딩, 과자를 사왔다. 막상 사와보니 스푼이 동봉되어있는 형태가 아니라서 당황스러웠다. 숙소 측에 문의해보니 주방 기물을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말차 아이스크림, 쟈지푸딩, 과자를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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