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죽어가야 할 대학교 3학년인데도, 지난 몇 년보다도 오히려 더 널널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일단 물리적으로 등교를 2주에 3회만 하는데다가, 동아리 집행부 역할도 하지 않고 있으니 학업 외적으로 신경쓸 게 전혀 없다. 심지어 학업 자체도 절대평가/언택트 방식이 되면서 2019년 이전에 비해 널널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전공은 방식이 거의 유사한 두 쌍의 수업과 자신있는 역사로 들었고, 교양도 어렵지 않은 수업들로 채워서 걱정이 적다. 다만 호기롭게 자선으로 신청한 경제학원론이 발목을 잡을 것 같긴 하다. (그나마 수업이 배속하여 들을 수 있는 종류라 부담이 적다.)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학기를 듣지만, 한 해가 더 돌아서 4학년을 마치고 나면 그때부터가 걱정이다. 일단 러시아에 가서 '노어학'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는게 1차적인 목표다. 그런데 인터넷으로는 단편적인 정보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합격율이나 대학원 분위기가 어떤지 알아내기란 어렵다.
나의 실력이 과연 대학원에 진학하기에 적합한 수준인지도 항상 의구심이 든다. 3, 4학년에 토론대회에 나가서 이기고 돌아오는 학우분들도 많은데, 내가 과연 저 정도의 회화실력은 되는 것일까? 또, 순수 전공학점이 채 4점을 못 넘으면서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의문과 혼란은 이번 겨울방학에 교수님들과 일련의 면담을 거치면서 잡아나갈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교수님이 또 누구랑 만나보라고 하고, 또 이어지고, 약속도 조금씩 늦춰지고 하다보면 겨울방학 안에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대학원은 어쩌면 모두가 존재는 알고 있지만, 던져지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취미인 비올라와 관련된 고민은 이것보단 가볍다. 잘하든 못하든 취미생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그렇지만 오케스트라 객원이라고 가서 떨리는 음을 짚고 있으면 참 부끄럽다. 조금 더 실력을 키워야겠지. 이번에 비올라도 드디어 샀고 독학으로는 체계적인 아무래도 부족한 것 같아, 조만간 레슨을 구해볼 생각이다. 월 4회 20만원의 가격이지만 이것도 대학원 과정/해외에서는 받기 어려울 것을 생각해보면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해본다.
또다른 취미인 오버워치와 관련된 고민은 더더욱 가볍다. 오히려 오버워치가 생활의 50%를 차지했던 짧은 시기보다 점수도 더 올랐고, 눈이 조금이라도 덜 나빠지라고(+게임도 맘편히 하려고) 고주사율 모니터도 샀고, 정석이라는 G102도 샀고, 어쩌다보니 장패드도 굴러들어와서 편안한 게임에 필요한 모든 요건은 다 갖춰졌다.
저번주에 드디어 플레티넘을 찍었고 이제는 당분간 소원이 없다. 브론즈에서 올라오는 길이 정말 험난했다. 다이아까지는 바라지도 않았고, 플레티넘 초중반에서 재밌게 게임하는게 딱 오버워치를 평민 수준에서 즐기는 좋은 방법 같다. 또 몇 달 더 하다보면 다이아가 가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 비슷한 장르의 신작 AAA급 온라인 FPS가 성공한다면 오버워치는 몇 년 안에 저물 게임이니까 너무 큰 마음은 두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일단 고민들이 모두 '이렇게 해보면 낫겠지'라는 결론에 도달한 상태라, 정신적인 갈등은 전혀 없어서 평안하다. 다만 특유의 '내가 이렇게 평안해도 되는가?'라는 위기의식이 슬슬 기어나오고 있긴 하다. 도움도 되지 않을 위기의식을 악기연주로 조금씩 중화하고 있는 것 같아, 악기를 선택한 과거의 나에게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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