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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러시아어 공부

탄뎀 일기 Tandem (계속 업데이트됨)

by 누에고치 2020. 3. 26.

탄뎀(Tandem)은 언어교환 채팅 앱이다. 기본적으로는 외국 친구랑 채팅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표현을 배우고, 가끔은 교과서나 음성 메시지, 사진 등을 보교재로 써서 아무튼 "언어를 배우고 외국 친구를 사귀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다.

 

계속 글을 새로 파기보단, 이 글을 계속 재발행해서 업데이트하는게 좋을 것 같다.

 

2020. 03. 25 (수)

슬슬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들 자기가 정해놓은 기준을 지키는 것 같은데, 나만 중독되서 계속 기웃거리게 되는 느낌이랄까. 스크린 타임으로 제한을 해뒀는데도, 자꾸만 풀어서 기웃거리게 된다. 몇 주 정도 하다보면 이 앱을 어떻게 써야 효율적일지 적응하고, 감도 오고, 핵심적인 친구들과의 친밀감도 높아질 것 같다.

 

2019.03.24 (화)

탄뎀을 일주일 하면서,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지금 기준으로 오래 채팅하(고 싶은) 친구들은 많이는 없는데, 사실 러시아 인구비율상 채팅이 정말 많이 온다. 안타깝게도, (일상을 제대로 영위하려면) 오는 문자를 그냥 지워버려야 하는 일도 많다.

 

А는 크림 반도에 사는 재밌는 친구다. 한국어를 배울 생각이 있긴 하지만 지금 바로 시작하고 싶은 것 같지는 않고, 대신 영어로 자주 채팅했다.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넓은 관심이 있어서 언제나 장문의 메세지를 보내게 되는 편이다. 러시아(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그닥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Д는 정말 착하고 따듯하다 👀 너무너무 착한 다람쥐랑 채팅하는 기분이 든다. 하루에 두세번 밖에 안 접속해서 그럴 지도 모른다. 뭔가 하나 물어봐놓으면 살짝 대답하고 가고, 한국어를 알려줄까 해도 아직은 도토리를 모을 철이 아니라고 한다. 학습에 한해서 아냐! 이건 틀렸어요! 다시 해오세요! 라고 해서 자기주도학습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Д는 97% 한국인이다. 음성녹음을 받으면 비로소 한국인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지만, 막상 첨삭을 해주려면 딱히 틀린 부분이 없다. 정말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못 살리는데, 정작 짚어보라면 딱히 틀린 발음포인트가 없다. 텍스트로 문자하고 있으면 내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이랑 채팅을 치고 있는지 싶다. 한국인판 튜링 테스트인가.

아직 사흘밖에 채팅을 안 했는데 너무 한국어를 잘 하고 친화력이 높은 탓에 내가 심지어 가끔 긴장을 놓고 실수할 때가 있다. 장난을 그만둘 시기를 놓친다든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러시아 감탄사를 아무런 고려 없이 함부로 써서 애매한 상황을 유발한다든지.

 

L은 정말 똑똑한 친구다. 핀란드 문법에 대해서 물어보면 한 번도 '그건 설명하기 어려운데'라고 한 적 없이, 바로바로 문법적인 해설이 튀어나온다. 이 사람, 핀란드 수능 국어 만점자인 게 분명하다. 둘의 한-핀실력이 또이또이하기 때문에, 내가 가벼운 문장을 구글번역해온 다음 얼마 안되는 핀어 지식으로 조금 고쳐서 이게 맞냐고 물어보면, 레오가 첨삭해주고 한국어로는 어떻게 되냐고 물어본다. 한국어의 섬세한 시제와 어미표현을 다 살려서 알려주려다가, 매번 물어보는 것에 대답하기가 너무 까다로워서 일단은 -하다체로 통일해서 알려주고 나중에 어투를 알게 되면 응용해보기로 했다.

 

아무쪼록 인간관계가 항상 좁고 경각심이 닳은 상태로 항상 익숙한 이들한테 상처주는 일도 많던 내가, 새로운 사람들과 깊고 얕은 얘기를 하게 되니 기존의 사람들과의 관계도 사뭇 새로이 보게 된다. 아무리 내향적인 사람이라도, 자기만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통로는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Thumbnail photo: Dylan Gillis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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