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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공연 감상

2021.12.17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감상후기 (서울시향·예술의전당)

by 누에고치 2021. 12. 20.


2021년 12월 17일 (목) 20: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 윌슨 응
협연 캐슬린 김(소프라노), 이아경(메조), 박승주(테너), 심기환(베이스)
합창 국립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Beethoven, Symphony No. 9 in D minor, Op. 125 ‘Choral’

공연정보

들어가며...

오래된 전통인지는 모르겠으나,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은 매년 연말마다 예술의전당에서 시향이 연례행사처럼 연주하는 레퍼토리입니다. 워낙 유명한 레퍼토리다보니, 크리스마스에 가까워지면서 가족들과 보기에도 좋은 공연인 것 같아요.

저도 편한 마음으로 친구들도 만날 겸 합창을 예매했습니다. 참고로 가격이 풀 프라이스로는 엄청 비싸보여서 부담을 느끼시는 분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 만 24세 미만에게는 항시 싹틔우미(예당), 시향회원(시향) 등의 이름으로 3-40%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해당 연령의 청년이라면 금전적 부담을 덜 수 있어요!

말이 길었네요! 이런 전차로 새로운 곡에 도전하거나 곡에 엄청난 기대를 안고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번 시향 연주처럼 상세한 메모는 남기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리뷰로 이어가겠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공연 후 성악가, 지휘자, 서울시향, 합창단 인사

감상평

작년에는 서곡을 하나 연주한 것 같은데, 올해는 공연시간이 조금 늦어서 그런지 딱 합창만 공연했습니다.

이번 공연은 원래 오스모 벤스케 상임지휘자가 맡았고 공연명도 이에 따라 '오스모 벤스케의 합창'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윌슨 응 수석부지휘자가 대신 지휘를 맡았습니다. 저희끼리는 '벤스케 없는 벤스케 합창'이라고 농담하고는 했었는데, 이후 공연명도 '2021 서울시향 합창 교향곡'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런 지휘자의 변경 때문인지, 연주 초반에는 약간 불안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특히 요구되는 민첩함에 비해 음의 발산속도가 느린 목관에서 실수가 잘 나타났는데, 가장 잦게 일어나는 목관과 현이 살짝 안 맞는 연주와, 목관끼리 잘 안 맞는 모습이 잠깐 보였습니다.

다행히 1악장 후반부, 그리고 2악장으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불안한 연주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2악장의 경우 전체적으로 힘있고 안정적인 연주를 보여주었습니다. 작곡상에서 주목해볼 점은 2악장에 이미 4악장에서의 선율이 살짝씩 등장하는 점입니다.

베토벤은 교향곡 제9번에서 상당히 퍼스트 호른을 중요하게 쓰고 있습니다. 이번 시향 연주에서 주자는 이 역할을 완벽하게 살려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호른의 어려움을 감안해볼 때 충분히 이해가 가는 정도의 연주였습니다. 심지어 3악장의 호른 스케일은 원래 써드 호른이 맡는 부분인데, 어려워서 퍼스트 주자가 맡은 듯합니다. (이런 디테일을 알려주신 저희 오케스트라 친구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여러모로 부담이 컸을 듯하네요.

4악장은 언제나 그렇듯이 웅장합니다. 다른 말로 설명하기 어렵네요. 협연자들과 합창단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클라이막스에 다다르면 물리적으로 심장이 떨리고, 심정적으로도 웅장함을 느끼게 됩니다. 4악장은 또한 음악이론 기초를 배울 때 항상 등장하는 '질문 - 답변' 형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악장 초반부터 첼로가 구슬프게 연주하는 '라미-레디레미솔-'의 의문과, 이어지는 목관의 답변. 언제 봐도 잘 작곡했다고 느껴지는 구성입니다.

베토벤은 전기의 고전주의적인 모습과 다르게 후기 작곡으로 갈수록 더 전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9번의 4악장에서 그 모습이 유독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영화음악으로 사용해도 되겠다'라는 느낌이 저는 차이콥스키부터 나타난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본 곡의 4악장에도 그런 부분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또한, 클라이막스 부분 전후 타악기의 사용도 고전 작곡들에서의 사용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좌석이 1층 맨 뒤, 위에 2층 천장이 있는 자리라서 음향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음번에 또 예당을 방문할 땐 차라리 같은 등급이라면 2층 중간좌석을 고를 것 같네요. 이때까지 2층, 3층, 합창석은 군데군데 앉아봤고 1층 앞열에도 몇 번 가봤지만, 1층 뒤는 앉아보지 않아서 겪은 패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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