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시아/러시아어 공부

[형태론] 러시아어에서 문법화와 어휘화

by 누에고치 2021. 6. 20.

언어의 특성 중 '무한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의 개념은 무한한데, 언어 속 형태소는 유한하다보니 이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에서는 다양한 수단을 사용합니다. 아예 외래어를 차용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지만, 역사적으로는 새로운 용어가 만들기보다는 기존 용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죠.

 

바로 이 과정에서 문법적인 변화형이 그 자체로 어휘가 되거나, 반대로 개별 어휘가 문법요소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각각 어휘화와 문법화라고 합니다.

 

어휘화

문법요소가 하나의 어휘가 되는 과정을 어휘화라고 합니다.

 

ex) утром(명사의 조격 부사), благодаря(부동사 전치사), кольцо(지소체명사 보통명사)

 

1. Сегодня утром я встал рано.

오늘 아침에 저는 일찍 일어났어요.

утро의 조격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아침에'를 표현하는 부사가 되었습니다.

 

2. Блогодаря этому, я успешно стал учителем.

이것 덕분에, 저는 성공적으로  선생님이 될 수 있었습니다.

원래 부동사로 '이것에 감사하며'의 의미였지만, 지금은 '덕분에'를 표현하는 고정된 전치사가 되었습니다.

 

3. кольцо - (*коль-цо)

반지 (*작은 원)

원래 지소체는 '작은 ____'의 의미를 가져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아예 독립적인 단어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기어와의 관계를 잃음) 지소체라는 문법적인 요소가 어휘를 만든 경우이므로 어휘화에 해당합니다.

 

문법화

반대로, 어휘요소가 문법이 되는 과정을 문법화라고 합니다.

 

ex) должен (-해야 하다)

 

영문법을 배울 때 의무동사(must 등), 사역동사(let 등), 감정동사(feel 등) 같은 용법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런 용법을 파헤쳐보면 동사의 유래는 결국 일반 명사일 때가 많은데요, 특히 의무동사의 경우 빚지다, 허용하다 등 일반명사에서 유래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휘체계가 정형화되면서 점점 의무를 표현하는 문법표현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러시아어의 должен도 이에 해당하는데요.

 

어원적으로 살펴보면 *dlъgъ(OCS, '빚')에서 유래한 단순한 동사 어휘(빚지다)였으나, 점점 그 기능이 발전하면서 영어의 must, 독일어의 müssen과 같이 문법성을 가진 문법 요소에 가까워진 것이죠.

 

예문

<У меня нет рта, но я должен кричать.><나는 입이 없다, 그러나 나는 소리질러야 한다.> (소설 제목)

 

(의무동사의 유래에 관한 내용은 정연우 교수님의 논문[1]을 참고하였습니다.) [DBPia 링크 / KCI 링크]

 


[1] 정연우, 「러시아어의 필요성과 관련된 양상술어의 문법화」, 『노어노문학』 제20권 제2호(2008), pp. 4-6. 참조. [DBPia 링크 / KCI 링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