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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공연 감상

교향악축제 2021.4.13. 대전시향 감상후기(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 말러 6번)

by 누에고치 2021. 6. 7.

매년 예술의 전당에서는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 축제'가 개최됩니다. 대전시향, 서울시향, 대구시향 등 전국의 국공립 오케스트라들이 약 2-3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정규 교향곡 편성을 연주하는 자리인데요, 올해 저는 말러를 직접 듣고 싶었기에 각각 말러 6번, 말러 4번을 연주하는 대전시향과 수원시향의 연주를 관람했습니다.

 

공연정보

2021. 4. 13(화) 19:30

대전시향 연주

제임스 저드 지휘

문지영 협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

W. A.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K. 488

G. 말러 - 교향곡 제6번 '비극적'

대전시향 제임스 저드 지휘자 인사 장면.

모차르트 교향곡 제23번

모차르트 특유의 재빠른 멜로디 전개가 잘 드러나는 곡이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퍼바와 세바가 연주하고, 이어서 플룻이 재빠른 멜로디를 이어가는 것이 참 좋았고, 플룻 두 대가 화음으로 부드럽게 나가는 것도 좋았습니다. 뒤뚱거리는 거위 같은 느낌의 바순이 그런 빠른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도 인상깊었고요.

 

오른쪽 앞쪽 좌석이라서 비올라가 잘 들리긴 했지만, 모차르트의 작곡 특성상 비올라가 두드러지는 곡은 아니라서 조금 아쉬웠네요 ㅋㅋㅋ 대신 첼로랑 베이스가 현 소리를 잘 받쳐주는 것을 잘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독주자(피아노)도 완전히 뛰어난 거장이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모차르트에 걸맞는 깔끔한 연주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차르트 곡에 나오는 오보에 선율을 좋아하는데, 예습을 안하고 와서 그런지 오보에 독주는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앵콜로 쳐주신 솔로곡은 서정적인 분위기였고, 참 좋았습니다. 예술의 전당에는 당일 무대 앞쪽 화이트보드에 앵콜곡을 적어주는데요, 저는 미리 확인하지 못했고... 나올 때 확인하는 것도 잊어버려서... 어떤 곡인지는 완전히 미궁이네요.

 

구스타프 말러 - 교향곡 제6번 '비극적'

사실 말러 교향곡 제4번과 제6번을 동시에 예매해서 이 날이 4번의 연주일로 알고 갔는데, 6번 전주부가 딱 나와서 사실 당황했습니다 ㅋㅋㅋ 지하철에서도 아바도 지휘의 4번 계속 들었는데... 현실이 엄청나게 바쁜 것도 아닌데, 프로그램 내용도 제대로 안 보고 가다니... 제가 생각해도 참 클래식 하수다운 행동이네요.

1악장

4번의 잔잔한 시작을 기대해서 그런지, 6번의 초반부는 시작부터 압도적입니다. 이전 시대로 치면 4악장을 1악장으로 끌고 온듯한 느낌을 줍니다. 초반부터 퍼커션의 활용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추후 계속 언급이 될 것 같네요.

 

악장 솔로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대부분 구슬픈 선율입니다. 참 멋졌습니다.

 

아무래도 과장 조금 더하면 비올라 수석 악보도 같이 보는(?) D블록 1열에 앉기도 했고, 제가 비올라를 취미로 하다보니 말러 6번 연주에 있어 비올라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우선 무엇보다 비올라 수석님께서 연주를 잘 하신다 / 또는 모션이 자연스럽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곡에 따라, 또 수석 개인의 성격에 따라 적극적으로 이끌어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데, 대전시향은 전자였던 것 같네요.

 

모차르트나 베토벤을 넘어서 본격적인 낭만 작곡가들의 현악기 사용 방법을 살펴보면, 멜로디 전개에 계속 바이올린을 쓰지 않고 비올라로 악센트를 주는 작곡 기법이 어느 시점부터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말러의 경우도 이런 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네요.

 

또 비올라랑 첼로가 같은 선율을 연주하며 나오는 부분도, 베토벤이나 드보르작에 비해 절대적인 악기 댓수가 많으니까 압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후반부 선율은 파솔, 라시- 의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또한 후반부의 퍼커션, 특히 북류 악기들은 웅장한 느낌을 더욱 극대화합니다. 선율을 잘 짜서가 아니라 울리는 진동에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아서, 더욱 감각적인 클래식 감상이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최후반 마무리까지 그렇게 웅장하게 퍼켜션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2악장

1악장과는 다르게 나른한 스타트를 보여줍니다. 

 

퍼바 유니즌이 좋았습니다. 멜로디는  오보에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이어서 잉글리시 혼이 나옵니다! 드보르작 9번을 연주할 때 2악장에서 특징적인 악기여서 참 반가웠었는데, 오보에의 이조악기지만 오보에와는 또 다른 특유의 선율을 실제로 들으니까 참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오보에가 멜로디를 받는 구는 두 번 정도 나옵니다.

