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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게우 박사 유학/25-2 첫학기

모스크바국립대 본관 기숙사에 적응하기

by 누에고치 2025. 10. 23.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외국인 박사과정생이 받는 기숙사는 본관에 위치해 있다. 공식 명칭은 학생의 집(ДС, Дом студента (на Ленинских горах)) 내지는 본관 기숙사 (Общежитие ГЗ)이다. 우리가 아는 그 본관이 맞다. 이 본관은 스탈린이 서기장으로 재임할 시절 유사한 양식으로 지어진 소위 '스탈린의 7자매' 중 하나로, 그 중 가장 높은 240m의 높이를 자랑한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라는 오스탄키노 방송탑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소련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모스크바국립대학교 본관 외부 출입문을 통과한 뒤의 전경

 

이렇게 훌륭한 건축물에 살아볼 수 있다니 영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박사과정생의 대다수는 이 곳에 살지 않고 외부에 비싼 월세를 내면서 살아가고 있다. 왜일까? 다른 국적의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불편해서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주어지는 방은 1인실이며, 단지 화장실과 샤워실을 옆 방 친구와 공유할 뿐이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방을 구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일까? 역시 이유가 되긴 어렵다. 기숙사비는 3달에 44500루블, 즉 월 27만원이다. (1루블=18원 기준) 아무리 한국보다 물가가 싸다고 해도 이곳은 러시아의 수도. 월 27만원에 살만한 방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기숙사 내부 시설이 악명높기 때문이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학생들은 두껍게 쌓인 먼지와, 마치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고가구점에서나 맡을 수 있을 듯한 나무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방마다 컨디션이 다르겠지만, 가구의 상태나 화장실, 샤워실의 시설을 보면 스탈린 시절부터 계속 쓰던 것인가 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경우 화장실과 가구는 먼지가 쌓여있는 것을 빼면 대부분 괜찮았는데, 샤워부스 바닥이 깨져있고 석회 자국이 너무 진하게 묻어있었다. (구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물이 고이는 구조 + 러시아 특유의 석회질 물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독한 냄새를 감수하고 석회를 지워준다는 약품을 뿌리고 12시간 수건을 덮어둬보기도 했지만 눈에 띄는 개선점은 없었다.

 

놀랍기 그지없는 모스크바국립대 기숙사 샤워실의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숙사에서 사는 것에는 상당한 이점이 있다. 첫째로, 당연하지만, 학교 한복판에 위치하기 때문에 수업을 들으러 가기가 매우 편하다. 엠게우는 모서리를 종단하는 데만도 도보 20분 정도가 걸리는 상당히 큰 대학교인데, 본관 기숙사는 그 중심에 위치하기 때문에 학교 어느 시설을 가려고 해도 10분 안에 갈 수 있다.

 

둘째로, 본관 안에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있다. 식당은 물론이고, 식료품점, 세탁실, ATM, 우체국, 은행, 심지어 수영장을 포함한 체육시설, 증명사진 찍어주는 곳과 피잣집까지 있다. 물론 대형 마트에 비하면 다소 비싸게 팔긴 하지만, 마트까지 오가는 왕복 교통비 130루블을 생각하면 컵라면이나 빵 하나 사려고 할 때는 그냥 본관 안에서 구입하는 게 나은 것이다.

 

셋째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물론 한국 국립대나 러시아 다른 대학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나은 시설의 기숙사를 제공해줄 것이다. (예컨대, 노보시비르스크국립대학교는 시설은 더 나았는데, 기숙사비가 월 2만원이었다. 후기 참조) 모스크바국립대 근처는 부촌이라서 저렴한 방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그나마 기숙사에서 사는 것이 최대한 예산을 절약하는 방안인 셈이다.

 

물론 코리안 스탠다드로 보았을 때 이런 방에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이 한국인의 몇 퍼센트나 될 지는 잘 모르겠다. 같이 입학한 한국인 동기와 대부분의 중국인 동기들은 따로 방을 구해서 산다고 했을 정도이니... 그러나 나는 이미 들어온 바, 최대한 이곳에서 적응해서 잘 살아보려고 한다. 이미 컴퓨터와 프린터, 커피포트 등 각종 집기도 들여놓았기 때문에 정착했다고 생각해야 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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