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비올라를 구입하기 위해 서초동 악기사를 친구들과 함께 한 번 돌았습니다. 원래는 두세번 돌고 나서 서초동에서 구입할 생각이었는데, 중고나라에 딱 고려하던 수준의 홍성우 비올라가 올라와 구매하는 바람에 추가적인 악기사 투어는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악기사 투어에서 느꼈던 바와 정보를 공유합니다. 순방한 곳은 효정악기, 은파악기, 그리고 스트링제이(스캇카오)입니다. 아래 글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2020/11/22 - [클래식] 100-200만원대 비올라 구입시 참고할만한 정보
효정악기 / hyojeong.com / 남부순환로317길 14
200만원 이상을 고려한다고 하니 HA-600부터 900까지 준비해주셨습니다. 가장 첫 방문이다보니 시간조절에 실패해, 1시간 정도 예상했는데 살짝 오버했습니다. 국내 최대의 현악기 브랜드파워를 가진 악기사답게, 딱 가격대에 맞는 소리를 내어주는 것 같습니다.
모델별
- HA-600 (200만원) 굉장히 얄궂은 것은 600과 700의 차이입니다. 600까지는 고급 연습악기같은 느낌이 조금은 든다면, 700부터는 확실히 소리가 다릅니다. 아예 쓰는 나무 자체랑 공법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600 사려다가 700 사서 나왔다'는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더군요.
- HA-700(270만원)
- HA-800(330만원) 올라간 가격 대비 메리트는 적은게, 700으로 생산한 악기 중 잘 만든 악기를 800으로 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700보다 소리가 좋은 악기가 많은 것은 맞습니다.
- HA-900(400만원) '돈 없는 예고생도 사용할 정도'라는 평이 틀린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가격대의 올드는 복불복이기 때문에 효정을 길들여 쓰는 것도 나쁜 선택지가 아니라는 생각이겠죠? 제대로 된 현악기의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적인 감상
- 명성처럼 엄청 클 줄 알았는데, 우드 소재로 인테리어된 아담하고 아늑한 동네 도서관 느낌이었어요!
- 전반적으로 효정악기는 살짝 무겁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 이 가격대에서는 16.5사이즈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HA-300 16.5를 켜보니 조금 버거웠고 남자들도 16.5를 켜는 사람은 드물다고 해 배제했습니다. 한편 15.5와 16인치의 음량 차이가 상당히 커서, 무조건 16인치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정찰제라고는 하나 모든 악기가 동일한 소리를 내진 않습니다. 그래서 효정 악기를 사기로 맘먹었다면, 첫 방문에선 모델별로 켜보고 어떤 모델을 살지 정하고, 두번째 방문에서 특정 모델의 특정 사이즈로 나온 악기들을 많이 켜보고 그중 맘에 드는 것을 정하기를 권합니다.
은파악기 / eunpastring.com / 반포대로9길 7
가장 현악기 매물이 많은 악기사답게, 자체 브랜드로 악기를 생산합니다. 위탁악기 및 타사 악기도 많이 취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효정악기처럼 가격대에 맞는 소리를 내어주는데, 조금 편차가 크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홈페이지상으론 5개 분류밖에 없지만 실제로 방문해보면 세부모델이 더 많은 듯합니다.
모델별
- 150만원짜리 악기는 현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습악기 느낌이 다분히 났어요. 150만원이면 현악기에선 저렴하지만 그래도 아이패드 프로를 살 돈인데, 제 경우엔 샀어도 만족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아마 Gloria 모델이었던 것 같습니다.
- 250만원짜리 악기는 괜찮았습니다. 딱 가격에 상응하는 소리였어요.
- 350만원짜리 악기의 소리가 맘에 들었습니다. 라벨은 은파 자체브랜드인 Grace Concert. 잘못 들었나 싶어 다른 매물도 검색해봤는데, 1982년 Grace Concert를 에프홀에서 파는 것이 있어 링크를 걸어드립니다.
- 500만원짜리 악기 소리는 너무 부드러웠어요... 효정 900처럼, 딱 이 가격대가 제대로 된 악기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적인 감상
- 서초동 최대 규모 현악사답게 매장이 현대적이고 엄청 커요! 다만 실제로 켜보는 공간의 넓이는 그냥 방 하나 정도입니다.
