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Op.35 감상후기

말도 안되게 오래 지속되고 있는 전염병 때문에, 제대로 된 클래식 공연을 보지 못하고 방구석에서 클래식을 감상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번 글도 방구석에서 유튜브로 감상한 율리아 피셔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다룹니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

협연 율리아 피셔

지휘 바실리 페트렌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영상 링크

 

멘델스존, 브람스 협주곡과 함께 가장 유명하고 많이 연주되는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입니다. 작품을 많이 남긴 차이콥스키지만, 바이올린 협주곡은 유일하게 한 작품, D장조 협주곡만 남겼습니다.

 

1악장

1악장은 마치 교향곡 중간을 끊어놓은 것처럼, 통통 튀는 극초반부 후 현악기를 주축으로 악상을 조금씩 쌓아가며 주제를 향한 로딩을 해갑니다. 그렇게 28마디(약 1분+)만에 주제가 나옵니다.

 

1악장의 주제 일부.

중독성 있는 곡들의 특징은 별것 없어보이는 주제가 계속 반복되어 우리 귀를 모르는 사이에 장악하고, 심지어 최고조된 분위기에서 주제가 포르티시모로 등장하면 감격스럽기까지 하단 점입니다. 이는 거의 모든 작곡가가 구사하는 스킬이지만, 특히 차이콥스키나 베토벤, 드보르작의 곡에서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차바협도 마찬가지로, 위의 몇 마디 되지않는 주제가 곡 내내 등장하며 고조와 하강의 균형을 적절하게 잘 맞추는 것 같습니다.

 

2악장

2악장은 통상적인 작곡형식과 비슷하게 잔잔하고 애상적인 악장입니다.

 

2악장 주제 일부.

제가 비올라를 해서 그런지, 유독 (관악기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다고 하는) 바순의 사용에 관심이 갑니다. 바순은 드보르작의 경우처럼 들릴듯 안들릴듯한 감초같은 선율로 쓰는 것도 좋고, 하차투리안의 일부 작곡에서처럼 둥둥거리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낮은 베이스로 쓰는 것도 좋지요. 차이콥스키 역시 바순의 부드러운 선율을 2악장에서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악장에서는 또 땃따앗따(♪♩♪/2악장)의 리듬이 활용되어 반복되는데,  땃땃따 따라라란 (♪♪♩ ♪♪♪♪/3악장)과 함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연주하고 나면 기억에 맴도는 리듬입니다.

 

주제에서 살짝 벗어난 느낌이지만 번스타인은 베토벤이 멜로디 자체를 창작하는 능력은 떨어졌지만 화성과 다양한 음악적 기교로 이를 극복해 대작들을 써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차이콥스키는 멜로디마저 어느정도 중독적으로 잘 쓰고 서유럽 낭만주의 전통을 이은 작곡가다보니, 베토벤보다 살짝 더 대중적이고 중독성있는 작품을 많이 쓴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래는 번스타인의 언급이 담긴 영상입니다. (5:11~)

 

유튜브 링크 / youtu.be/OuYY1gV8jhU?t=311

베토벤의 교향곡 작곡방식에 관한 번스타인의 설명

 

참고자료

피셔와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의 연주 영상입니다.

유튜브 링크 / www.youtube.com/watch?v=ovFPKu00cCc

율리아 피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라이브 녹음.

아래는 악보와 함께 볼 수 있는 버전입니다.

유튜브 링크 / www.youtube.com/watch?v=anku3l8Nff4

Julia Fischer, Yakov Kreizberg, Russian National Orchestra(2006)

IMSLP 링크 / imslp.org/wiki/Violin_Concerto,_Op.35_(Tchaikovsky,_Pyotr)

Violin Concerto, Op.35 (Tchaikovsky, Pyotr) - IMSLP

10월 5일 적어놓고 발행하는 것이라 마무리가 급작스러울 수 있습니다. 더 양질의 글을 적어내지 못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