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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여행기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1: 장대비 속의 도보여행

by 누에고치 2021. 8. 5.

2018. 7. 2(월) - 블라디보스톡 2일차

 

하바롭스크 3일차와 더불어, 유이하게 일기가 남아있는 날입니다. 일기가 남아있는 이유는 너무 힘들어서 숙소에 일찍 도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기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7월 2일은 "비가 하루종일 내려서 너무 추웠고 딱히 본 것 없이 하루종일 걸은 날"입니다. 비가 장대비처럼 쏟아지는데, 허접한 3단우산으로 버티느라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참고로 이 날은 혼자 다닌 날입니다.

 

시작해보겠습니다.

 

#1 아침 - 스탈로바야

12시쯤 나가서 버스를 타고 중앙 광장 근처에 내렸습니다. 아침은 근처에 있는 스탈로바야에서 해결했습니다. 당시 일기는 "작은 숟가락이랑 차, 반납구에서 해맨 것 말고는 단어러시아어를 성공했다."고 자평하고 있는데, 음... 사실... 그 정도면 다 헤맨 거 아닌가요?

 

메뉴는 샐러드, 홍차, 밥과 닭고기와 감자였습니다. 180루블. (약 3600원)

 

#2 광장과 항구

광장 한 켠의 위령탑.

블라디보스톡 중앙광장 한 켠에 세워진 위령탑입니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답게 광장이 참 많고, 광장마다 전쟁에 희생된 군인들을 기리는 위령탑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문 번역본과 추가사진은 별도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항구 여객터미널 (Морской вокзал)
블라디보스토크항 여객터미널 내부

블라디보스토크항 여객터미널을 구경했습니다. Морской вокзал(바다 역)을 대체 어떻게 옮겨야 할지 모르겠어서 찾아봤어요. 기차+역은 기차역이고 버스+역은 버스터미널인데 배+역은 선착장인가? 선박터미널인가? 찾아보니 ㅇㅇ항 여객터미널이라는 표시가 관례인 것 같고, 나무위키에서도 '블라디보스토크항 여객터미널'이라고 표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여객터미널 안은 일본이나 한국으로 가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다보니 특별한 건 없고  떠나기 전 살 만한 기념품, 특산물, 간단한 음식료품 정도 파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해안 쪽 데크에는 바다 바라볼 수 있는 벤치도 있구요. 매번 공항만 이용하다보니 '언제 항구 건물을 구경하겠나' 싶어서 잠깐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역사 외부 간이매점
블라디보스톡역 앞 거리. 벽면 부조가 인상적이다.

 

#3 마치 길을 잃은 것처럼...

융 공원의 위치

지도는 이날 총 걸어다닌 곳들을 표시한 것입니다. 1이 여객터미널, 2가 융 공원(반환점)입니다. 

 

블라디보스톡은 서남쪽(지도상 좌하단)으로 곶이 튀어나와 있고, 곶 끝에는 또다른 관광명소인 토카렙스키 등대가 있습니다. 이날 저는 지도를 보고 곶 부분에는 뭐가 있나 가보려고 했습니다...만 생각보다 축척이 너무 컸고, 비도 오기 시작해서 얼마 못 가고 융 공원(сквер Юнг)에서 턴하여 다시 돌아왔습니다. 

 

거리 풍경
융 공원
새와 새

 

#4 구멍 뚫린듯 내리는 비...

사진 촬영시간으로 보면 [2] - [3]까지 40분이 걸렸는데, 아마 중간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서 길 찾아보고 상가 안을 잠깐 돌아보느라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냥 상가 건물이었는데도 경비원? Охрана가 있는 모습이 참 무서웠어요...

 

블라디보스톡 비 내리는 모습
블라디보스톡 비 내리는 모습 2
블라디보스톡 비 내리는 모습 3
블라디보스톡 비 내리는 모습 4

카메라로 원래 빗방울 잘 잡는 편이 아닌데 이 날은 진짜 말도 안되게 퍼부어서 잘 찍혔네요... 가벼운 3단 우산을 챙겨나왔는데 우산이 비에 찢어졌는지 꼭지를 타고 물이 들어오더라구요. 참 안습이었습니다.

