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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비올라 연주

정말 오랜만의 합주... 오랜만의 비올라

by 누에고치 2021. 8. 27.

저희 대학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는 금년 정기 연주를 포기했지만, 타대의 경우 정기연주회를 강행하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위드 코로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극초기에는 4인 이상 집합금지로 모든 아마추어 공연이 취소, 축소되는 방향이었지만 점차 '방역수칙을 잘 지켜서 실행하면 허가해주겠다'는 곳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객원 연주를 두 곳 가게 되었습니다. 군입대 전 자대 오케에서 연주해보지 못하고 타대 객원으로만 가게 된 것은 아쉽지만, 매번 외부 연습실 빌려서 연습하면 그게 다 돈이더라구요... 저희 쪽이 포기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지난 6월 앙상블에서 슈베르트 세레나데를 마친 뒤 두 달 만에 꺼내보는 악기입니다. 그때도 대충 두세 번 연습해서 끝낸 거라 사실상 열심히 한 건 지난 11월 객원연주(차4/라피협2)가 마지막이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지난 화, 목요일 연습을 갔다 왔습니다. 사실상 10달만에 제대로 된 합주를 다시 해보는 셈입니다. 그래도 간간히 꺼내서 연주를 하다보니 비올라 상태가 나쁘진 않았지만 손이 많이 굳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비브라토도 여전히 엉망이고...

 

아마추어 악단들은 돈이 항상 부족하다보니 교통이 안 좋은 곳에 연습 장소를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번 주 연습했던 곳도 직선거리로는 가까운데 산이 가로막고 있거나 해서 빙 둘러가야 하더라고요. 왕복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목요일 연습 때는 비올라가 저 혼자밖에 없었습니다. 러시아에서도 이랬는데, 참 부담스럽습니다. 저희 오케스트라에서는 항상 비올라 동료가 있어서 혼자 합주한 적은 없었거든요.

 

게다가 차이콥스키랑 라흐마니노프 곡 특성상 비올라 솔리나, 바이올린과 티키타카 주고받는 부분이 꽤 있어서 곤혹스러웠습니다. 아예 박자 놓치면 저 때문에 다시 해야 되고... 박자 안 놓치는 데에 집중하고 또 혼자라는 점에서 긴장이 되어 음정은 하나도 못 잡은 것 같습니다.

 

이제 리허설 3번 거치고 바로 연주로 들어갑니다. 그때는 물론 더 훌륭한 비올라 주자들이 제 연주를 가려주긴 하겠지만요 ㅋㅋㅋ

 

본업에 충실하면서 취미까지 꾸준히 하는 삶은 제게는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체력의 문제와 의지의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마추어 수준에서 이 정도면 연차 대비 평균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고 어느정도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항상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연습 열심히 안하는 아마추어의 숙명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괜스레 말이 많았습니다. 원래 프로는 말이 없는 법입니다. 아마추어니까 이것저것 떠드는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블로거들이 서로 재잘재잘 소통하는 그런 재미... 그런 재미로 취미생활을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주절주절 써둔 글임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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