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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여행기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0: 구경, 구경, 구경

by 누에고치 2021. 8. 1.

2018. 07. 01(일) - 블라디보스톡 1일차

블라디보스톡 첫날. 횡단열차에서 내려서 숙소(Airbnb)를 등록하고, 블라디보스톡을 하루동안 잠깐 둘러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톡은 하바롭스크에 비해 분량이 훨씬 적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1일차: 숙소 도착하자마자 잠. 오후 4시에 여행 시작
  • 2일차: 비... 박물관만 다님
  • 3일차: 오전은 시장구경, 숙소에서 밥 먹고 잠깐 쉬다가, 오후 6시에야 시내 도착
  • 4일차: 공항행

이외에도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숙소를 잡은 것 등이 이유가 된 것 같습니다.

따라서 블라디보스톡 분량은 하바롭스크 편처럼 모든 일을 열거하지 않고 사진 중심, 장소 중심으로 조금씩 설명하겠습니다.

#1 숙소 가는 길

자동차 녹색 신호등도 카운트가 있으면 편할 것 같아요.

기차에서 내려서 거리까지 나오자 9시가 다 된 시각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갔는데, 숙소 바로 앞에 정거장이 없어서 조금 걸었습니다. 택시를 탈걸 그랬어요. 왜 여행 내내 몇 푼 아낀다고 버스를 탔는지. 미리 몇 시에 도착한다고 말씀을 해두긴 했지만 역에서 숙소까지 들어가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주인 아주머니가 많이 기다리신 것 같더라고요.

안개가 가득합니다.
정작 숙소 자체는 오래된 주공아파트 느낌입니다.

하바롭스크 한인민박과는 다르게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매한 현지 아파트였고, 주변에 마트 위치랑 시내로 나가기 좋은 버스 번호까지 이것저것 구글번역기까지 동원해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아무래도 블라디보스톡은 위치상 한국, 일본 사람이 많이 찾는 동네라서 상대적으로 관광객에 맞춰 숙박업을 하시는 것 같아요.

설명이랑 다 해주시고 아주머니는 가셨습니다. 어제 기차에서 새벽까지 떠드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 저희는 해가 서쪽에 걸릴 무렵까지 잠에 들었습니다. 3시 반이 되어서야 일어났네요.

#2 시내와 해안공원 산책

아르바트 거리.
우흐 띠 블린

블라디보스톡 최대 관광지인 아르바트 거리와 해안공원입니다. 모스크바 아르바트처럼 유서깊은 거리는 아니고, 2013년 이후에 형성된 '블라디보스톡 관광지 만들기' 프로젝트에 속하는 거리이다보니 대부분 먹거리 위주입니다. 하루면 다 볼 수 있구요. 지금보니 블라디보스톡 사흘을 통틀어 가장 날씨가 좋았던 지점이었네요.

친구의 제안으로 ‘우흐 띠 블린’을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짠내투어 등에 대대적으로 홍보된 직후 시점인 2019년에는 한국인밖에 없었는데, 이때 2018년은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블린도 재료에 따라 맛이 다르지만, 이곳은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맛입니다. 저는 제일 무난한 치즈+버섯+닭+토마토 조합으로 먹었습니다.

오리배에서 바라본 해안 공원
각종 식당과 음료수 판매점 등이 있습니다.
이때 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기억되는 VR 체험도 있네요.
즉석에서 딸기, 바나나랑 크림을 다져서 만들어주는 아이스크림입니다.

잠시 아르바트 거리를 둘러보다가 해안공원을 산책했습니다. 노래가 들썩들썩 울리는 전형적인 강변 유원지입니다. 정확히는 해변이지만 이상하게 모래사장 규모가 작아서 강변 느낌이 듭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에서 지을 수 있는 모든 가게를 지어놓은듯한 모습이랄까요.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 같지만 무난하게 즐기기엔 좋았어요. 들썩이는 노래가 흐르는 유원지에서 방파제에 걸터앉아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함께 시덥잖은 농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여행이 아닐까요?

각자 헤어져서 잠깐 더 산책하다가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3 귀가 후 새우라면

마트 가는 길의 안개
라면과 콩 통조림을 사와서 새우콩라면을 해먹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근처에 수산물 파는 곳이 있다고 하셔서, 저녁을 사먹지 않고 해물을 직접 해먹기로 했습니다. 수산물 시장은 거의 닫기 직전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아직 새우를 파는 곳이 있길래 반 킬로그램 사왔습니다.

근데 도착해서 생각해봤는데, 그냥 먹기엔 애매하고 할 줄 아는 요리도 없더라구요. 그럴 땐 역시 뭐다? 라면에 넣어먹기로 했어요.

마트 가는 길이 스폰지밥에 나오는 메롱시티 같이 무서웠어요. 숙소가 위치한 곳이 블라디보스톡에서도 제일 안개가 심하게 끼는 지역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음식은 뭐… 맛이 없을 수가 없겠죠?

러시아 월드컵이 진행되던 시기라서 텔레비전을 틀자 축구가 나왔습니다. 이때 무슨 경기를 봤는지 궁금했는데, 검색해보니 러시아-스페인전이였겠네요. (모스크바 기준 오후 5시, 블라디보스톡 기준 밤 12시) 승부차기 끝에 러시아가 이겼다는데, 사실 그까지 못 보고 자러 갔던 것 같습니다.

라면을 해치우고는 시장에서 사온 차와 아이스크림으로 후식까지 맛있게 끝냈어요. "이게 여행이지~"

그렇게 블라디보스톡 1일차가 저물었습니다. 별로 특별한 활동 없이 거리 구경으로 끝낸 하루였네요.

5일차 소계 (1일)

  • 7т번 버스 23
  • ?번 버스 23
  • 블린과 커피 300
  • 보트 100
  • 아이스크림 100
  • 책 385
  • 54번 버스 23
  • 장보기(새우,물,콩,아이스크림) 619

=총 1573루블 (약 3만원)

 

2018 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톡 여행기 전체 목록

  1. 2020.04.04 - 하바롭스크 여행기: #1 헤맴의 연속
  2. 2021.01.17 - 하바롭스크 여행기: #2 또 시작된 헤맴
  3. 2021.01.18 - 하바롭스크 여행기: #3 갈등과 깨달음
  4. 2021.01.27 - 하바롭스크 여행기: #4 비 내리는 하바롭스크
  5. 2021.07.19 - 하바롭스크 여행기: #5 이틀차 저녁식사, 중심부 산책
  6. 2021.07.21 - 하바롭스크 여행기: #6 역사박물관과 프라오브라젠스키 성당
  7. 2021.07.23 - 하바롭스크 여행기: #7 홀로 산책하기 좋은 도시... 그리고 새벽의 파티.
  8. 2021.07.25 - 하바롭스크 여행기: #8 조지아 음식! 삼사! 하바롭스크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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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21.08.01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0: 구경, 구경, 구경
  11. 2021.08.05 - 블라디보스톡 여행기 #11: 장대비 속의 도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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