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클래식/공연 감상

191213 KBS교향악단 차이코프스키 비창 감상후기

by 누에고치 2019. 12. 14.

공연정보

2019. 12. 13 (금)
예술의전당

 

지휘 파비오 루이지
연주 KBS교향악단


(본 리뷰는 비창 관람 직후에 쓴 리뷰이므로 지나치게 감상적일 수 있습니다.)

들어가며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 6번, 비창은 자살 직전 마지막 작품으로 차이콥스키의 우울함을 정말 잘 담은 작품입니다. (특히 1, 4악장)

어디선가 KBS향은 시향보다 별로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서곡부터 굉장히 잘했고 (글린카/ 루슬란과 류드밀라) 바협도 무난했고 비창은 엄청났어요...

 

악장별

1악장부터 바순이 연주하는 우울한 선율에 귀를 기울여보아요. 선율은 이어져 이어져 계속 우울감을 더해요. 어느순간 현악기가 받아서 연주가 이어져요.

듣다 보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현악기 위주 선율이 들려와요. 우울과 평온을 넘나드는 곡이에요.

연주가 이젠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빰!!! 큰 타격음이 나면서 또 하나의 프레이즈가 시작돼요. 이렇게 왔다갔다하던 1악장은 마침내 피치카토와 목관의 평온한 연주로 마무리됩니다.

보통의 심포니보다 훨씬 큰 기복을 보여주는 1악장은 20분 정도에요. 1악장만 들어도 약간 에너지를 뺏긴 기분이 들어요. 그렇지만 다음에 기다리는 2악장은 훨씬 나아져요.

 

2악장은, 경쾌한 춤곡이에요. 정확히 뭐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어요. 차이콥스키스러운 춤곡 악장인데다가 9분이라 즐겁게 듣다보면 금방 지나가니까요.

 

3악장은 정말 특이한 악장이라고 생각해요. 4박이면서도 스케르초스러운(3박 춤곡임) 선율로 시작하는 도입부도 정말 신기하고 시원하게 내지르는 유일한 피날레도 정말 좋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오... 악장 끝나고 일부 관객들이 박수를 쳐서 모두들 당황했어요. 화가 났다기보단 다들 '어...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 놀랐던 것 같아요. 사실 저도 발표에서 비창을 안 다뤄봤으면 몰랐을 거에요. 3악장의 피날레가 워낙 강력해서 교향곡이 끝나는 느낌이 나니까요. (교향곡의 통상적인 피날레 패턴인 '빰- 빰- 빠암—'이 비창에서 등장하는 것은 오직 3악장 뿐이에요.)

4악장은 비창적 우울함의 상징이에요. 눈을 뜨면 왠지 특정 악기만 보게 돼서 눈을 감고 들었는데요. 차이콥스키는 천재에요. 악기들의 특징이랑 화음을 정말 잘 썼어요. 듣고만 있어도 눈물이 나는 악장이에요. 현악기의 부드러운 음색과 호른의 붕 뜨는 느낌, 등을 굳게 하는듯한 트롬본 소리까지 너무나 우울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겨울왕국2 볼 때처럼 눈물이 날 뻔했어요.

 

총평

뭐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어요. 작품 해석을 한 가지로 하는 것도 안 좋아하고, 작가의 삶과 너무 많이 연결짓는 것도 안 좋은 것 같아서 더욱 그래요. 그렇지만 정말 잘 쓴 곡이고, 차이콥스키스러운 곡이에요. 특히 4악장은 너무 우울해서, 차이콥스키가 우울증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순 없을 정도에요.

비창은 정말 듣고 나면 힘이 빠져요. 안 좋은 의미는 아니에요. 오히려 울고 났을 때처럼 슬픔을 분출해서 조금 더 살만한 세상이 온 느낌이 들어요. 슬플 때 차이콥스키 5, 6번을 듣는 건 정말 좋은 선택이에요.

정말 훌륭한 곡이고 훌륭한 연주였어요.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꼭 직접 들어보세요. 유튜브로 봤을 때도 좋았는데, 직접 들으니까 정말 훌륭해요.


보잘것없지만 악곡 리뷰가 도움이 되었다면 아래의 하트 눌러주시면 큰 힘이 돼요.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