 

이후 시내로 돌아와서 잠깐 중앙 광장 지나서 가려고 하다가[4], 이내 생각을 바꿔서 미술관[5]으로 들어갔습니다.

 

#5 러시아화가연맹 연해주지부

풀네임은 전러시아예술협회 러시아화가연맹 연해주지부(Приморское краевое отделение ВТОО Союз художников России)입니다. 현대 작가들이라 그림을 직접 살 수도 있고, 기념품도 팔고 있어요. 기념품 일부는 작가님들이 직접 그린 거구요!

 

한참 장대비 세례를 당하고 들어온 건물이라 무엇보다 따듯해서 좋았습니다. 저 말고 손님은 러시아 학생 두 명이 있었어요. 관람료는 무료였고 말씀드렸듯 현대 작가들 작품입니다.

 

나올 때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최상 수준의 러시아어로...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말 해주십시오... Скажите пожалуйста где находится туалет...를 여쭤봤습니다. 미술관 안엔 없고 지하상가에 있다고 그래서 내려갔습니다. 화장실에서 아주머니가 뭐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었어요. 뭐 별건 아니고 칸 하나 빈다고 했던 것 같아요. 지하상가에는 버스킹하는 분도 있고, 역시 한 번 들러볼만한 곳입니다.

 

별도 글에서 미술관 전체 사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나온 다음에는 또 아르카 현대미술 전시관(Галерея современного искусства Арка)을 가려고 했는데 지도를 잘못 봐서 뱅뱅 돌았습니다. 아래 사진 시점에서 이미 아르카를 지나왔는데, 당시엔 몰랐죠.

 

저 멀리 보이는 게 이고르 공 성당이다.
자매결연 도시 공원(сквер Городов-побратимов)

자매결연 도시 공원(сквер Городов-побратимов)입니다. 자매결연 도시들의 이름이 적힌 석조 구조물들이 있고, 또 '한러 우호 150주년 기념비' (또는 '한인이주 150주년 기념 한·러 우호친선비')가 있어요. 아르바트에서도 크게 멀지 않으니 한번 들러보시는 것도 좋을 듯해요.

참고) 다른 날 찍은 기념비 사진
이고르 공 성당

그렇게 잘못 온 김에 이고르 공 성당(Церковь святого благоверного князя Игоря Черниговского)에 들어가도 보고...

 

아르바트까지 뱅뱅 돌다가 결국 아르카를 찾았는데, 월요일이라 휴관이었어요. 으악! 다시 걸어서 일단 버스가 많이 서는 대형 쇼핑몰 앞인 세묘노비치 정거장에 갔습니다.

 

지도상에는 10개까지밖에 못 찍었지만 실제 경로는 훨씬 복잡했을 거에요.

 

우수관이 강우량을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

그리고 거기서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다가 보니 초콜렛 상점이 있었어요. 사실 70루블이었던 시장 초콜릿보다 비싸면 나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들어갔지만, 왠지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기 좀 그랬고 초콜릿도 더 고급이라 선물용으로 적당한 것 같아 500루블이나 쓰고 나왔어요. 5개 500루블.(10000원)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 ПК(Приморский Кондитер, 연해주 제과회사)였던 것 같은데 사실 다른 제조사보다 초콜릿은 참 괜찮은 곳이에요. 2019년에는 본관은 공사하고 있고 한 블록 아래의 자그마한 구멍가게에서 샀던 기억이 나네요. 지도상 Уткинская ул. 옆의 둥글게 휘어지는 골목에 있습니다.

 

이때 지도를 또 잘못 봐서 원래 목적지였던 포크롭스키 공원이 아니라 북동연방대학교(ДВФУ, 데베페우) 캠퍼스[7]로 들어갔습니다. 루스키 섬에만 건물이 있는 줄 알았는데 육지에도 군데군데 캠퍼스가 흩어져있는 모양이더라구요. 이건물 저건물 보고 나왔습니다.

 

다시 공원 쪽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사실 공원 쪽으로 간 이유는 공원이 아니라 식당을 찾아서 간 거였는데요. 새우를 거의 반키로인지 1킬로인지 사서, 라면을 해먹고도 엄청 많이 남았어요. 그렇지만 이걸 또 삶아먹을 생각은 저희 둘 다 없었고요. 그래서 그냥 외식으로 '드바 그루지야'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귀가하려고 했던 것인데, 생각해보니 비쌀 것 같아 그냥 '스탈로바야 1'(Столовая номер 1)라는 스탈로바야[8]로 갔습니다.

