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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대구·경산 여행일지

[대구경산 여행일지] #2 대구-서울 정기공수 탑승 후기 (신청방법 및 팁)

by 누에고치 2023. 6. 20.

안녕하세요,

 

군복무 중 외출, 외박, 휴가를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대구와 근교 지역을 많이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제일 생생한 기억부터 적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얼마전 탑승한 정기공수 후기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1. 정기공수란

정기공수란 대한민국 공군에서 정기 노선을 두어 운용하는 수송기를 말합니다. 물자이송 및 업무상 긴급한 인원의 이용이 우선이며, 남는 자리에 휴양 등의 목적을 위해 탈 수 있습니다. 모든 장병 및 군무원, 그리고 하사 이상 간부의 가족은 이용할 수 있습니다.

 

2. 신청방법 및 탑승 팁

정기공수 탑승을 위해서는 최초 1회 국방망 인트라넷에서 회원가입을 신청한 뒤, 수송 계통에서 승인이 나서 계정이 생성되면 인터넷 및 인트라넷에서 국방수송정보체계(www.dtis.mil.kr)에 접속해 예약할 수 있습니다.

 

최대 50~60일 이후의 구간까지 신청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신청을 하고 나면 탑승이 가능하기를 기도하면서 기다리면 됩니다. 탑승 여부에 관해서 우리는 탑승 전날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1. 탑승 인가 여부는 전날 14시를 전후해 결정됩니다.
  2. 기상 및 비행장 내부 사정 등으로 갑자기 당일 오전에도 취소가 될 수 있습니다.

공수만 믿고 기다리다가 탑승이 불가능해지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으니 기차, 버스 등 대체 교통편을 확보해둬야 할 듯합니다.

 

3. 이번에 탄 구간: 대구공항 - 서울공항

저도 이번에 대구공항(11전비)에서 서울공항(15비)으로 향하는 정기공수 노선을 타 봤습니다.

 

정기공수 노선에는 C-130(허큘리스, 록히드마틴 사 개발), CN-235(별명 없음, 스페인-인도네시아 공동 개발), HH-47(치누크 헬기, 보잉 사 개발) 등이 투입되는데 이번 대구-서울 노선은 경수송기인 CN-235가 운항하는 노선이었습니다.

 

부대에서 휴가를 월요일 아침에 나왔는데 정기공수 대구-서울 노선은 화요일 오후 비행기였기 때문에 토요코인 호텔 대구 동성로점에서 하루 숙박하면서 대구를 여행했습니다. (이후 토요코인 호텔 및 대구 여행일지도 작성 예정) 조식 먹고 나와서 잠깐 놀다가 서문시장에서 점심 먹고 버스 타고 대구비행장으로 갔어요.

 

비행장 면회실에서 바로 종합수송지원반(약칭 '종수반')으로 가라고 안내받았습니다. 사실 저희가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서 만약 가능하면 대구비행장에 있다는 파리바게트나 이디야 같은 편의시설을 이용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면회실 초병에게 문의하니 내부 BX 및 편의시설은 이용할 수 없다고 (정확히는 '아마 안되실 거다') 하더라고요. 다른 공수 후기에서는 내부 BX 등도 사용 가능했다는 분도 계셨는데, 아마 환승 기간 동안 이용하셨거나 비행장별로 정책이 다른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마땅히 밖에서 할 것도 없어서 그냥 들어가서 종수반 대기실에서 기다렸습니다. 이 비행장에서 근무하는 것 같은 공군 용사 한 분이랑 같이 기다렸습니다. 대기실에 비치된 잡지 읽고 폰 충전하고 유튜브 보면서 한참 기다리다보니 CN-235가 착륙하고 아래 사진처럼 커버올에 썬글라스 쓰신 근무인원 분들이 대기실로 들어와서 커피 한 잔 하시더라고요. 신기하다~ 하면서 좀 있다보니 실제 출발 시간보다 조금 빠르게 탑승 준비해서 비행장으로 나오라고 안내받았습니다. 

통일농구 대표단 방북 시 사진. 커버올에 썬글라스를 쓴 근무인원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가 평소에 타는 민항기나, 보통 수송기 하면 떠오르는 C-130에 비하면 작습니다. CN-235라는 게 최대 35명이 탈 수 있어서 235라더라고요. 탑승하고 나서 보니 화물이 조금 있고 화물운송 및 정비 담당하시는 듯한 근무자 분들이 몇 분 같이 타셨습니다. 실제 이착륙은 예정된 시각과 거의 똑같이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륙할 때는 절차가 좀 걸리는지 바로 뜨진 않더라고요. 대구공항은 민항기도 군용 비행장 쪽 활주로를 같이 쓰기 때문에 이착륙 시 창문을 가린다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 이륙하면서 보니 멀지 않은 곳에 진에어 비행기가 보였습니다.

