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동아리 문집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입니다. 5년 전 작성된 내용이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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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0. 13
약력 | 96년 창비에 ‘대관령 옛길’ 등으로 등단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에 잠든 이 누구신가’ 등 6개의 시집을 냈으며 현대문학상, 천상병시상을 수상했다.
경향 | 나희덕이 “여린 듯 강렬하고 수줍은 듯 관능적”이라고 말했듯이, 균형의 시인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문제에 적극적이지만 강요하지는 않으며, 때로는 관조하기도 한다.
‘신문을 보는데 ‘여’가 나를 꼬나본다/백여명 천여명/삼만여 십만여 육백만여 오천만여/모든 집계에는 언제나 ‘여’가 있다//…//누구도 ‘여’에 속하고 싶지 않지만/대다수는 ‘여’가 될 수밖에 없는 산술법을/태생으로 가진 무엇인가의 뱃속,/우리는 컴컴하게 처박힌 것 같은데//…’
‘일년에 한번 자궁경부암 검사 받으러 산부인과에 갈 때/커튼 뒤에서 다리가 벌려지고/차고 섬뜩한 검사기계가 나를 밀고 들어올 때/세계사가 남성의 역사임을 학습 없이도 알아채지//여자가 만들었다면 이 기계는 따뜻해졌을 텐데/최소한 예열 정도는 되게 만들었을 텐데/그리 어려운 기술도 아닐 텐데//…’
‘여’ | 위에 인용한 시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무엇일까? ‘여’를 위한 시라는 것이 아닐까? 김선우는 권력과는 거리가 멀지만 우리 주변에 어디나 있는 50%의 여(女), 더 나아가 99%의 여(餘)를 위한 시를 쓰고는 한다.
에코페미니즘 | 지금까지의 내용을 궤뚫는 단어가 아닐까. 단지 자연과 여성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 인간이 서로 평등하고 여성과 남성이 서로 평등하듯, 만물의 평등을 추구하는 이념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내가 죽어지지 않는 꿈
앉아도 서도 누워봐도 모든 자세가 편안하지 않아 아득한 벼랑에서 뛰어내렸더니 가슴뼈만 부서졌다 큰 곰을 사냥하고 돌아오니 찔어넣은 창날에 내가 피흘렸다
이제는 곧 죽을 수 있겠구나, 아끼던 것 모두 나눠주었다 손톱이 못생겼다고 투덜거리던 막내에겐 손톱을 주고 실명한 오빠에겐 눈알을 주고 심장, 머리칼까지 잡히는대로 거두어 가지라고 유서도 마쳤는데 내가 죽어지지 않아
창밖을 내다보니 다시 벼랑 끝이었다 벼랑 밑은 고요한데 그 고요 무서워 누워 기다리던 상여를 확, 열어젖혔더니
내 것인 줄 알았던 머리칼 산발하고 우는 산벚꽃나무가 보였다 굴삭기가 파들어간 붉은 산허리, 내 것인 줄 알았던 내 눈동자를 품고서 나보다 먼저 죽은 계곡이 보였다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내린 아기꽃들, 먼저 나간 상여는 꽃상여였다
처음에는 제목이 눈에 띄어 보게 되었는데, 내용을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내가 지금 품고 있는 생각과 비슷한 것 같아 곰곰히 분석해보게 되었다. 2연까지는 꿈 속의 내용이다. 사는 게 힘들어 죽으려 했으나 죽어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3연부터는 꿈에서 깬 뒤의 일이다. 현실에서도 시의 화자는 위기에 처해있고, 자연이 죽기 직전의 위기에 와 있다.
시인은 죽으려고 결심한 화자를 통해 자연이 처한 위기와 우리와의 관계를 말해주는 듯했다. 우리가 자살로 치닫고 있는 것은 자연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보였다. 이 시를 읽음으로서 내 고통만을 걱정하고 자살을 결심하는 좁은 삶에서 벗어나 우리를 궁극적으로 병들게 하는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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