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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 노보시비르스크/러시아 유학일기

[러시아 유학일기] #23 / 러시아에도 코로나, 집에서 뭘 하면 좋을까? (20.03.23)

by 누에고치 2020. 3. 25.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세계적인 확산으로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공식 기구에 의거하면, 오늘 (3.22) 기준으로 러시아의 신규 확진자는 61명, (53명은 모스크바) 총 숫자는 367명에 달한다. 노보시비르스크에도 이미 확진자가 수 명 나타난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중 하나는 우리 НГУ 9번 기숙사생이다. 9번 기숙사는 지금 까란찐(쿼런틴)이 선언된 채 출입이 통제되어, 사생들에게 일 3회 Hot Meal이 제공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모든 수업이 지난 수요일부로 문을 닫았다. 우리 수업도 마찬가지였고,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구글 Meets의 음질이 너무나 끔찍하다. 이번 수요일 언어교환도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고, 그나마 음질이 괜찮다고 들은 Zoom을 써볼 예정이다. 써보고 괜찮다면, 일반 수업에서도 쓸 것을 제안해야겠다.

 

러시아는 소련의 잔재인지 별 시덥잖은 것들에 행정명령(Приказ)을 내리는데, 우리나라에서 법이 조금 먼 것과는 다르게 일상 생활단위에서 이러한 쁘리까즈는 자주 볼 수 있다. 우리 대학(그리고 노보시비르스크 내 전 대학)에는 수업을 포함해 대규모의 학생이 가까운 곳에 모이는 각종 문화/학술행사를 모두 중지할 것이 권고되었다. 우리 오케스트라 연습도 취소되었다.

 

학술고등교육부의 행정명령 (минобрнауки, приказ)

 

이렇게 수업도 없고, 합주연습도 없고, 장볼 일도 없고, 공연도 가지 않는 내가 뭘 하겠는가? 하루종일 폰과 패드, 노트북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지만 누에는 인터넷으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방법을 고심하는 데에 인생의 절반 이상을 소비한 사람이다. 오히려 수업에 오가는 시간을 줄이면 더 방에 오래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나마 이 시간을 재밌게 보내고자 다음과 같은 대안들을 생각해냈다.

 

밀리의 서재

우선 [이미 써놨던 대로] 밀리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다. 소설이든, 역사서든, 과학서든. 사실 e-book 변환이 그닥 쉬운 일이 아니라서, 우리 동네 구립도서관에 비해서도 절대적인 장서량은 그닥 많은 것 같지 않기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어야 그나마 선택폭이 넓어질 것 같다. 다행히도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이 모두 이북형태로 들어와 있다.

 

* 열린책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세계문학전집을 개편할 때 기존 출판된 러시아문학전집을 포함했기 때문에, 전체 컬렉션의 상당수가 양질번역된 러시아 문학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출판활자가 너무 촘촘한 것과는 다르게 이북상으론 읽기 편하게 구성되어있어서 더 좋다. 러시아 소설을 많이 읽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탄뎀

두 번째로는 팬팔 채팅앱인 탄뎀(Tandem)이 있다. 이번 월요일부터 시작한 취미인데, 전세계에 있는 친구들이랑 나는 러시아어를 배우고, 친구는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플랫폼이다. 벌써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폴란드어나 핀란드어를 배우려고도 해봤는데, 사실 폴란드어까지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고, 한국어를 배우는 착한 핀란드 친구가 한 명 있어서 가벼운 표현들이라도 알아오려고 한다 :)

 

Apple의 스크린 타임에 의거하면 이번 주 나의 탄뎀 사용시간은 다음과 같다.

  • SUN 5h 3m

  • SAT 3h 50m

  • FRI 2h 51m

  • THU 3h 12m

  • WED 4h 16m

  • TUE 4h 56m

  • MON 4h 43m

 

총 사용시간은 28h 53m. 정말 많이 했다! 그닥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틀어놓고 딴짓을 하는 시간까지 고려했을 때 금-토요일의 3-4h 정도면 괜찮은 듯하다 :) 탄뎀 사용기는 별도의 글을 파서, 꾸준히 갱신하는 형식으로 써가겠다.

 

비올라

인터넷 외의 취미도 하나 있다. 바로 비올라. 방 밖을 나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비올라를 바로 내 방에 가지고 있고. 그러므로 기숙사 내 이동이 완전 금지되지 않는 한, 602호(음악실)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격일로 1시간씩 비올라 연습을 하고, 온라인연습이 있는 날은 요구사항에 맞게 녹음을 해서 보낸다. (혹시 사용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룸메랑 시간을 조율해서 방에서 연습해도 된다.)

 

 

Photo: Allie Smith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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