- 은파악기는 매물이 많은 만큼, 사이즈 및 가격대를 정확히 설정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공식처럼 효정 효정만 생각했는데, 은파악기 자체브랜드 악기가 생각보다 괜찮자 다른 국내외 브랜드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다만 6-70만원 차이로 딱딱 떨어지는 효정악기에 비해선 가격대 대비 소리의 편차가 조금 있다는 느낌입니다.
- 일정상 효정악기에서 늦어졌고 스캇카오도 가야 했었기에 느긋하게 못 켜본 점, 그리고 바이올린 켜는 친구가 일이 있어서 잠깐 어디 갔다온지라 남이 켜는 걸 못 들어본 점이 아쉬웠습니다.
스캇카오 / string-j.com / 서초중앙로 15(601호실)
스캇카오 본인과 친분이 있으시다는 사장님 1인이 하시는 작은 악기사였습니다. 아무래도 스캇카오 악기를 들여와서 파는 수입처 역할이다보니 통상적인 악기사보다도 작은 규모였습니다.
모델별
- STA-017(95/140만원) 솔직히 말하자면 애초에 고민하던 모델이 아니기에 뚜렷한 감상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나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STA-750(190/240만원) 과연 가성비를 강조하는 스캇카오답게 HA-600이나 700보다 확실한 메리트가 있는지 궁금했던 모델입니다. 저는 600보다는 확실히 나았고 700-800보다도 살짝 나았다는 느낌이었는데, 같이 온 친구들 그렇지 않다며 의견이 확 갈리더라구요. 만약 효정과 비교해서 200만원대에서 구매했어야 했다면 저는 그래도 750을 샀을 것 같습니다.
- 왼쪽 가격은 악기본품 기준 / 오른쪽 가격은 케이스, 송진, 활 등을 포함하는 '미니멀 패키지' 기준입니다. 저는 케이스, 활, 어깨받침은 사야 했기에 아무리 아껴도 25만원이라 일단 미니멀 기준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전반적인 감상
- 서초동 한복판 주상복합 오피스텔 6층 작은 방에 악기사가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 악기에 기본현(쇠현)이 걸려있는 게 아쉬웠습니다. 사장님은 어차피 조만간 나갈 악기이니 도미넌트로 걸어놓으시겠다며 교체하면 소리가 훨씬 나을 거라고 하시던데, 제가 악기를 다른 곳에서 구매하게 되면서 정말 그럴지는 미궁에 빠져버렸습니다. 750 모델은 딱 하나였으니 이미 도미넌트를 걸어놓은 그 악기는 누군가 사가셨을 지도 모르겠군요.
- 탁자 위에 놓여있던 바이올린 750들을 켜볼걸 그랬습니다. 사장님께서 '바이올린과 비올라 750의 품질은 거의 비슷하다'라고 하셨으니 그걸 켜봤다면 도미넌트를 끼웠을 때의 비올라 750도 유추해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 같이 갔던 일행은 너무 악기사보단 사업가같다며 구입을 만류했는데, 저는 가성비를 강조하는 스캇카오 특유의 느낌을 알고 갔기에 그렇게까지 느끼진 않았습니다.
- 그러나 가성비로 따지면 밍장주라는 더 빛나는 선택지가 있고, 신품이길 포기한다면 개인중고거래 및 위탁악기 구매라는 길도 있기에, 아무래도 제가 스캇카오를 구매하게 되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개인중고거래로 비올라를 구입하게 되면서(밑의 글 참고) 이날의 악기사투어는 실제로 악기를 구입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단, 그저 '어떤 가격대에서 어떤 소리가 난다'는 것을 파악하기 위한 발품의 단계가 되어버렸습니다.
어쨌든 악기를 사랑하고 취미로 연주하는 입장에서 재밌는 경험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중고거래로 악기를 사버려서 더욱 많은 악기사, 더욱 다양한 악기를 못 들러보고 못 켜본 것이 아쉬울 정도였으니까요. 실력이 많이 올라 더 좋은 악기를 사기까지 또 못 해볼 경험인 것 같습니다.
만약 비올라 구입이나 연습에 관한 질문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댓글 달아주세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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