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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공연 감상

[클래식]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6번 '비창' 관람후기

by 누에고치 2021. 2. 22.

공연정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비창'

2021년 02월 19일 금요일 19:3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S(합창석) / 15,000원

 

연주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 홍석원

협연 양인모(바이올린)

 

프로그램

  • 차이콥스키 - '예브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이즈'
  • 차이콥스키 -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Op. 35
  • 차이콥스키 - 교향곡 제6번 나단조 Op.74 '비창'
  • (앵콜) 슈베르트 - 가곡 '마왕'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회 '비창' 무대인사


 

국내 3대 오케스트라인 코심답게, 전체적으로 무난한 연주였습니다. KBS나 시향에 밀린다는 사람도 있고, 요즘 좋아졌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저는 후자의 의견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라흐마니노프 공연을 보러 순수 사립오케스트라인 밀레니엄심포니 공연을 들어보니 확실히 3대 공립오케스트라와는 차이가 큽니다.

 

서곡 - '예브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협주곡과 교향곡을 보러 온 공연이었습니다. 그래서 서곡은 큰 관심이 없었고, 당일 공연장 앞에 와서야 제목을 확인할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곡이 시작하고 '아, 이거!'하면서 알아챈 몇 번 들어봤던 익숙한 곡이었고, 결과적으로는 재밌게 들었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Op. 35

조성진과 함께 국내 팬들이 엄청나게 많은 솔로이스트인 양인모의 연주였습니다. 이렇게까지 유명한 연주자의 공연을 본 건 사실 처음입니다. 정말 멋졌습니다. 팬들이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저는 괜히 멋져보이려고 오버하는 연주는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양인모의 연주는 그다지 과하게 오버하는 느낌이 아니면서도 심취한 분위기였습니다. 멈춰있는 카메라 사진보다 연주 중인 실물이 더 잘생겼다는 평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협 자체에 대해 얘기하자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바협이니까 당연히 재미있게 들었는데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2악장이 더 부드럽게 연주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느낌보다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차바협 자체에 대한 조금 더 심도있는 글은 예전에 써둔 감상후기를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교향곡 제6번 나단조 Op. 74 '비창'

차이콥스키 5번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교향곡 6번 '비창'입니다. 정말 깔끔한 연주였고 지휘자 표정과 모션이 정말 배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려했습니다.

 

1악장은 제가 동영상에도 삽입해본 적이 있는데, 정말 길지만 지루하지 않게 3-4부분 정도로 다른 페이즈가 펼쳐집니다. 맨 처음의 바순 소리도 정말 좋았구, 중간 부분의 눈내리는 디즈니 동화같은 스트링 프레이징도 정말 좋았고, 은은히 떠나가는 범선이 연상되는 마지막 부분도 정말 좋았습니다.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네요. 정말 좋았습니다.

 

2악장은 춤곡 비트가 들어가있는 흥겨운 악장입니다. 기분 탓일진 모르겠지만 고개를 살짝 흔들다가 똑같이 고개를 흔들던 건너편 사람과 눈이 마주쳐서 가만히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연장에서의 감각이 과장된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아마 저만 그렇게 느낀 것 같지만, 하하. 그 정도로 흥겨운 멜로디입니다.

 

3악장은 독특한 악장인데, 마치 째 깍 째 깍, 하는듯한 리듬이 인상적입니다. 마지막이 너무 장대하게 끝나서 실수로 박수를 치기 딱 좋은 악장인데, 한 분 정도가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다행히도 금방 눈치를 채신 것 같습니다.

 

4악장은 비창에 비창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악장이라고 생각됩니다. F# - E D C# B C# - 의 기본 멜로디가 계속 변주, 반복되면서 끊임없이 절망에 빠져드는 악장인데요. 중간에 우울이 격화되는 부분까지, 우울증을 음악화시킨다면 차이콥스키 6번 4악장이 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관객매너는 아무래도 평소 관람객의 1/3이라 그런지, 모두 괜찮았습니다. 다만 중대한 결함이 있었는데요. 비창 4악장 특성상 마지막에 지휘자가 뒤돌 때까지의 정적도 공연의 일부인데, 한 관객분이 박수를 쳐서 조금 맥빠진 듯 공연이 끝났습니다. 집에 빨리 가셔야 됐던 걸까요. 흠... 30초만 더 기다리셔도 됐을 텐데요.

 

참고로 저는 KBS교향악단의 비창도 관람한 적이 있었는데요. 감상후기는 아래의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타

공연 전에 저희 학교 오케스트라 동아리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5명 이상 취식이 안 되는 관계로 두 팀을 나눠서 밥을 먹었습니다. 예당 앞 중국집인 '부라문'이었는데 정말 맛있는 집이지만 이날은 속이 안 좋아서 그릇을 비우지는 못했습니다. 먹는 속도가 빠르고 입도 짧아 항상 첫번째로 식사를 끝내는 저답지 않은 일이었네요.

 

이날따라 늦게 일어나서 급하게 가느라 사실 머리도 못 말리고, 아무거나 주워입는 탓에 전혀 공연장에 어울리지는 않는 차림새를 하고 갔습니다. 처음 뵙는 분들도 있었는데 조금 더 신경써서 갈걸 그랬습니다. 이날도 입지 못한 코트는 옷장에서 먼지가 되어가고 있는데, 날씨가 따듯해지면 입을 날이 더 많아지겠죠?

 

아무쪼록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도 있었고 처음 뵙는 분들도 계셔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동아리 사람들 여럿이서 같은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 같습니다. 제가 갈 곳을 항상 제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큰 공연장과 가까운 곳에서 배우거나 근무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

 

오늘 글 마칩니다. 모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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