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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러시아어 공부

[음운론] 이음: Allophone

by 누에고치 2021. 3. 25.

이음이란 머릿속으론 하나의 음운이지만, 실제로 발음될 때 환경상 여러가지 음성으로 발음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러시아어의 자음 변화라고 하면 시보드냐(сегодня, 철자상 시'고'드냐)에서 나오는 v -> g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예 문법적인 변화일 뿐,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음운이라고 인식하고 있죠. 그렇다면 v와 g는 이음이 아닙니다.

 

/l/의 사례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음일까요?

 

Introductory Phonology(Hayes)에서는 대표적인 이음 사례를 들면서 /l/의 경우를 소개합니다.(pp. 7-12)

 

영어 단어인 listen, file, slight, wealth는 모두 동일하게 발음될까요?

 

정답은, (X)입니다. 모두가 같은 l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발음이 다르다는 것인데요.

 

각각 Devoicing, Dentalization, Velarization이라는 규칙의 지배를 받아 이음화됩니다.

먼저 Devoicing(무성음화)은, 무성자음 뒤에 발음될 때 원래 유성인 l이 무성으로 발음된다는 것입니다. slight에서 s는 무성자음이므로, 후행하는 l은 순간적으로 무성음화되었다가 다시 유성음으로 돌아옵니다.

 

Dentalization(치조음화)은 원래 치경음인 l이 th의 영향을 받아 치조음처럼 발음된다는 것인데, health, wealth 등의 단어에서 나타납니다. th가 치조음이고 치경-치조가 가깝다보니 자연스레 따라가는 것이죠.

 

Velatization(연구개음화)은 어말에서 조음위치가 연구개 쪽으로 간다는 변화입니다. 실제로 final, file 등 음운적으로 l이 마지막에 오는 단어들을 발음해보면 목 뒤쪽으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음의 특성

이음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음일 뿐, 그 자체로 의미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형태소가 될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대표적으로 기음성이 있는 한국어에선 ㄱ, ㅋ, ㄲ가 공(공놀이), 콩(콩알), 꽁(꽁꽁)이라는 다른 단어들을 만들어내는 형태소이지만, 러시아어나 영어 화자들은 모국어에서 발화했을 때 'g를 저렇게 발음하다니 외국인 발음 같다'라고 느낄 순 있더라도, ㄱ-ㅋ-ㄲ가 뜻의 차이를 만든다고 인식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특정 언어에서는 이음이지만, 다른 언어에선 다른 음운인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den과 then이라는 두 발음은 영어에선 뜻을 다르게 하지만, 스페인어에서는 똑같은 /d/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발음되는 이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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