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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책

[소설 분석] 박민규 - 갑을고시원 체류기

by 누에고치 2021. 4. 24.
2016년 동아리 문집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입니다. 5년 전 작성된 내용이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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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15

<갑을고시원 체류기>가 수록된 박민규 소설집 <카스테라>

작가 소개

저희가 오늘 소개해드릴 갑을고시원 체류기는 박민규 작가의 소설입니다. 박민규 작가는 1968년에 태어나 카스테라,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핑퐁, 지구영웅전설 등의 작품을 쓴 작가입니다. 다른 작품들에는 되게 공상적이고 말도 되지 않는 내용들이 많은데, 이 작품은 박민규 작가의 몇 안 되는 현실적인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평범하게 글을 쓰지 않고 굵은 글씨를 쓴다거나, 개행을 한다거나 해서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시대 배경

이 소설에서는 전반적인 시대의 분위기가 스며들어있다기보다는 주인공 본인의 얘기라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저희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고시원을 중심으로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고시원은 1980년대에 생겨나기 시작해서 돈 없는 고시 준비생들이 싼 가격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이였는데, 90년대 초부터 재개발 열풍이 불면서 집에서 쫓겨난 가난한 사람들이나 노동자, 학생들이 살게 됩니다. 소설에서도 갑을고시원에서 진정한 고시생은 한 명 밖에 되지 않지요. 소설에도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아무튼 1991년은 일용직 노무자들이나 유흥업소의 종업원들이 갓 고시원을 숙소로 쓰기 시작한 무렵이자, 그런 고시원에서 아직도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이 남아 있던 마지막 시기였다. 그러니까 그곳을 찾는 사람에게도, 또 <고시원>으로서도 조금은 쑥스럽고 애매한 시기였던 셈이다.”

 

줄거리 요약

이제 작가와 배경을 알아보았으니 소설의 내용을 짧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현재의 시점으로 시작하는데, '몸에서 사람의 귀가 자라는 쥐'를 다룬 뉴스를 보다 문득 달팽이관 같았던 고시원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때부터 시점은 과거로 돌아가고요, 주인공의 집이 하던 사업이 삼촌의 배신으로 부도를 맞게 됩니다. 가족들이 다 흩어지고 주인공은 친구의 집에 얹혀살다가 눈치가 보여서 나오죠. 막노동하던 형이 30만원을 줘서 그 돈으로 유일하게 갈 수 있는 갑을고시원을 향합니다. 고시원은 복도가 40cm이고 방은 겨우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정도였죠. 주인공은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소리 없이 살다가 몇년 뒤 고시원을 나와 취업, 결혼, 취직을 하게 되고, 현재의 시점으로 돌아와 그 시절을 회상합니다.

 

소설의 의미

1. 외로운 사회

첫번째로 외로운 사회가 있습니다. 주인공도 좁은 고시원에서 살고, 안타깝게도 막노동을 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형도 납골당에 갇힙니다. 이 사회의 모든 사람은 외롭게 혼자 밀실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요.

 

2. 남성중심사회 비판

두번째로 남성이 이끄는 남성 중심의 사회를 비판한 듯한 부분도 있습니다. 고시원에는 업소의 여종업원들이 많습니다. 다른 고시원 사람들과는 다르게 쾌활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주인공은 이들의 웃음을 보고 이 세상을 건강하고 쾌활하게 유지하고 있는 건 여자들이 아닐까, 하며 삭막한 남자들이 만든 세상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3. 소유의 헛됨

세번째로 헛된 걸 소중히 여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분입니다. 주인공의 유일한 재산인 컴퓨터는 386디엑스투라는 기종인데, 당시 200만원 정도였으니 지금 돈으론 400만원이 넘는 가격이죠. 그래서 주인공은 이 컴퓨터를 도둑맞지 않으려고 밤에도 빨리 오고 컴퓨터 공간만큼 쪼그려서 잡니다. 근데 시대적으로 컴퓨터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컴퓨터 성능은 증가하고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컴퓨터는 버려지게 되죠. 이렇듯 사라져버릴 것들을 위해 목숨을 다하는 사람들을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4. 휴식의 공간

마지막으로 고시원에서 살던 시기는 힘들었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돈 없고 힘들었던 시기에 쉴 수 있었던 공간이다. 지금도 그런 공간들이 충분히 있으면 좋겠다. 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힘든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인 배려나 제도를 말하는 게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정리

7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밀실, 납골당으로 비유되는, 인간은 누구나 외롭게 살아간다.
  2. 여급들의 웃음과 대비되는 삭막한 남성 중심의 사회.
  3. 386디엑스투같이 헛된 걸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4. 인생은 하나의 고시이다.
  5. 빚에 연연하지 말고 살다 보면 없어져 있다. 시간이 약이다.
  6. 힘든 시간이라도 지나보면 추억이 된다.
  7. 힘들었지만 고시원은 누구나 가진 게 없어도 돌아와 쉴 수 있는 공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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