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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 노보시비르스크/러시아 문화생활

[러시아 문화생활] #06 / 쇤베르크 현악 6중주 "정화된 밤" op. 4, 베르크 현악 4중주를 위한 서정적 모음곡

by 누에고치 2020. 2. 21.

안녕하세요, 누에입니다.

 

이번 수요일엔 돔 우쵼늬에서 실내악 공연을 봤는데요. 공연을 꽤 많이 봤지만 또 프로의 실내악 공연을 보기는 처음입니다. 여기 와서 정말, 처음 해보는 게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안 살아봤으니까요. 1부는 1열, 2부는 2열에서 감상했어요. 역시 앞 줄이라, 엄청 생생했습니다. 인터미션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누가 연주자들에게 꽃을 달라고 부탁하길래, '왜 내가...?'라고 생각해서 얼타는 사이에 좀 더 꽃배달에 적절한? 다른 러시아인 소녀 관객이 반대편에 착석해서, 저는 이런 영광?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후기로 넘어가볼까요?

공연정보

2019년 2월 19일 (수), 12+

필하모니카-콰르텟

음악 감수 | 발레리 카르치긴

객원 | 알렉산드라 오고로드니코바, 비올라. 야로슬라프 쿠체랴비흐, 첼로.

소개사 | 마리나 야쿠셰비치, 강사/음악학자.

시즌패스 №12a (сезон 2019-20) «Filarmonica-квартет»

돔 우쵼닄 콘서트 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지부

300루블

 

A. 베르크, 현악 4중주를 위한 서정적 모음곡.

A. 쇤베르크, 두 대의 바이올린, 두 대의 비올라, 두 대의 첼로를 위한 <정화된 밤>, op. 4.

 

* 원문은 최하단에 기재합니다.

 

후기

I. 알반 베르크, 현악 4중주를 위한 서정적 모음곡.

 

저도 한국에서 오케스트라를 할 때 4중주나 5중주를 몇 번 해봤는데요. 프로는... 차원이 다릅니다. 저희 오케스트라에서 그나마 실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연주자는 전공을 하려다가 그만둔 제1바이올린 수석과 첼로 수석이 있고, 나머지는 취미생의 수준이라, 항상 비올라랑 제2바이올린은 묻혀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근데, 역시 프로 콰르텟이니 당연하겠지만, 올라와 세바가 잘 연주하니까 너무 좋습니다. 이 콰르텟 특성인지, 아니면 곡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2바이올린이 더 비브라토를 세게 줘서 돋보이게 나오고, 오히려 1바이올린 주자는 안정적으로 음을 이어가는 느낌이어서 색달랐습니다. 비올라도 보통에 비해 소리가 크게 나오고 (전통적인 곡에 비해) 현대곡답게 굉장히 주도적인 역할을 많이 차지해서, 4명이 모두 중요하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거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2바이올린 주자분의 비브라토가 너무 아름답고 절절했습니다. 차이코프스키 곡의 서정적인 부분에서 쓰여야 할 바로 그런 비브라토의 느낌이었습니다. 저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있으면서 비브라토를 (야매로) 익혀 나오긴 했지만,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

 

콰르텟에서 비올라는 중간부의 음을 이어준다는 느낌으로 사용된다고 서술됩니다. 베르크는 음계진행을 끝낼 때 비올라를 제일 마지막에 남겨둠으로써 이런 느낌을 내는데요. 무슨 말이냐면, 도시라솔- 내려오는 진행에서 첼/비/바가 다 같이 연주하다가, 첼로랑 바이올린은 쉬고 비올라가 마지막 두 마디를 혼자 나온다는 것입니다. 비올라 주자가 완벽히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해줘서, 감상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특히 퍼스트 바이올린에서 느껴졌지만, 비브라토를 심지어 안 해도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날 수 있다는 것은 더 놀라웠습니다. 아무리 악기가 좋다고 하더라도, 활을 올바로 쓰는 것만으로 (보잉만으로) 저렇게 막힘없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건 정말 프로의 영역인가봅니다. 언제나 프로와 비교하면 저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저 열심히 감상을 다니고, 열심히 연습을 하는 것이죠.

 

곡 자체에 대한 감상을 별로 안 적었는데, 사실 특별한 감상을 못 느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말 서정적이고 현대적인 음률로 구성된 6악장의 곡인 것은 맞지만, 제 수준에서 적을만한 감상평을 떠올려내진 못했습니다. 안타깝군요.

 

알반 베르크 / 아르놀드 쇤베르크.


II. 아르놀드 쇤베르크, 두 대의 바이올린, 두 대의 비올라, 두 대의 첼로를 위한 <정화된 밤>, op. 4.

 

우선, 4중주를 듣다가 6중주로 넘어가니 같은 구성이라도 더 풍성해진 느낌이 듭니다. 충분히 4중주로 축약할 수도 있을 법한 곡이지만, 왠지 6중주로 편곡해놓으니 더욱 각자가 여유있고, 더 풍성하고 다음역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느낌이랄까요. 언제나 인터넷으로 들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4-5중주가 정말 담백하고 압축적인 느낌에선 제일이고, 6-7-8중주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느낌이 듭니다.


보통 실내악에서는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주도하고 첼로와 주고받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곡은 오히려 '밤'이라는 제목과 어울리게, 날카로운 바이올린들은 초반부에서 오직 장식음을 맡고, 제1비올리스트가 굉장히 부각됩니다. 그에 걸맞게 소리도 큰 악기를 쓰신 것 같구요. 제2비올리스트는 6중주 전체에서 제일 가려져있는 모습이긴 했지만, 가끔씩 드러나는 솔로에서 부드러운 비올라 본연의 모습을 잊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노보시비르스크 관현악단 공연에서 첼로 2번주자로 앉아있던 분이 객원으로 참여해주셨는데요. 첼로의 심장을 울리는 소리는 언제나 감동적입니다. 항상 농담을 하던 게 있는데, 결국 비올라와 바이올린은 축소한 어깨첼로고, 베이스는 거대화한 베이스첼로이니 모든 현악기의 중심은 첼로라는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첼로의 소리가 가장 부드럽고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에 저는 동의하지 않을 수는 없겠습니다.

 

정말정말정말, 소규모 실내악을 하고 싶은 마음 -콰르텟뽕- 이 들지만, 이런 곡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시도하면 참 연습이 어렵겠죠. 정말 언제나 콰르텟은 마음 맞는 사람끼리 시간날때 연습해서 공연 올리자!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지만, 삶에 치이고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새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저도 특정한 공연이나 이벤트가 아닌, 그저 4중주를 위한 4중주는 준비해본 적이 없네요.

 

여기까지입니다. 필요하시다면 아래의 공연정보 원문과, 참고문헌(위키백과)도 읽어보세요.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공연정보 원문

19 Февраля, 19:00 / Ср / 12+

Filarmonica–квартет

Художественный руководитель – народный артист России Валерий Карчагин

В концерте принимают участие: Александра Огородникова, альт и Ярослав Кучерявых, виолончель

Вступительное слово –

Марина Якушевич, лектор–музыковед

Абонемент №12a (сезон 2019-20)
«Filarmonica-квартет»

Концертный зал Дома учёных СО РАН
300 р.

 

А. Шенберг. «Просветленная ночь» для двух скрипок, двух альтов, двух виолончелей, ор. 4
А. Берг. Лирическая сюита для струнного квартета (1926)
Премьера в Новосибирске

 

 

참고한 문헌/사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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