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3. 14 (토)
로미오와 줄리엣 (2/3)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작곡
올레크 비노그라도프 안무
2막
음악적으로는 부드러운 악기 쌓기가 돋보인다. 비단 스트링 (Vc-Va-Vn)이 아니라, 파곳이나 호른, 트롬본 같은 악기와도 피아노-메조피아노 정도의 셈여림에서 프로코피예프는 특출나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능력이 있다. 물론 "기사의 무도"처럼 포르티시모로 일관되는 부분도 듣기 좋지만.
맨 왼쪽에 있다보니 콘트라베이스 주자들이 잘 보이는데, 첼로-바이올린과는 다르게 굉장히 손 간격이 큰 악기라 가끔씩 머리를 지판으로 돌려서 왼손을 잡을 위치를 보는 것은 항상 귀엽다. 우리 오케스트라에서도 느꼈던 바였는데, 프로 주자들도 아예 안 보고 연주하지는 않는구나.
맨 위의 사진처럼 워낙 아크로바틱한 동작이 많은데, 대부분은 남성 발레리노의 근력에 기반을 둔 동작이라, 로미오가 유독 힘들어했다. 뭔가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않고, 차력쇼를 할 때처럼 낑낑대면서 겨우 동작을 완성하는 느낌? 전체적으로 남주인공의 안무 성숙도가 그닥 좋지 않았는데, 저번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유는 모르겠다.
2막을 구경하다 보면, 제 2의 감상포인트인 "다섯 커플의 춤"이 시작된다. (=모음곡 제2번의 IV. Dance) 라-솔라 라-솔라 라#-솔#라#시!의 흥겨운 멜로디는 우리의 귀에 계속 맴돈다. 이때까지 음원으로 들을 때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만 포함되어 있었는데, 무용수들이 손뼉을 치고, 탬버린도 흔들면서 같이 들으니 신기하다.
아래 영상의 12분부터인데, (멜로디는 13-10) embed를 허용하지 않아 Youtube에 들어가서 보셔야 한다.
이 섹션의 무대배경으로는 색색으로 치장된 실이 나오길래, 도대체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덴마크나 영국일 텐데 왜 저런 게 나오나 싶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소설의 배경은 이탈리아다. 이런... 나의 무지를 탓하자. 쥐불놀이를 연상시키는 천 돌리기와, 춤을 추던 무용수들이 별안간 누워서 탬버린을 위로 흔들고 있고 그 사이를 미로처럼 오가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인상깊었다. '무대 구성'이란 저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무도회에 들어온 원수 집안 사람을 탐탁지 않아한 티볼트는 로미오에게 시비를 걸고, 잘 넘어가려던 로미오와 다르게 머큐시오는 이를 참지 못한다. 그렇게 시작된 결투 장면. 머큐시오는 칼에 찔려 죽는다. 나는 우습게도 줄거리를 햄릿과 헷갈려서, 줄거리를 읽기 전까지 '아. 저게 독이 묻은 칼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칼에 찔린 머큐시오의 마지막 춤이 인상깊다. 즉시 죽어야 할 부상에도 한참동안 마지막 말을 하다가 죽는 영화 속 조연들처럼, 머큐시오도 죽어가는 듯한 음악과 함께 최후의 춤을 보여준다. 죽은 머큐시오를 몬터규 가문 사람들은 십자가처럼 성스럽게 들어올리는데, 십자가 모양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로미오는 이내 머큐시오를 죽인 티볼트를 찌르는데, 티볼트 또한 죽고는 최후의 춤을 남긴다. 두 사람이 죽은 뒤의 웅장한 춤과 노래 또한 잘 짜여진 부분이다.
줄리엣은 정말 잘 춘다. 1막에서도 그랬지만, 독무 및 2인무가 여전히 있는 2막에서도 마찬가지다.
3막의 내용은 3부에서 이어집니다.
글이 도움이 되었다면, 왼쪽 아래 공감❤️ 꾹! 눌러주세요!
티스토리 블로거라면 왼쪽아래의 구독
네이버 블로거라면 오른쪽의 이웃추가
그 외의 독자분들께서는 아래의 이메일 구독
해주시면 새글 알림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Apple Music, "London Symphony Orchestra & Valery Gergiev의 Prokofiev: Romeo & Juliet, Op. 64"
Youtube, "Prokófiev - "Romeo and Juliet" Suite No. 2, Op. 64c | Nobel Prize Concert 2009"
НОВАТ, Балет Ромео и Джульетта 원문설명 참고함. 또한, novat.nsk.ru로 인용된 사진은 모두 해당 출처에서 가져왔습니다.
'2020-1 노보시비르스크 > 러시아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러시아 문화생활] #16 / 비올라 야가 현 후기: 0일차 (Jargar medium) (2) | 2020.03.26 |
|---|---|
| [러시아 문화생활] #15 / 해외에서 한국책 읽기: 밀리의 서재 구독 (+구독권 싸게 사는 법!) (6) | 2020.03.23 |
| [러시아 문화생활] #14-1 / 러시아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감상하기 (프로코피예프) (1/3) (10) | 2020.03.15 |
| [러시아 문화생활] #13 / 비올라 현 구매하기 (4) | 2020.03.14 |
| [러시아 문화생활] #11 / 발레: 차이콥스키. 호두까끼 인형 (1/2) (4) | 2020.03.0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