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1. 13 (월) - 첫 수업날
임시4인실 - 만족!
처음엔 2인실로 올라가는 절차가 무기한 연기된다는게 좀 유감스러웠지만, 4인실에서 사니 좋은 점도 많다. 일단 임시 룸메들도 (중국-스테레오타입과는 전혀 다르게) 상냥하고, 깨끗하며, 생활이 왠지 일정하니까 일기도 쓰게 되고, 얘기할 사람도 계속 있으니 차라리 집에서보다 훨씬 심신도 안정되는 것 같다.
첫 수업
오늘은 첫 수업이 있었다. 월요일만 진행되는 수업이고 다리야 세르게예브나 선생님께서Дарья Сергеевна Невоструева 진행한다. 쓰기 수업이었고 수업내용 자체는 그냥 영어 랭귀지 코스로 듣는 수업이랑 거의 유사한 정도. 중간중간 모르는 단어가 꽤 있어서 수업에 조금 지장이 되긴 했지만 못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첫 수업인만큼 이런저런 코스 관련 정보랑, 기타 정보들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대학 내에 작은 카페들 위치도 알려줘서,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러시아에서 кафе는 ресторан보다 낮은 급의 식당/패스트푸드점을 일컫기도 한다. 커피전문점은 카페이냐кофейня라고도 함.)
언어능력과 의사소통력의 괴리
여기 온 이후로 러시아어 실력보다 의사소통능력이 더 낮아서 언어능력이 빛을 보지 못한다. 귀 때문에 그렇...다기엔 한국에서도 그랬으니까, 천성인 것 같다. 방금 안정된 상태에서 러시아어 중급자 А랑 말할 때는 되게 잘 말했는데. 상대가 나랑 비슷하거나 떨어지는 수준이라 오히려 원어민과의 의사소통보다 편하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가게라든가, 사무실이라든가, 밖에 나가서는 잘 못 써먹겠다. 아직 이 곳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소통' 자체가 나에겐 어렵다.
기타 신변잡기
오늘은 돈을 꽤 많이 썼다. 커피, 점심값에, 장도 봐오고, 책도 사고, 룸메 Б의 생일선물과 껌까지. 한화로 40000원 정도 쓴 것 같다. 이 중에서 책들은 왠지 괜히 산 것 같단 느낌이 든다. 고골 검찰관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번역 진도가 안 나가고, 영러-러영사전은 내가 영어를 편안하게 못 구사하니 생각보다 큰 도움도 안 되고... 아예 어린이용 동화책이랑, 예문이 많고 두꺼운 러러사전을 살걸 그랬다.
1월 한중간에 별안간 러시아에 떨어진 사람으로서, 추위가 항상 문제다. 그나마 이번 겨울은 러시아나 한국이나, 평년에 비해 덜 추운 편이다. 아무튼, 생활하는데 귀 말고는 큰 무리가 없다. 귀마개를 하고 다녀보고, 그래도 안 나아지면 내일은 병원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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