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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영화-드라마-연극

[영화] 주키퍼스 와이프 : 깔끔하지만 허전한

by 누에고치 2020. 7. 5.

2차대전기의 유럽을 다룬 작품은 프로파간다 영화에서 수용소를 다룬 작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그려지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작품화하기에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란 점이다. 워낙 영화보다 영화같은 사건이 많이 일어났던 시기이기에,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흡입력있는 작품이 탄생할 여지가 있다.

 

왓챠를 둘러보다가 '쉰들러 리스트와 비슷한 작품이에요', 라는 문구로 추천된 <주키퍼스 와이프>가 눈에 들어왔다. <마션>과 <인터스텔라>에 연달아 나와 익숙한 제시카 채스테인이 주연으로, 바르샤바 동물원을 운영하던 부부가 피난을 가지 않고 인맥과 기지를 활용해 게토의 유대인들을 탈출시켰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적절한 악역의 배치, 주인공 일가의 수난과 극복 등, 졸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는 구성이다. 주연들의 연기가 훌륭함은 물론, 시대적 고증도 딱히 거슬리는 바가 없었고, 특히 동물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등장해서 더욱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찾아보니 CG 없이 진짜 동물들을 촬영한 것 같다.) 다만 포스터와는 다르게 극중 동물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렇지만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쉰들러 리스트>에 비해 베이스로 삼은 실화 자체가 덜 드라마틱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주인공 부부의 영웅성이나 전쟁의 참상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는 그럭저럭 집중했지만 크레딧이 올라갈 쯤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달까. 지나치게 가족영화적인 결말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물론, 비록 부족함을 느끼긴 했지만, 나처럼 2차대전의 어두운 면을 다룬 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볼만한 영화다.

 

주키퍼스 와이프

2017

니키 카로 감독

2시간 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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