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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러시아어 공부

육군 어학병 제2외국어(러시아어) 시험 최종합격 후기

by 누에고치 2021. 8. 29.

안녕하세요,

 

이전에 '번역 공부와 이모저모'라며 어학병 대비를 위해 (떨어진다고 해도 전공 공부라고 생각하고) 러시아어 학원을 다닌다는 사실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학원을 계속 다니다가 이번 8월 11일 시험을 봤는데요.

2021.07.11 - [주저리] 번역 공부와 이모저모

 

결과는 합격입니다!

 

중위권으로 꽤 안정적으로 들어가서 더 기쁩니다. 심지어 현지에서 오래 살다 온 친구도 꽤 있었을텐데 꼴등으로 아슬아슬하게 붙은 게 아니라는 데에서 '내가 그래도 지난 4년동안 러시아어 공부를 계속 한 것이 헛수고는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더라구요.

 

시험과 관련해서 (보안상 문제가 되지 않을 선에서) 최대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모집 시기 및 지원방법 관련

가장 먼저 "육군 어학병은 어떻게 지원하나요?" "언제, 몇 명이나 모집하나요?" "지원요건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병무청 홈페이지에 공식 모집 공고가 연말~연초에 공지되니, '모집 공지사항'에서 확인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도 이번에 떨어지면 연말에 나올 익년 모집공고를 기다릴 예정이었죠...

 

병무청 '모집 공지사항' 게시판

www.mma.go.kr/board/boardList.do?mc=usr0000127&gesipan_id=69

 

접수기간이 임박한 시점(한 달 남았을 정도)에 '이달의 모집계획' 게시판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조금 더 자세한 공고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병무청 '이달의 모집계획' 게시판

www.mma.go.kr/board/boardList.do?gesipan_id=93&mc=usr0000150

 

 

자격요건은 1. 관련학과 대졸자 2. 토르플 1급 이상 취득자 3. 현지 거주 일정기간 유경험자 세 가지 중 택일인데, 어학병 취득하시려는 분은 대부분 토르플 1급 정도는 문제없이 따실 거라서 큰 지장은 안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관련글:

2021.05.12 - 모집병 모집일정 및 경쟁률 확인하는 방법 (feat. 어학병)

2021.03.29 - 성균관대 토르플 2급 응시후기 (말하기,듣기 부분시험)

 

시험장소 관련(상승레스텔)

장소는 경기도 이천 합동군사대학교의 상승레스텔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길(지도상 '경충대로')로 들어가면 됩니다.

 

건물 출입구가 여러 곳 있는데 주차장 쪽(남쪽) 출입문을 쓰고 있습니다. 안내팻말이 따로 없어서 잠깐 헤맸어요 ㅋㅋㅋ

 

민간 사업자랑 군 측 사업자가 공동입주한 상가건물이고, 그냥 조금 오래된 아파트 상가처럼 생겼습니다.

 

 

시험 유의사항 - 정시 시작, 과락.

딱 30분에 시작하는 게 원칙인 듯합니다. 보통 민간 자격시험들은 30분에 오라고 하면 실제 시험은 정각에 시작하는데, 그거 생각하고 가시면 촉박하실 거에요!

 

당일 아침 댁에서 출발하시는 분들이라면 도착시간을 꽤 많이(1시간 이상) 여유롭게 잡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유의사항이라면 과락이 존재한다는 건데, 4개 부문 모두에서 10점을 넘겨야 합니다. 제가 과락하지 않은 걸 보면, 아마 뭐라도 대충 비슷하게 대답하면 10점은 넘겨주는 것 같아요.

 

시험문제 내용은 대략적으로만 적습니다. 첫째로 너무 자세하게 쓰면 기밀유출일 것 같고, 둘째로는 매번 변할 거라서 큰 도움도 안 될 것 같아요. 대충 군사 관련 뉴스와 비슷한데, 조금 더 군인같은 말투로 쓰여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번역 (한러, 러한 통합 20분)

시험시간은 20분이었습니다. 저는 한러 25분, 쉬는시간 5분, 러한 25분, 쉬는시간 5분 해서 60분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통합해서 20분 주더라구요 ㄷㄷ... 겨우 반쯤 써가고 있는데 "10분 남았습니다~" 할 때의 그 두려움이란... 사실상 10분에 한 바닥씩 해야 하는 빡센 시험이었습니다.

