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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여행기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3: 연재 후기 (feat. 마지막 날 일기)

by 누에고치 2021. 8. 7.

2018. 7. 4(수) - 블라디보스톡 마지막 날

기상-출국이 일정의 전부였던 마지막 날입니다.

 

해프닝 1: 끝나버린 선불 요금제

이날은 여러가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일단 1일차 하바롭스크에서 끊은 2주일권이 딱 이날 아침 끊겨서 데이터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퇴실시 주인분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어요. 공중전화를 막 찾다가 아파트 수위할아버지 폰을 겨우 빌려서 전화를 했고, 다행히도 문제 없이 그 전화를 받고 주인 아주머니가 와주셔서 잘 퇴실했습니다.

 

해프닝 2: 택시 논쟁

그렇게 겨우 나와서 기차를 타러 출발했어요. 캐리어 들고 택시 잡아서 중앙역까지 가려니까 기사님이 아예 공항으로 한 번에 가는게 어떠냐고 제안을 하시더라구요. 친구는 약간 솔깃했던 것 같은데, 저는 기차!가 뇌리에 박힌 상태라 그냥 그대로 가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도착해보니... 시간에 맞는 열차가 없었어요. 이럴 거면 처음부터 택시를 탈걸 그랬죠. 이때도 공항 가는 방법을 두고 둘이 약간 싸웠던 것 같은데, 데이터도 안 되고 하니 결국 역 앞에 있던 택시를 잡아서 왔습니다. 2000루블을 받으셨는데 이후에 찾아보니 약간 비싼 가격이긴 하더라구요. (시가보다 1.5 - 2배 정도)

 

하루에 3만원 겨우 쓰면서 돌아다녔는데, 당시로서는 겨우 공항 가는 택시에 4만원 쓰는게 정말 아까웠죠. 당시엔 이걸 내가 부담하네 마네 실랑이가 있었지만 결국 모든 지출은 n분의 1로 맞췄고, 또 지금 보면 경황이 없는 와중에 여유롭고 빠르게 잘 왔다 싶습니다. 원래 얘기를 하면서 가려고 했는데, 시내 빠져나오고 얼마 안 되서 둘 다 잠에 빠졌어요. 그만큼 피곤했다는 거겠죠 ㅋㅋㅋ

 

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톡 공항 내부 사진
사진전 '로마노프에서의 일일'

공항에서 사진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목은 "로마노프에서의 일일(1938-1941년) - 아르세니예프 국립연해주박물관 컬렉션 중에서." 로마노프는 블라디보스톡에서 조금 떨어진 농촌 지역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집은 책으로도 나와있는 모양입니다.

참고: https://www.fondpotanin.ru/library/publication/dni-v-romanovke/

 

그렇게 여행이 끝났습니다.

 

연재 후기: 2018 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톡 여행기를 마무리하며...

2018년 러시아 여행기의 작성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7월에 다시 시작하면서부터는 '이제와서 무르기도 그렇고, 대충 털고 끝내자'는 느낌으로 접근했어요. 그래서 초기 연재 분량과 괴리감을 느끼신 독자 분들도 분명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여행기를 쓰면서 옛날 사진도 다시 보게 되고, 여행을 간접적으로 하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2018, 2019, 2020 모두 러시아에 갔다 왔는데, 2021 여름방학은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박혀 있어서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독자 여러분도 조금이나마 러시아의 향기를 화면을 통해 느끼셨길 바랄 따름입니다.

 

또 정성을 들여서 쓴 하바롭스크에 비해 후반부 블라디보스톡이 별로라는 느낌을 받진 않으셨을까 우려가 되는데, 전혀 아닙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하바롭스크를 더 좋아하긴 하는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제게 있어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는 떼어놓을 수 없는 세트입니다.

 

'가성비 러시아 2주 여행'이란 패키지를 꾸릴 때 하바롭스크에서만 2주 있도록 짜면, 아마 심심해서 미쳐버리지 않을까요? 저라면 블라디보스톡,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를 균형있게 나누고 열차 2박으로 왕복이 가능하도록 잡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은 정확히 2019 여름 러시아여행의 동선입니다.)

 

그만큼 두 도시의 특성이 다르다는 뜻이기 때문에, 여유가 되신다면 두 도시를 모두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블라디보스톡 단독으로도 최대 4박 5일 정도까지는 얼마든지 즐길 컨텐츠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의식적으로 이렇게 긴 글을 연재한 것은 블로그에서 처음인 것 같습니다. 꾸준한 연재라는 게 얼마나 부담이 되는 일인지 배워가는 순간이었어요. 겨우 13화짜리 여행기도 이 모양인데, 60화, 120화짜리는 얼마나 힘들까요? (원래도 존경스러웠지만) 앞으로 절대 웹툰, 웹소설 작가들에게 불성실을 가지고 욕할 일은 없을 듯합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계획을 더 야심차게 짰던 2019년의 여행도 있었습니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4명이 블라디보스톡에서, 이후로는 저 혼자 우수리스크와 하바롭스크를 다녔던 여행이었어요. 지금 당장 손을 대긴 어려울 것 같지만 러시아에 대한 추억이 다시 불타오를 즈음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여행기를 보시면서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아는 선에서 얼마든지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2018 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톡 여행기 전체 목록

  1. 2020.04.04 - 하바롭스크 여행기: #1 헤맴의 연속
  2. 2021.01.17 - 하바롭스크 여행기: #2 또 시작된 헤맴
  3. 2021.01.18 - 하바롭스크 여행기: #3 갈등과 깨달음
  4. 2021.01.27 - 하바롭스크 여행기: #4 비 내리는 하바롭스크
  5. 2021.07.19 - 하바롭스크 여행기: #5 이틀차 저녁식사, 중심부 산책
  6. 2021.07.21 - 하바롭스크 여행기: #6 역사박물관과 프라오브라젠스키 성당
  7. 2021.07.23 - 하바롭스크 여행기: #7 홀로 산책하기 좋은 도시... 그리고 새벽의 파티.
  8. 2021.07.25 - 하바롭스크 여행기: #8 조지아 음식! 삼사! 하바롭스크 마지막 날.
  9. 2021.07.27 - 하바롭스크 여행기 #9: 친구와 단둘이 러시아 횡단열차 타기 (하바롭스크 - 블라디보스토크)
  10. 2021.08.01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0: 구경, 구경, 구경
  11. 2021.08.05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1: 장대비 속의 도보여행
  12. 2021.08.05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2: 시장 구경, 국립박물관, 밤 산책
  13. 2021.08.07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3: 연재 후기 (feat. 마지막 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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