 

보면서 시간 때우려고 영화도 다운받아놓고 2048처럼 간단한 게임도 몇가지 설치했는데, 실제로 타보니 비행기가 많이 흔들리고 탑승객들이 귀마개를 껴야 할 정도로(근무자 분들도 헤드셋으로 차음하심) 차음이 안 돼서 휴대폰을 쓸 정신은 아니었고, 전날 서점에서 산 얇은 책을 읽는 정도는 괜찮아서 책을 한 권 다 읽었습니다. 가끔 비행기 고도가 확 내려갈 때가 있는데 안전한 걸 알면서도 심장이 덜컹하는 느낌이었어요.

 

서울공항에 착륙할 수 있다는 점이 조금 낭만적입니다. 보통 우리가 타게 되는 공항은 그래도 좀 교외에 있는 편인데, 서울공항은 성남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이죠. 충돌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빽빽한 분당의 건물들 사이로 착륙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던 인상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착륙 후에는 바로 내려주더라고요. 어차피 다 인가되고 검사한 인원이라 그런지 종합수송반에서 따로 대기절차 없이 바로 부대 내부 순환하는 버스 타고 면회실에 내려줬습니다. 영문 나가는 데까지 5분도 안 걸린 것 같아요. 서울공항은 시설이 대구비행장보다도 훨씬 좋은 것 같았어요. 탑승시 휴대폰 보안앱을 깔도록 되어있는데 잊지 마시고 해제하고 나가세요!

4. 정기공수 이용시 장단점

이번 대구-서울 구간을 타본 느낌을 장단점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정기공수 이용 시 장점:

  1. 부대-자택의 이동만 지원되는 TMO와는 다르게 어떤 휴가든, 휴가 중 언제든 탑승할 수 있다
  2. 실제 운항시간이 매우 짧다(ex: 대구-서울 50분 이내)
  3. 평생 타보기 힘든 군 수송기(C-130, HH-47, CN-235)를 군복무 기간을 이용해 타볼 수 있다
  4. 휴가 중 장거리 여행(ex: 수도권 거주자의 경우 제주 여행, 김해, 부산 여행)을 특별한 방법으로 계획할 수 있다
  5. 선박을 이용해서 가야 하는 백령 및 울릉을 치누크 헬기를 이용해서 가볼 수 있다

1번 장점이 제일 매력적인 것 같은데요. TMO 지원은 휴가출발 및 복귀에만 적용되지만 정기공수는 휴가기간 중 언제나 사용이 가능하고, 심지어 정기휴가라도 가능하기 때문에 만약 휴가일정과 비행일정이 일치하고 노선도 딱 맞는 경우라면 정기휴가 교통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대구, 성남, 수원, 원주 등 생각보다 많은 곳에 비행장이 있기 때문에 해당 비행장이 자택과 가까운 경우 취소되더라도 부담없이 신청해볼 수 있겠네요.

 

3~5번 장점은 '낭만'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비슷한 차원인데, 저도 이번 휴가가 월요일 출타라서 사실 당일 효율적인 방법으로 집에 오려면 당연히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게 맞겠지만 대구도 하루 여행해 보고, 수송기도 한 번쯤은 타보고, 겸사겸사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차원에서 수송기를 타보려고 했습니다. 김해 및 제주를 가는 방법으로도 좋고, 무엇보다 백령과 울릉으로 가는 경우에 치누크 헬기를 타볼 수 있다는 점이 이 '낭만'의 절정입니다. 주변에 정기공수를 이용해본다고 말했더니 아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이 헬기를 타보라고 권하시는 경우가 꽤 많았어요. 아쉽게도 저는 일정상 타보지 못하고 전역하게 될 것 같네요.

 

정기공수 이용 시 단점:

  1. 좌석이 불편하고 소음이 심하다
  2. 운항시간은 짧아도 최소 1시간 전 비행장 종수반에 도착해야 해 실제 소요시간은 비슷하다
  3. 비행장-시내가 먼 경우도 있어 소요시간은 더 늘어난다
  4. 노선이 제한적이여서 여행 일정을 공수일정에 맞춰야 하는 일이 생긴다
  5. 전날까지 인가여부를 알 수 없으며 심하면 당일 취소될 수 있어 불안정하다

사실상 낭만으로 타는 수송기이기 때문에 장점을 빼고는 모조리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침 출발지와 도착지, 출발시각이 딱 들어맞는 소수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육상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거에요. 노선이 몇 개 없고 일반적인 여행자가 아니라 공군의 물자 수송에 맞춰서 노선이 짜여져 있고 우리는 거기 '끼여 타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또 앞서 말한 2번 장점이 무색하게 되는 2~3번 단점이 있습니다. 여유를 두고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시간이 더 걸리게 되고, 결국 기차를 이용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도착시간이 됩니다. 좌석은 어떨까요? 아래 사진처럼 영화에서 나오는 수송기 내부 모습처럼 생겼는데요, 편의성만 따지면 거의 지하철 좌석 수준인 것 같아요. 편안한 여행을 원하신다면, '빠르고 편안한 KTX'를 이용해야겠습니다.

 

 

프랑스 공군에서 운용 중인 CN-235 내부 모습. [위키미디어 커먼즈]

이상으로 정기공수 대구-서울 노선 탑승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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