 

내용은 한러, 러한 모두 핵무기 관련이었습니다. (핵감축, 핵억지력) 형식이 딱딱하거나 특이할까봐 걱정했는데 흔히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군사 관련 뉴스 같았어요.

 

제가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처음엔 또박또박 쓰려다가 "10분 남았습니다" 들었을 때부터는 '채점관이 알아볼 수 있으려나' 싶을 정도로 갈겨서 썼는데도 한러 뒷부분을 못 쓰고 나왔습니다. 프린트된 텍스트라서 언뜻 보기에는 짧아보이는데 직접 종이에 쓰려니 한 장 넘게 나오더라구요... 아예 처음부터 필체 생각하지 마시고 바지런히 적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 시계 가져가시면 더 좋구요!

 

통역 (러한, 한러 짧은 문장 2-3개씩)

한 명씩 들어가서 면접합니다. 그래서 순번이 뒤로 밀려있다면 꽤 오래 기다리셔야 할 겁니다. 아마 지원서 넣은 순서대로 부르는 것 같긴 한데 확실하진 않네요. 면접자는 두 분이셨습니다. (장교 1인, 러시아분 1인)

 

문장 길이는 그닥 길지 않았고, 순차통역 방식이었습니다. 노트테이킹을 한다고는 하지만 완벽하게 적을 순 없다보니 상당히 더듬거렸던 것 같습니다. 두 분이 제 말을 다 듣고 있으니까 은근히 긴장도 되었구요. 어떤 문장은 아예 반대로 대답해버려서 면접관 분들 표정에서 '뭐지.....?'라는 게 느껴져서 식은땀이 났습니다 ㅠㅠ

 

내용은 미중, 러중관계 관련이었습니다.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나만 어려운 게 아니겠죠. 단어라도 더듬더듬 얘기해서 과락을 면하면 오케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튜브로 러시아 뉴스나 한국 뉴스 0.75배 해서 들으시고 일시정지 후 대답해보는 자가연습 방법도 괜찮습니다. (저도 매일같이 하진 않았지만 도움이 약간은 됩니다!)

 

러시아어 통역병 학원이 도움이 되었는가?

네,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거 사먹고 집에서 위키백과 번역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실 인간은 게으른 동물이라 정기적으로 그렇게 하긴 힘들죠... 또 학원에서 선생님이 컨펌해주시는 것 들으면서 한국어 문장구조를 옮길 때 범하는 흔한 실수라든가, 숫자 읽는 법(실제 통역시험에선 연습해간 복잡한 숫자읽기는 안 나왔지만요 ㅠㅠ) 같은 걸 연습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통역병 떨어지더라도 저는 러시아어 학습자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뿌쉬낀하우스랑 에듀랑 양측 모두 순수 통역병 대비는 수요가 적어서 '통번역대학원 준비반 + 꼽사리끼는 통역병 준비생 몇 명' 식으로 운영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애당초 시험의 기초가 '뉴스기사 번역'과 뿌리가 같다보니 의미가 있는 준비과정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사 관련 해외토픽 뉴스도 많이 봐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단어 몰라도 내용 알면 때려맞출 수 있으니까요 ㅋㅋㅋ

 

도움이 될만한 외부 글 (바깥고리)

제가 제2외국어 어학병 관련 정보 찾아보면서 도움이 될만하다고 생각한 글입니다. 영어 어학병 정보에 비해 육군 제2외국어 어학병은 정보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괄호는 해당 글에서 작성자분들이 직접 밝혀주신 합격시기 OR 입영시기입니다.

이외에도 2015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정보도 몇 찾긴 했으나 이제는 Outdate된것 같아 생략합니다.

 

전체적으로 제2외국어 어학병 시험은 최근 전형이 거의 통일되면서 20분 - 5분으로 간소화된 것 같습니다. (확실하진 않습니다) 과거에는 50분 주고 2쪽을 번역한다든가, 자유대화 같은 추가과제가 있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혹시 자대배치가 궁금하신 분이라면 김승국어학원에서 꾸준히 올려놓은 영어어학병 자대배치 현황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상기한 글들에 의하면 제2외국어의 경우 훨씬 적은 선택폭이 있다고들 합니다.

 

마무리

이상입니다. 지나가다 읽으신 분에게는 "러시아어 어학병이라는 것도 이렇게 준비를 하는구나"라는 신기함을, 어학병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는 글이었기를 바랍니다. 궁금하신 점은 댓글/비밀댓글로 여쭤보셔도 좋습니다.

 

작성: 2021. 8. 28

메인 배경사진 출처: Max Avans,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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