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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기타분야 공부

유튜브 중독과 도파민

by 누에고치 2020. 4. 22.

요즘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느라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스크린타임으로 나름 제한을 걸어뒀지만 아무래도 파훼법을 스스로 알다보니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특히 오늘처럼 12시 반에 아침수업이 끝난 이후로 낮잠과 유튜브, 식사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정을 맞아버린 날은 현타가 세게 온다.

 

우울과 중독 같은 문제에 있어 얄팍한 지식이라도 가지고 있는 게 좋은 것은,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탓하기보단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내가 이해한 지식을 실천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노력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란 것을 알기에 정신상태가 극한의 사태까지 치닫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이게 지속되다보면 자신의 문제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무관심하고 시니컬해진다는 점 정도.

 

중독이 발생하는 생체적 이유

그래서, 문제는 도파민에 있다. 우리가 방학 때 정작 계획을 다 세워두고도, 막상 2주쯤 지나면 늘어지고 하루종일 유튜브나 게임을 하면서 보내는 것은 도파민과 관련된 문제이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재밌는 것을 보거나 경험하면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는 의욕과 흥미를 유발하는 호르몬이다.

 

문제는 뇌는 적은 노력으로 쉽게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을 선호하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책을 펼쳐놓고 200여쪽을 읽어낸 뒤 독후감을 쓰며 얻는 느린 충족감보다 5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여 얻는 충족감이 우선되며, 우리는 자연스레 더욱 즉각적인 도파민의 추구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활동에 끌린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도파민 추구기제는 현대에 와서는 문제가 된다.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과도하게 즉각적인 만족의 충족이 계속되면 뇌의 보상기제는 망가지며, 처음에는 잔잔한 강의영상을 보며 시작했던 유튜브 이용은 어느새 짧고 자극적인 '수입 미국밈 번역' 또는 '한편 러시아에서는...' 시리즈를 감상하는 것으로 변질되어 있다. 이는 점점 더 수위가 강한 마약, 그리고 음란물을 추구하는 경향과 큰 갈래에서는 비슷하다.

 

(* 실제로 행복의 갈망과 충족기제에는 더 많은 종류의 호르몬이 관여하나, 그 중 도파민이 가장 잘 알려져있어 이렇게 서술하였다. 논문을 읽어보지 못해 자세한 내막은 확신할 수 없다.)

 

해결법 - 강제성을 띄어야 함

해당 기제는 뇌 단위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므로 개인의 이성적 의지만으로 끊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강제성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데, 사이버매체 중독의 경우 가장 강력한 방법은 전자기기를 꺼둠으로서 보다 느린 충족이 일어나는 종이매체를 이용하게 하여 정상적 수준의 도파민 보상기제를 회복하는 것이다. 통상 2-3주 정도 실시하면 완전히 회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내 경우에도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블랙베리를 꺼서 가방에 넣어둔 채로 다녔었는데, 인생에서 가장 딴짓 덜하고 살았을 시기가 아닐까 싶다. 물론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소설을 읽거나 불경을 외우는 '다른 차원의 딴짓'을 해버리긴 했지만...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효율적인 것은 역시 '마감'으로... 정확한 시간이 명시되고 불이행 시의 불이익이 명확한 일의 경우 아무리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딴짓을 미뤄두고 완수하게 된다. 지금도 나는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다가 겨우 기고문 마감을 끝내고 오는 길이다... 다만 마감을 넘겨버리면 오히려 '어차피 기한도 지났는데 천천히 제출해버리지'라는 부작용이 있긴 하다.

 

대안적인 해결법

완전히 기기를 배제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이 되는 방법도 있다. 역시 일종의 강제성과 관련된 것으로, Romaco Timeout 이나 Screen Time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세션당 50분 이상 기기사용이 지속되지 않고 잠금처리되게 해둔 뒤, 잠깐씩 휴식시간을 가지면 뇌가 잠깐 쉬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정리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단 유튜브 시청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면 아예 유튜브 시청 자체를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배우고 싶었던 것들에 관련된 채널을 잔뜩 구독한다든지, 배우고 싶었던 언어로 비디오 만드는 사람들로 구독 피드를 채워놓으면 추천동영상에 반영이 되서 조금이라도 헛된 영상을 보게 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내 경우엔 시각적으로 화면을 쳐다보는 것 자체도 멍함을 유발하는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흑백화면을 이용해서 주의력 손실을 피하고, 화면밝기도 너무 어둡지도 밝지도 않게 조절하고, 밤에는 옐로우라이트를 켜서 조금이라도 시각자극이 덜하도록 조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업무나 과제, 친구들과의 연결 등을 이유로 전자기기를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강제적으로 기기 사용을 중단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런 무위생활을 극복하려면 정기적으로, 물리적으로 다니는 곳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코로나 시국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다음 학기엔 학교에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되길 정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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