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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러시아어 공부

[PSl] 팔자에도 없었던 원시슬라브어 공부를 미리 해버린 건에 대하여

by 누에고치 2023. 11. 20.

노어학전공자가 학과 전체에 한 명밖에 없는 관계로 이번학기 듣는 수업 중 한 과목은 교수님과 1:1로 마치 고액과외와 같은 수업을 듣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등록금 / 시간수로 환산해보니 그렇게 고액은 아니었다)

 

현재 <The Slavonic Languages>(B. Comrie & G. Corbett, 1993)를 교재 중 하나로 나가고 있는 수업이 있다. 교수님께서 장기간 출장을 떠나면서 복귀하신 뒤 발제로 <1장 서론, 2장 표기법, 3장 원시슬라브어(Proto-Slavic)>까지를 모두 요약발제해오라는 과제를 내주셨다.

 

1장(서론)은 일단 끝내기 수월했다. 그러고 나서 2장(표기법)을 대충 보니 아무래도 3장이 조금 더 중요한 것 같아서 순서를 조금 바꿔 준비하려고 해보았다. 그런데 3장 2절(PSl 음운론)에서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닌가... 다른 수업 준비도 해가면서 하려니 어느덧 수업 이틀 전이 금방 다가왔고, 파파고한테 번역시키고 챗지피티한테 원문 긁어서 먹여가면서 꾸역꾸역 발표 슬라이드를 채웠는데도 결국 PSl을 다 끝내지 못했다.

 

그렇게 수업에 들어왔다. '너무 방대해서 솔직히 다 못했습니다 선생님.' 나의 보잘것없는 변명.

 

'이게 뭐가 그렇게 방대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역시 대학원의 벽은 높구나.

 

새삼 느끼고 PPT를 켜서 어떤 부분을 준비했는지 설명드리자 잠깐 이상한 기운이 돌더니... "이 부분을 했다고?"

 

알고보니 Russian 부분의 1~3"절"을 발제해가야 하는데 소통오류로 인하여 책 전체의 1~3"장"으로 이해를 한 것이었다. 교수님이 말씀을 잘못 하신 건지, 내가 잘못 받아적은 건지 어이없는 전달 실수였지만 하필 교수님께서 출장을 가서 연락이 거의 안 되는 바람에 확인을 해볼 수가 없어 그냥 강행한 것이었다.

 

나는 정말 교수님이 '틈틈이 준비하지 않으면 대학원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걸 깨닫게 해주려고 이렇게 방대한 분량을 설정해줬다고 생각했다. 그저 착각이었을 뿐이었다니.

 

그래도 러시아어학을 하려면 언젠가는 OCS(고대교회슬라브어)와 PSl(원시슬라브어)를 배워야 하기에 미리 공부한 셈 치고 발표는 해보라고 하셨고, 결국 원래 하기로 한 러시아어의 1~3절 발표는 다음 시간으로 밀렸지만 아무튼 수고했다고 해주셨다.

 

어이없는 해프닝이었지만 지난 한 주간 너무나도 고통받던 발제가 끝나서 아무튼 일시적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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