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작곡의 발레 "호두까끼 인형"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정통 발레입니다. 지난 29일 저는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발레극장 (이하 НОВАТ)에서 호두까끼 인형을 감상하고 왔어요! 러시아에 왔다면 백조의 호수와 함께 꼭 봐야 될 발레 중 하나죠 :)
2020. 02. 29 (토)
호두까끼 인형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발레극장
표토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작곡
바실리 이바노비치 바이노넨 안무
저번 주에 보았던 하차투리안의 스파르타쿠스와는 다른, 완전한 정통 발레입니다.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로 꼽히는, 러시아 발레 중 가장 대중적인 곡이죠. 저는 비올라 객원으로 호두까끼 모음곡에 참여해본 적도 있어서, 과연 프로 악단은 이걸 어떻게 연주할까, 더욱 기대가 되는 공연이었습니다. 모음곡은 발레 전곡(op. 71)의 일부만 추려 op.71a로 분할한 곡입니다. "페르 귄트 모음곡"과 비슷합니다.
"호두까끼 인형"의 줄거리는, 매우 거칠게 요약하자면 1막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벌어지는 현실세계의 이야기, 2막부터는 호두까끼 인형을 받고 잠든 아이의 꿈 속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막
1막에 사용된 곡은 사실 서곡을 제외하면 아는 게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연주했던 모음곡이 서곡과 2부의 춤곡만 가져오고, 1막의 곡은 일체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현실세계의 즐거운 부잣집 크리스마스 풍경을 묘사한 1막의 모습은 화려하고 정통적인 귀족 캐릭터들의 발레와, 경쾌한 광대들의 발레, 그리고 어린이들의 발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막: 인트로
2막의 인트로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처음 듣는 듯한 멜로디였어요. 차이콥스키는 음악 중에 종을 포인트로 활용하는 게 특색인 것 같아요. 정말 퍼커션이 과하지 않고 감정 조절에 따라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모습이에요. 역시 차이콥스키는 천재입니다.
이후 나비들과 함께 꿈 속의 세계로 떠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현실 세계의 귀여운 모습과는 다르게 아름다운 여인과 멋진 청년으로 변신한 클라라와 병정은 여기서부터 정통적인 발레의 남주-여주 포지션을 맡게 됩니다. 춤도 그에 걸맞게 정석적이구요.
나비들은 발레리노들이 맡고 있는데, 저번 공연인 스파르타쿠스에서 남자 발레리노들의 춤이 소련적인 직선성을 보였다면 정통 안무인 호두까끼 인형에서는, 나비들의 춤마저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차이콥스키의 건들면 바스러질 듯한 섬세한 음악에 맞춰 안무를 짠 결과이기도 하겠죠?
6종의 짧은 춤
Divertissement, 막간극입니다. 주로 '여러 나라의 사절들이 등장해 왕을 즐겁게 한다'같은 레퍼토리로 자연스럽게 삽입하여,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레퍼토리 사이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가장 특징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춤과 춤 사이에 얇은 천과 조명 컨트롤로 앞무대와 뒷무대를 시각적으로 분리하여,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무척 신기하게 보였습니다. 이는 비단 디베르티스망 뿐만 아니라 발레 전체에서 느낀 바였습니다.*
디베르티스망은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 초콜릿 (스페인)
- 커피 (아랍)
- 차 (중국)
- 트레팍 (러시아)
- 갈잎피리
- 생강 어머니와 요정들
발레리나 5명이 '아랍 요정'으로 나와서 펼치는 무척이나 '오리엔트적'인 춤입니다. 굉장히 잘 연주했습니다. 저는 이 곡에서 목관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언뜻 별 것 아닌 듯한 스트링이 잘 나와주니까 훨씬 안정되고 잘 구성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항상 헤드폰으로 듣는 것과 공연장에서 듣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왕복 3시간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발레리나들이 곡선 가득한 춤을 추는 사이, 구석에서는 아랍 복장을 입은 아저씨가 기타 비슷한 악기를 들고 앉아있는 것이 시선강탈 포인트입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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