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눌음안경
저번 여객기 탑승 글에서 언급했듯, 새벽에 급하게 나오다가 맞춘지 반 년도 되지 않은 안경을 부숴먹었다.
렌즈를 챙겨왔기 때문에 당장 운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애초에 비상용으로 가져온 거라서 넉넉하지 않았다. 여행 내내 비상계엄령을 선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제주공항에서 렌터카를 픽업한 뒤 가장 먼저 들른 경유지는 웃기게도 안경점. 급하게 네이버 지도에 여러 곳을 검색해본 뒤 경로에 맞는 "수눌음안경"을 방문하기로 했다.
영락없이 여행 왔는데 안경이 부러져서 방문한 사람인 게 티가 났는지, 처음에는 렌즈로 며칠 버티는 게 어떠냐고 여쭤보셨다. 렌즈가 부족하다고 말씀드리자 최대한 기존 안경테랑 비슷해서 렌즈를 그대로 끼울 수 있으면서도 저렴한 뿔테를 찾아주셨다. 가격은 만 원.
어디 갈 건지도 여쭤보시고, 주차가 되는지 몰라서 두 번이나 전화드렸는데도 자세히 응답해주시는 등 되게 친절하셨다. 사장님 취미신지 가게 안에 나무로 만든 오토마타들이 상당히 많이 전시되어 있다. 흥미로워서 이것저것 여쭤보고 싶었는데, 관련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어서 "움직이기도 하는 건가요?"만 물어보고 나왔다. 답변은... 움직인다고 한다.
다행히도 원래 안경은 집 주변 단골 안경점에서 잘 고쳐줘서, 지금도 멀쩡하게 쓰고 있다.
국립제주박물관
그리고 방문한 곳은 국립제주박물관. 마침 방문했을 때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 이건희 회장 기증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유명한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포함해 귀한 작품들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눈을 끌었던 건 엄격, 근엄, 진지한 글과 그림이 아닌 도깨비나 해태 같은 무서우면서도 귀여운 조각상들.
공공기관답게 전기차 충전소도 있어서 방전의 압박 없이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첫번째 댄 곳이 고장이라 옮겨대긴 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앞뜰이 잘 조성되어있어서, 관람 전후로 산책하기에 좋았다. 비가 그치고 난 뒤라서 운이 좋기도 했다.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고 블로그를 1.5개월간 방치하고 있었다. 여행기를 빨리 완주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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