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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영화-드라마-연극

[영화 리뷰] 검은 사제들(2015) - 독특한 분위기의 구마 의식

by 누에고치 2021. 4. 19.
2016년 동아리 문집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입니다. 5년 전 작성된 내용이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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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19

 

 

'검은 사제들'은 천주교 신부들이 비공식적으로 천주교 내에서만 알려진 구마 의식을 치른다는 것을 주제로 하는 영화로, 필자는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것이였지만 이 영화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꺼내자 많은 사람들이 '엑소시스트'라는 단어를 언급하였다. 단어를 찾아보니, exorcist는 영어로 퇴마사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공포영화 역사에 남을 걸작으로 평가받는 영화 '엑소시스트'도 검색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비슷한 구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퇴마를 그 주제로 하고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언급한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영화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보도록 하겠다. 한 천주교 신자 소녀인 영신(박소담 분)의 몸에 들어온 악령을 쫓기 위해 김 신부가 구마의식을 하기로 한다. 김 신부(김윤석 분)는 천주교 측에서도 면박을 당하고, 또 평소 행실을 의심받는다. 한편, 의식을 보조할 부제로 최 부제(강동원 분)가 뽑힌다. 최 부제는 합창연습을 빠지기 위해 의식에 따라가게 되고, 의식에 필요한 지식을 공부하고 물품들을 준비해 김 신부에게로 간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은 구마 의식을 치르기 위해 영신이 있는 곳으로 가 의식을 시작한다. 그러나 도중에 최 부제가 악령이 건드린 옛날 기억, 개가 무서워 여동생을 내버려두고 도망친 그 기억이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의식을 한 번 그르치게 된다. 거리로 나온 그는 곧 이렇게 도망치는 것은 기억 속에서의 도망친 자신과 다를 바가 없음을 깨달아, 이내 마음을 다잡고 악령을 소녀에게서 돼지의 몸으로 몰아내는데에 성공했다. 사제들이 소녀를 살해했다고 생각한 경찰들을 피해 최 부제는 무사히 한강다리에 돼지를 빠트려 무력화시키고 빠져나오는데에 성공한다.

 

공포영화는 잘 못 보는 편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만큼 깜짝깜짝 놀라는 장면이라기보단 꾸준한 악령의 발악을 보여주는 편에 가까워 흠칫 몸이 움츠러드는 장면이 없어 영화를 지속적으로 '쳐다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먼저 영화의 내용에 앞서, 화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매우 신선하고 독특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구마의식에 들어가기 전 실외 부분에서는 자주 가본 장소인 명동성당과 명동 거리가 나와서인지 한국영화만의 특징인 익숙한 풍경과 정겨움이 느껴졌고, 또 공포영화임에도 차갑고 푸른 느낌이라기보단 천주교 특유의 촛불 조명이나 태양빛 조명이 많아 따듯한 분위기를 느꼈던 것 같다.

 

내용적 면에서는 먼저 구마 의식에 대해 알게 된 것을 가장 첫번째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봤다기보단, 영화가 그에 대해 찾아보는 것의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맞다. 영화에서 보는 구마 의식은 천주교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의식이라고 한다. 다만 치료 및 수술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의사의 참관 하에 (영화에서도 의사가 같이 있었다) 진행된다고 한다. 구마의식을 가장해 성추행을 하는 경우도 많지는 않지만 사례가 있다고 하며, 그래서 영화에서 김 신부를 의심해 카메라를 설치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최 부제의 과거 기억이 영화를 보고 한 주가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 속에서 최 부제가 과거에 개에게 여동생을 잃은 장면이 여러 번 회상되는데, 약간 슬픔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당시 그의 무력감과 악령에게 느낀 두려움의 근원, 그리고 다시 구마 장소에 돌아가게 된 힘을 주게 한 근원까지 중요한 핵심 사건이여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안타까운 과거를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로 승화해 용기를 가지고 다시 돌아가는 최 부제의 모습이 힘차보였고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는 내용적 측면이 아니라 배우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나 거리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잡담 등을 들어보면 '다른 건 모르겠고 강동원이 너무 잘생겼다'는 농담섞인 진담이 가끔 들려오고는 한다. 물론 최 부제 역의 강동원이 비율도 월등하고 외모도 준수하다고 필자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다른 요소를 말해보고 싶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김윤석, 강동원 모두 경상도 사투리를 쓰거나, 그 지역의 억양이 남아있다. 필자 자신이 경상도 말과 서울 말이 섞인 억양을 구사해서 그런지 강동원의 부분은 완전한 서울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필자 자신의 언어를 서울말로 단정지어버린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어 약간 씁쓸했다. 필자의 언어야 어찌 되었든, 이들이 사용하는 경상도 말은 영화를 보는 내내 풍경의 익숙함, 빛의 따듯함에 더해 말의 익숙함을 줬던 것 같다. 물론 타 지방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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