 

악장 솔로가 아니라 악장의 연주만 더 세게 해서 튀어나오는 기법이 활용된 것 같은데, 다른 곡에서 잘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라 신선했습니다.

 

차이콥스키도 그렇지만 모더니즘이 찾아오기 직전까지의 낭만 클래식들은 영화 음악같은 조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러의 경우도 난폭한 선율의 악장이 아닌, 2악장처럼 차분한 악장에서는 이런 조성이 보이는 것 같아요.

 

1Vn 2Vn Va Vc로 현악 사이에서 내려오는 것도 세련되게 작곡을 해두었습니다. 단적인 비교를 해보시고 싶은 분께서는 베토벤 7번 4악장에서 어떻게 내려오는지 들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시대와 작곡가 개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적인 비교입니다. 저는 베토벤의 팬입니다!)

 

아래는 제가 연주를 들으면서 좋다고 생각했던 몇 가지 멜로디들인데, 악보를 인용할 수가 없어서 적어만 두겠습니다.

  • 기본적으로 G Eb Eb G Ab-의 선율이 계속 반복됩니다.
  • 아마 첼로가 Bb...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Db!....로 올라가는 음계 꺾기 같은 기법을 보여줍니다.
  • 영화음악같은 바이올린 E A C# E
  • D F# A# B
  • 목관 앙상블 직후  첼로의 웅장한 저선율 연주  A B G# F# G
  • F#.... G

최후반부의 플룻 독주도 좋았습니다.

 

3악장

1억장처럼 힘차게 시작하는데, 세 박자라는 점이 다릅니다. 3박자 행진곡풍을 현악으로도 낼 수 있다는 게 색다르고, 놀라웠습니다. 물론 완전 금관 행진곡풍은 아니고 다른 무언가가 느껴지지만요.

 

갑자기 목관앙상블이 나옵니다. F#C#F#C#의 선율처럼 전체적으로 조용했다가 갑자기 포르테가 되는 구성이 많이 보입니다. 이후 금관이 나오는 부분부터 곡이 재밌어집니다.

 

악기의 사용이라면 비올라가 주는 특이한 느낌, 특히 C현을 잘 살린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딱딱 거리는 퍼커션의 활용, 뮤트 넣은 트럼펫 활용이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4악장

4악장은 공연 당시 적은 메모가 너무 중구난방이라 항목별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악기 사용과 구성

퍼커션

  1. 첼레스타로 의문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퍼커션을 빼면 말이 안 되는 말러 답습니다. 
  2. 망치는 말러 6번 최대의 특징인데, 이번 대전시향 연주에서는 망치를 참 잘 친 것 같습니다. 마치 제가 맞는 것처럼 진동이 전해지더라구요. 첫번째 망치가 쳐진 이후에는 잠시 소강상태가 연출되서 더욱 대비되었습니다.
  3. 두 번째로 나오는 망치도 맞는 줄 알았습니다. 무서워서 눈을 감을 정도... 흔히 '말러의 망치'라고 하면 이 부분이 더 유명한 등장선율인 듯합니다.
  4. 징과 첼레스타의 사용은 이전까지의 클래식 곡들과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5. 종도 퍼커션의 일부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종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이 중 음이 있는 종은 성당 종의 느낌이 나고, 음이 없는(또는 불명확한) 종은 제가 듣기에는 왠지 거슬렸습니다. 

목관

  1. 베이스 클라리넷 정도가 특이한 느낌을 줬던 것 같네요.
  2. 오보에 등이 악기를 앞으로 향해 부는 기법을 씁니다. 그런데도 다른 악기에 묻혀서 잘 안들리긴 했어요...
  3. 플룻소리는 언제 들어도 예쁘더라구요. 6잇단음 멜로디나 솔로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작곡 기법과 선율

  1. 잊을만하면 메인 멜로디가 나옵니다. 메인 멜로디 조금 전의 강조점 쯤에 비올라가 사용되네요.
  2. 또, 잊을만하면 나오는 악장 솔로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3. 현대적인 작곡기법이 눈에 띕니다. 클라리넷이 부는 E F# A C F# 등...
  4. 초반부에는 레 레..도 시 같은 선율이 반복됩니다.
  5. 4악장에서는 크고 웅장한 소리가 페이즈의 전환점으로 쓰입니다.
  6. 희망적인 장조로 가다가 단조로 전환하는 구조가 반복되었습니다.
  7. D EE F 같은 긴장음에서 갑자기 바이올린 - 호른 - 목관으로 이어지는 평화로운 음이 연주됩니다.
  8. 오보에 솔로가 첼로 솔로랑 주고받는 부분도 참 좋았습니다.
  9. 후반부에도 D F C B Bb 처럼 현대적인 음 진행이 눈에 띱니다.
  10. 금관악기끼리 주고 받는 부분도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라 화음이 쌓여서 아름답게 연출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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