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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세이,레포트

『우리들』 - 같아야만 하는 ‘우리들’에 반대하는 목소리

by 누에고치 2021. 3. 30.

『우리들』 -  같아야만 하는우리들에 반대하는 목소리

E. 자먀찐의 『우리들』을 읽고 쓰는 에세이

* 본 레포트는 학과 및 강의 과제로 제출된 것으로, 작가의 별도 허락이 없는 한 복제 및 무단 전재를 엄격히 금합니다.

 

예브게니 자먀찐의 작품 『우리들』은 가상의 미래사회를 그린 장편소설이다. 조지 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더불어 흔히 3대 디스토피아 SF소설로 불린다. 소설은 모든 것이 통제되고 조직된 사회를 그리며, 주인고 또한 그런 사회에 적응하여 살고 있었으나 반사회적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며 이러한 통제사회에 반감을 가지게 되고, 탈출을 꿈꾼다는 내용이다.

 

완벽한 우리들의 단일제국

이 작품의 배경은 29세기의 미래, 전 세계가 하나의 나라로 통일된단일제국이다. 주인공 D-503을 포함해 모두의 이름이 일련번호로 매겨지며, ‘은혜로운 분이 다스리는 제국을 위해 살아가기를 강요받는다. 실재가 아니라, 관념적이고 상징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은혜로운 분의 개념은 『1984』의 빅 브라더와 상통한다. 주인공은 조선기사로서, 우주로 내보낼 우주선을 만들고 있으며, 이러한 시스템에 녹아들어 살고 있던 하나의 개체일 뿐이었다. 그러나 작품이 진행되나가고 I-330을 만나며, 그는 조금씩 이상한 점을 깨닫는다. 기존의 수학으로 계산될 수 없는 루트 -1, 야만인처럼 자꾸 온몸에 자라나는 털로 상징되는 이것은, 인간의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체제 그 자체를 위해 나아가는 거대권력의 위험성을 우리에게 경고한다. 인간의 정신은 언제나 수학적 확률처럼 들어맞지 않아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대와 사랑에 빠지고, 또한 신체는 완벽하지 않아서 언제나 성장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다투고 밀치며 부산물을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단일제국의 입장에서 이것들은 배제된다. 여러 상대와 자유롭게 연애하고 싶은 수요까지 계산한 듯, 모든 연애적 행위는 시스템적으로 정확하게 보장되고 기록된다. 또한, 부산물과 같은 것은 전혀 배제되어 모든 것은 하나의 매끈하고 흠잡을 데 없는 우주선인인쩨그랄 호를 제작하는 데에 집중되며, 표준적인 단일제국의 여성상 또한 털이 전혀 보이지 않는 매끈한 얼굴로 나타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들』은 현실이 궁핍한 『1984』보단 완벽한 유토피아를 그린 『멋진 신세계』에 가깝다. 단일제국은 항상 성장하고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 개인을 말살하고 있는 것이다.

 

자먀찐의 소비에트 비판

이것으로 작품의 내용에 대해 평해보았으며, 이제는 자먀찐의 정치, 문화적 성격을 살펴보자. 자먀찐은 1884년생으로, 『우리들』을 탈고한 것은 36세이던 1920년이다.[1] 초기에 그는 볼셰비키에 가담하여 여러차례 제정 러시아 당국에 붙잡혀가기도 했으나, 혁명이 성공하여 소련이 성립된 이후의 행보를 보면 분명 그는 소련 정부에 찬동할 만한 분파는 아니었다. 이 작품을 포함해, 20년대에 들어 쓰여진 자먀찐의 작품들은 모두 『우리들』과 비슷한, 몽환적이거나 비현실적인 특징들이 나타나고는 한다. 일례로는 『동굴』이 있다. 춥고 위험한 바깥을 피해 동굴에 사는 사람들을 그리지만, 각 사람들은 현대적인 방에 사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오늘을 견딜 땔감이 없어 옆집에서 훔쳐오고, 주택관리위원장의 경고를 받기까지 하며 결국 자살을 택한다는 내용이다. 현대화되고 완벽해보이는 시스템 속에 살지만, 원시시대와 다를 바 없는 동물적 적자생존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자먀찐은 꼬집고 있다. 『동굴』에서도 또한 그는 소비에트 사회의 고착된 현실을 비판했던 것이다.

