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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여행기

하바롭스크 여행기 #9: 친구와 단둘이 러시아 횡단열차 타기 (하바롭스크 - 블라디보스토크)

by 누에고치 2021. 7. 27.

그렇게 하바롭스크에서의 마지막 날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덧 열차를 탈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바로프 동상

역 앞의 하바로프 동상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하바롭스크인데 하바로프를 안 찍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열차시간표 전광판

역 실내 디자인은 상당히 고풍스럽습니다. 여담이지만 공연장이나 주요 기차역의 양식이 대부분 비슷비슷한데, 페인트와 샹들리에 하나하나까지 같은 업체에서 납품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커튼월 공공기관 같은 느낌입니다.

 

열차 예매 시 주의점: 시간과 열차번호

모스크바 시간

저녁에 도착했는데 왜 시간이 죄다 12:33, 13:50 처럼 쓰여있냐면, 모스크바 시간(московское время)이기 때문입니다.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서, 러시아의 철도 시간은 100%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흘러갑니다. 예매할 때 저도 잘못해서 새벽차를 끊은 적이 있는데, 여러분은 조심하세요 ㅠㅠ

 

한 자릿수 열차번호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경우 열차번호가 한 자릿수인 것이 최신, 고속 객차입니다. 저희도 자는 열차이다보니 편한 열차를 골랐고,  위 시간표에서 6번에 해당하는 열차입니다. 모스크바와 하바롭스크의 시간차는 7시간이며, 따라서 저희의 실제 탑승시간은 현지시각으로  20:50이 되겠습니다.

 

열차에 탄 후: 쾌활한 우수리스크 아저씨

대한민국에 정규 편성된 침대 객차는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자기만의 로망이 있기 마련입니다. 현지 사람이랑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홍차나 다과도 가져다 먹고, 기차에서 내리고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친구를 만나는 그런 로망이겠지요.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노어과 1학년생이었고 힘겹게 뗀 러시아어를 현지인에게 최대한 활용해보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였습니다.

 

그 열차에서 마침 사교적인 러시아 아저씨를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사실 밤 열차는 자려고 타는 거라서 12시만 되어도 대부분 자는 분위기인데, 저희는 지치지도 않고 3시까지 얘기를 나눴으니까요.

 

홍차. 50루블인지 100루블인지 줬던 것 같다.

그렇다고 대단히 심오한 얘기를 나눈 건 또 아니었어요. 열차가 지나가는 구간이 딱 셀룰러가 안 터져서 구글 번역기를 못 썼거든요. 순전히 저희의 언어 수준에 맞는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기억나는 대화 내용:

  • 한국 집값은 대충 얼마 정도 하는가? - 서울의 경우 3억에서 10억 (지금은 더 올랐죠...)
  • (양갱을 선물로 드렸는데) 이건 뭘로 만든 것인가? - '콩'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한참 찾음 ('소야')
  •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 일본 중국인을 구분할 수 있는가? - 못한다
  • 직업이 무엇인가? - 대형 철물점에서 일한다
  • 러시아인은 홍차를 얼마나 마시는가? - 5잔까지도 마신다
  • 어디로 가는가? - 우수리스크
  • 가족관계는? - 자식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귀여웠음)

 

루지노(Ружино)에서 잠시 기착한다.
담배를 피러 나온 아저씨.

대화는 루지노 역에서 담배를 피고도 꽤 오래 계속되었습니다. 2-3시 정도가 되서야 다들 자러 간 것 같네요.

 

2018. 07. 01(일) - 블라디보스톡 첫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자고 일어났는데 그곳이 낯선 곳이라면, 참 기분이 묘합니다. 바로 그것이 여행의 묘미죠. 그런데 깨어난 곳이 열차라면 더더욱 신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생수 한 모금 마시면서 잠을 깨는 그 느낌... 지금도 생생하네요!

 

우수리스크 역

아침으로 블린이 나오고, 얼마 안 있어서 아저씨는 우수리스크 역에서 가족들을 만나러 내리셨습니다. 이 우수리스크는 1년 후인 2019년 다시 오게 됩니다. 2019년 여행기를 기대해주세요!

 

러시아 횡단열차 아침 블린

블린에 햄도 들어가서 짭짤하게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저씨가 각설탕도 남기고 가서 달달한 홍차와 함께 먹을 수 있었어요. 요거트와 빵, 초코과자도 같이 줘서 든든합니다.

 

블라디보스톡 도착!

블라디보스톡 역은 하바롭스크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꾸며진 건물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역 자체를 둘러보시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거에요.

 

내린 직후. 부자, 모녀가 눈에 띕니다.
다리에서 내려다본 시베리아 횡단열차 객차 모습.
역 내부 통로 구름다리

역 사진을 마지막으로 9화는 마칩니다. 10화에서 '블라디보스톡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2018 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톡 여행기 전체 목록

  1. 2020.04.04 - 하바롭스크 여행기: #1 헤맴의 연속
  2. 2021.01.17 - 하바롭스크 여행기: #2 또 시작된 헤맴
  3. 2021.01.18 - 하바롭스크 여행기: #3 갈등과 깨달음
  4. 2021.01.27 - 하바롭스크 여행기: #4 비 내리는 하바롭스크
  5. 2021.07.19 - 하바롭스크 여행기: #5 이틀차 저녁식사, 중심부 산책
  6. 2021.07.21 - 하바롭스크 여행기: #6 역사박물관과 프라오브라젠스키 성당
  7. 2021.07.23 - 하바롭스크 여행기: #7 홀로 산책하기 좋은 도시... 그리고 새벽의 파티.
  8. 2021.07.25 - 하바롭스크 여행기: #8 조지아 음식! 삼사! 하바롭스크 마지막 날.
  9. 2021.07.27 - 하바롭스크 여행기 #9: 친구와 단둘이 러시아 횡단열차 타기 (하바롭스크 - 블라디보스토크)
  10. 2021.08.01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0: 구경, 구경, 구경
  11. 2021.08.05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1: 장대비 속의 도보여행
  12. 2021.08.05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2: 시장 구경, 국립박물관, 밤 산책
  13. 2021.08.07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3: 연재 후기 (feat. 마지막 날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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