 

철길 근처라 열차가 다닙니다.

 

#6 스딸로바야에서 저녁, 그리고 포크롭스키 성당

스탈로바야 1에서 먹은 저녁

지금 보니 걸은 것에 비해 식단이 상당히 부실해 보이는군요. 연어튀김과 밥, 샐러드입니다.

 

그래도 따듯한 식당에서 뭐라도 먹고 나니 힘이 좀 나서, 원래 목적지였던 포크롭스키 성당만 보고 가자는 생각으로 나섰습니다.

포크롭스키 공원

딱히 특별한 건 없고 나무가 우거진 넓은 공원입니다. 보통 포크롭스키 성당을 보고 가볍게 산책하는 식으로 보시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역시 그 루트로 구경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포크롭스키 성당 정측면

교회 차량 제외 통행금지(Кроме епарзиального транспорта)라는 특수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포크롭스키 성당 정면

정면 사진은 카메라가 아닌 블랙베리 휴대폰으로 찍은 것인데, 각도상 더 괜찮아서 최대한 그럴듯하게 보정을 해봤습니다. 특유의 뿌연 느낌은 아무리 만져도 안 사라지네요 ㅠㅠ

 

니콜라이 2세 동상

니콜라이 황제 동상도 있네요. 건립자였을까요?

 

결국 최종 목적지였던 공원까지 도착했습니다. 너무 젖고 춥고 힘들었습니다. 근데 돌아가자니 숙소 열쇠가 제게 없었어요. 이날 제가 먼저 나왔거든요. 집에 가려고 7시 좀 안 되어서 친구에게 전화했고, 멀지 않아서 딱 여기 근처로 온다고 하더라구요. 마침 여기 집 가는 버스가 있기도 했구요.

 

성당에 들어갔다 나오고 그나마 따듯한 지하보도에 들어가 기다리니 30분 정도에 친구가 도착했습니다. 성당 바로 앞이 정류장이라 버스를 타고 집에 왔습니다. 8시 넘어서 도착했으니 역대급 이른 귀가시각이었네요.

 

다 젖은 양말

정말정말 춥고 힘든 하루였습니다. 20살이었기에 가능한 일정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3일차는 그나마 날씨가 괜찮아서, 조금 덜 힘들었던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긴 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일차 (2018/7/2 월) 지출기록

  • 54번 버스 23
  • 아침 180
  • 초콜릿 489
  • 저녁 140
  • 54a 버스 23

=855루블 (약 16,000원)

이게 여행인지 한국인지 모를 금액의 지출...

 

2018 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톡 여행기 전체 목록

  1. 2020.04.04 - 하바롭스크 여행기: #1 헤맴의 연속
  2. 2021.01.17 - 하바롭스크 여행기: #2 또 시작된 헤맴
  3. 2021.01.18 - 하바롭스크 여행기: #3 갈등과 깨달음
  4. 2021.01.27 - 하바롭스크 여행기: #4 비 내리는 하바롭스크
  5. 2021.07.19 - 하바롭스크 여행기: #5 이틀차 저녁식사, 중심부 산책
  6. 2021.07.21 - 하바롭스크 여행기: #6 역사박물관과 프라오브라젠스키 성당
  7. 2021.07.23 - 하바롭스크 여행기: #7 홀로 산책하기 좋은 도시... 그리고 새벽의 파티.
  8. 2021.07.25 - 하바롭스크 여행기: #8 조지아 음식! 삼사! 하바롭스크 마지막 날.
  9. 2021.07.27 - 하바롭스크 여행기 #9: 친구와 단둘이 러시아 횡단열차 타기 (하바롭스크 - 블라디보스토크)
  10. 2021.08.01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0: 구경, 구경, 구경
  11. 2021.08.05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1: 장대비 속의 도보여행
  12. 2021.08.05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2: 시장 구경, 국립박물관, 밤 산책
  13. 2021.08.07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3: 연재 후기 (feat. 마지막 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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