 

자먀찐과 비프롤레타리아계 문학, 세라피온 형제

이러한 소설들을 써냈던 그는 공산주의 진영에 찬동하는 프롤레타리아 문학계의 대척점에 서있는 비프롤레타리아계 문학집단의 초기 구성원으로 분류된다. 이들 비프롤레타리아계 문학인의 대다수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인세라피온 형제에 속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동떨어져 29세기의 일을 그린 『우리들』, 언제인지 모를 빙하기에 뜬금없이 주택관리위원장이 나오는 『동굴』에서처럼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글감과 문체로 글을 쓰면서도, 그 어느 작품보다 현실을 꼬집는 데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그는 네오리얼리스트로 불리는데, 이 사조는 많은세라피온 형제작가들이 따랐던 바이다. 이러한 네오리얼리즘은 또한 막심 고리키로 대표되는 소비에트-리얼리즘에 대한 반동으로서 고찰될 수도 있다. (물론 모든세라피온 형제가 네오리얼리즘적이거나 반소비에트적인 색채를 띄었던 것은 아니나, 구성원 중 많은 수가 문체나 주제의식의 측면에서 그의 영향을 적잖이 받았다.)[2] 이 그룹에 속한 인물을 한 명만 예로 들자면, 『개의 심장』(1926 탈고)과 『거장과 마르가리따』(1940 탈고)의 작가인 불가코프가 있다. 불가코프도 『개의 심장』에서 불완전한 뇌 삽입술로 인간화된 개가 난장판을 만들고 다니는 모습을 그리면서, (개를 러시아에, 인간의 뇌를 사회주의에 빗대어) 농업사회의 러시아에 사회주의를 급작스레 도입하며 억지스럽게 형성된 소련 사회의 병폐를 우화적으로 꼬집고 있다.

 

체제에 지배당하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자먀찐과 불가코프 외에도 솔제니친 등의 반소비에트 작가들은 미국과의 체제경쟁 속에서 이상적으로 포장되어야만 했던 소비에트 사회에 금을 내려는 자들로 취급되어, 평생 탄압당하며 생전에 출판하지 못하거나, 해외출판이 먼저 되어 소련으로 몰래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먀찐은 볼셰비키 혁명을 함께했고 문학계에 넓은 인맥이 있었기에, 그나마 나은 취급을 받은 편이었다. 그러나 어려움과 고민 속에서 진실의 실마리가 발견되고는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집필된 소설들의 실마리를 찾는다면 2018년의 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소비에트처럼 스탈린의 이름 아래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체제 자체에, 당위성이나 현실(특히 돈)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 모두가 본인의 삶에 주어지는 제안들을 선택하거나 거부할 자유는 있지만, 대다수는 모두가 가는 길을 선택한다. 모든 사람이 흠없는 우주선에 주목하는 시대와, 모든 사람이 남부끄럼없는 직업과 재산에 주목하는 시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점점 퀴어운동, 여성운동이 떠오르고, 각자 자신의 개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메이크업 방법부터 인생 자체에 대해 논하는 다양한 유튜브 채널이나 독립잡지들이 많아지고 있다. 부디 이러한 운동들이 사회의 다양성을 증진하고, 하나의 길이 아닌 여러 갈래의 길을 만들어가는 데에 기여하는 움직임이길 바란다.

 

* 제시된 판본인 석영중 역, 열린책들(2009)의 판본을 참고하였습니다.

 

 

참고문헌

 

학술논문

김홍중, 「혁명기 러시아 문학과 네오리얼리즘」, 『노어노문학』 제23 1,한국노어노문학회(2011).

 

단행본

E. 자먀찐, 『우리들』, 석영중 역, 열린책들(2009)

 

 


[1]  305-306p의 연보를 참조하였다.

[2]  세라피온 그룹에 대한 이해는 김홍중, 「혁명기 러시아 문학과 네오리얼리즘」, 『노어노문학』 제23 1,한국노어노문학회(2011), pp. 142-143 를 참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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