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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영화-드라마-연극

[영화] 친절한 금자씨: 싸늘한 명연기

by 누에고치 2020. 7. 2.

왓챠고 넷플릭스고 언제나 추천 상단에 있었던 <친절한 금자씨>. 그렇지만 보기보다 외모지상주의자인 나는, 제목만 봐서는 마치 70년대 싸구려 영화같은 이 작품을 단 한번도 재생시켜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운좋게 오버워치 경쟁전에서 100점을 얻고 그 날의 운을 다 썼다고 느껴 평소보다 게임을 빨리 끈 나는, <동주>의 단조로움에 질려 꺼버리고는 불현듯 추천 피드에 뜬 <친절한 금자씨>를 재생시켰다. 시작부의 출소 씬에서부터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작품은 유괴와 복수라는 간단한 소재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감옥에서 출발하여 개연성있게 인물들과 장소들이 하나씩 추가되고 과거의 이야기와 교차하여 제시됨에 따라, 1시간 55분의 러닝타임동안 우리는 계속하여 새로운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얼굴에 티 하나 없는 이영애가 '미모의 전과자'로 등장하는 것도 몰입감에 도움이 된다. 미소녀를 데려다놓고 '평범한 얼굴의 여고생'이라고 나레이션했던, 설득력없는 몇몇 작품들에 비하면 말이다. 미모의 전과자 '금자'는 전혀 위화감없는 천사같은 미소와 싸늘한 미소를 번갈아서 보여준다. 그의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작품 전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작품 내내 위화감이 드는 부분은 사투리 연기에 현지인을 채용하지 않은 배역미스 뿐이었다.

 

굉장히 재치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유괴'라는 소재의 특성상 발생하는 가장 신파적인 부분에 약간의 코미디를 넣으면서 신파극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부분이다. 원래 어두운 영화를 볼 때 눈물이 한두방울은 나게 되어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부분이 크게 없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감정이 제거된 싸늘한 복수극에 걸맞는 구성이 아니었다 싶다.

 

 

친절한 금자씨

2005

감독 박찬욱

1시간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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