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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 노보시비르스크/러시아 유학일기

#13 / EMS 택배 받기 - "배송실패" 해결을 위한 여정

by 누에고치 2020. 3. 4.

안녕하세요, 누에입니다.

 

러시아 행정이 느리다, 시스템이 부실하다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이 너무 빠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초기에 그렇게 느껴질 순 있겠지만, 지내다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처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너무 러시아에 적응해버린 걸까요? ㅋㅋㅋ

 

오늘 얘기해볼 주제는 한국에서 가족들이 보내준 택배를 받으러 떠난 여정입니다.

 

2020. 02. 25 (화)

2월 10일에 출발한 소포입니다. 빨리 가라고 EMS로 부쳐줬고, 실제로 9일만인 2월 19일 배송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계속 "배송실패"가 뜨고, 검색해보니 한국 우체국에선 계속 "상자 손상으로 배송이 불가하여 우체국에 송치, 직접 수령해갈 것"이라는 메시지가, 러시아 우체국에선 "неудачная попытка наручения(unsuccesful try of handing)"라는 문구가 뜨는 겁니다. (19일에 한 번, 24일에 한 번)

 

처음에 19일에 알림이 떴을 때 저는 당연히 на-ручения (рука는 손입니다)의 실패니까 제가 배송 당시 집에 없어서 못 받았던 거고, 한국우체국의 "상자손상" 운운은 그냥 코드 번역의 오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4일에 알림이 한 번 더 뜨고 1층 관리인 вахтер한테 물어보니까 오늘은 휴일이라 (조국수호일 대체휴일) 우체국도 쉬고 우체부도 온 적이 없고, 만약 택배가 오더라도 사감인 декан이 수령해서 주는 거지 방으로 직접 오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25일 화요일은 사실, 어제 올라간 글인 보험금 청구를 하려고 시내에 나갔는데, 택배 문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는 가족들의 잇달은 질의가 있기도 했고, 가는 길에 버스에서 달리 할 것도 없었기에 러시아우체국 앱을 살펴봤습니다. 전화는 아무리 걸어도 번호가 잘못됐는지 받지를 않아서, 채팅 서비스를 이용했더니 2-3분 안에 답장이 오더라구요.

 

트래킹넘버를 적고 어떻게 받을 수 있냐고 했더니 железнодорожная 1/1로 오라고 합니다. 6일동안 왜 안 오는가, 기다리고 있었던 게 이렇게 허무한 일이었나... 중간에 앱이 잘못 설계되서 문자가 한번 날아가긴 했지만, 채팅을 통해서 수령을 신청했고 신청 2시간 이후에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3시쯤이었으니 5시겠죠.

 

보험금 청구를 마치고 나오니 대략 4시 반이 지났고, орджоникидзе 38에서 железнодорожная 1/1까지는 도보로 2-3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버스를 타도 대기시간을 생각하면 마찬가지임) 시내 최중심부인 레닌광장쯤에 다다르자 전화가 와서 소포가 준비됐으니 찾아가라고 했죠. 저는 계속 걷다가 문득 칼을 사야 할 게 생각나 지도에 뜨는 곳에 들어갔지만 백화점이라 너무 비쌌고, 대신 ярче에서 홍차와 두루마리휴지를 사서 길을 다시 떠났습니다.

 

집하장 내 배송업무처курьерская служба. 택배를 맡기거나 찾을 수 있다.

 

배송업무처 내부 모습.

 

우체국 집하장은 노보시비르스크 중앙역에서도 10분쯤을 올라가야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멋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실용성 500%의 건물입니다. 트래킹넘버를 불러주니 직원분은 택배를 찾으러 안쪽으로 들어가셨고, (뭐라고 하셨는데 따라들어갔다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가지고 오신 뒤 여권번호랑 발급일자 등을 적으라고 하고, 송장을 떼는 등 처리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무려 테이프를 떼서 빠진 건 없나 확인해보라고 하고, 옆구리가 터진 곳에 테이프를 발라놨는데 이것 때문에 배송사고가 우려되서 기숙사까지 못 왔던 거라고 설명해주시고, 빠진 게 없다고 하자 다시 테이프를 발라 비닐봉투에 넣어주셨어요. (언제 봐도 느끼지만 러시아 사람들이 불친절하다는 건 낭설에 불과하다. 분명 러시아어 하나도 못한 채 러시아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시도한 무뢰한들이 퍼트렸을 것... 오히려 러시아의 아줌마-할머니 직원들은 한국보다도 친절한 면이 있다.)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집에서 온 택배를 받고, 역 앞에서 라그만을 먹고*, 일렉트리치카를 (저번처럼 잘못 예매하지 않고 제대로 예매해서) 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기차는 언제나 정시에 오고, 실내공간도 넓어서 가방 펼쳐놓고 버스보다 좀 더 편하게 공부도 할 수 있고, 속도 자체는 빠르고, 기숙사랑 거리가 머니까 걷기운동도 되고, 숲을 걸으니까 폐도 정화되는 효과가 있어서 시간이 맞다면 저는 선호하는 편입니다 :)

 

*택배/보험 외 이날 보낸 사소한 일들은 별도의 글로 써낼 예정이에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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