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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 노보시비르스크/러시아 문화생활

[러시아 문화생활] #10 / 스파르타쿠스 (하차투리안)

by 누에고치 2020. 2. 28.

 

2월 23일 일기

2020/02/25 - [러시아 문화생활] #08 / 장난감 병정 (오페라발레극장)

2020/02/27 - [러시아 문화생활] #09 / 소련 박물관

2020/02/24 - [유학일기] #10 / 도도-피자

2020/02/24 - [문화생활] #10 / 스파르타쿠스 (하차투리안)

 

장난감 병정을 관람한 후에는, 소련박물관이랑 피잣집 덕분에 7시 공연까지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위의 링크를 참고하라.) 조금 여유로운 게 좋기 때문에, 6시에 맞춰서 공연장에 들어가있으려고 5시 50분이 조금 지나 출발했다.

 

 

다시 찾은 НОВАТ

 

그런데 세상에... 19시 시작인줄 알고 넉넉하게 18시에 왔는데 18시 시작인 것이었다. 이런. 불이 다 꺼져있길래 너무 빨리 왔나 싶었는데 외투보관소가 가득 다 차있는 것에서 처음 이상함을 느꼈다. 검표하는 문에 직원들이 모여있어서 직접 자리로 데려다준다길래 두번째로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 빨리 와서 이렇게 자리에만 있게 하는 건가. 계단 두개를 올라가면서 들리는 오케스트라 소리... 마침내 깨달았다. 달력에 잘못 등록한 죄로, 나는 앞 15분을 날려먹은 것이다.

 

아무쪼록, 리뷰를 시작해보자.

 

2020.02.23 (일)

스파르타쿠스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발레극장

 

니콜라이 볼코프 각본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

아람 하차투리안 작곡

1977. 3. 11 초연

 

공연정보 원문

 

비싸다고 좋은 자리가 아니다

하루종일 돌아다닌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반쯤 꾸벅꾸벅 들은 1부. 1부를 보면서 깨달은 유일한 점은 700루블짜리 좌석이라고 해서 500루블보다 딱히 좋지 않다는 것이다. 굳이 비싼 자리를 끊기보단, 최대한 빨리 끊어서 500루블 좌석 중 자신의 목적에 맞는 좌석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 것 같다. (무대를 자세히 보고 싶으면 1층 партер 가장자리, 전체적인 조망을 원하면 2층 белэтаж 또는 3-4층 первый ярус.) *스파르타쿠스는 대규모 공연이라 그런지, 모든 좌석 가격이 200루블씩 높았다. 즉, 1000루블.

 

웅장한 부드러움: 하차투리안

하차투리안의 노래로 진행된다. 하차투리안이 실제로 스파르타쿠스라는 짧은 곡을 작곡하긴 했지만, 아마 저번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섞어쓴 것처럼 하차투리안의 여러 곡을 같이 섞어쓴 것 같다. (전곡을 하차투리안이 작곡한 것이 맞다. 드아래의 유튜브 링크에서 들을 수 있다.) 다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못 찾았을 뿐... 가장 유명한 노래인 Masquerade Suite에서 들려주는 웅장함과 비슷하다. 그의 작곡은 전체적으로 "웅장하나 부드럽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https://youtu.be/C9Siq0XJvsY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스트링이나 트롬본/트럼펫보다는 부드러운 음색의 악기들, 호른과 바순, 클라리넷을 주 멜로디로 삼아서 기묘한 부드러움을 자아내는 모습이 있고, 금관이 등장하며 고조되는 최중심부에서도 날카롭게 터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산 정상에 올라 드넓게 펼쳐진 경치를 보면 마음 속에 다다르는 먹먹함처럼, 부드럽고 간접적인 웅장함이 느껴진다. 하차투리안만의 재주가 아닐까.

 

발레리노 중심의 힘찬 안무

안무에 대해 말해보자. 역시 <스파르타쿠스>답게 발레리노들이 주로 칼과 방패 등을 이용하여 안무하는 공연이었다. 신데렐라, 백조의 호수와 같은 전통적인 발레처럼 아름답진 않았고, 보다 군인스럽고 힘찬 무용을 보는 느낌이었다. 예술과 퍼포먼스의 중간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박자에 맞추어 폴짝 뛰고 칼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모습이, 아직 다양한 발레에 적응되지 못한 내 미련한 눈에는 조금 우스꽝스럽게도 보였다. 유학을 끝마칠 쯤에는 조금 더 식견이 높아질 수 있을까.

 

로마시대 군인을 다룬 작품답게, 유독 이 작품은 정렬과 균형에 신경을 쓴 군무가 많았다. 단지 군인으로 등장하는 발레리노들 뿐 아니라, 3*4로 정렬한 발레리나들이 곡선 가득한 걸음걸이로 한 발씩 내딛는 장면에서도. 여태까지 봤던 발레 가운데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정말 아름다웠다. 물리적으로는 인간의 몸이 열두 구 모였을 뿐인데, 어떻게 저런 미를 자아낼 수 있을까.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소비에트 발레

초연 날짜를 보고 찾아보니, (신빙성이 낮기로 유명한) 나무위키 문서가 검색결과에 나온다. 그렇지만 이 정보에 한해서는 꽤 들어맞는 설명이다. 문서에 따르면, 제정 러시아 시절 작곡되어 내려온, 귀족 중심의 발레가 가득했던 러시아는, 공산주의 이념에 맞는 발레를 작곡하기로 한다. 스파르타쿠스는 사회주의 이념에서 지배자에 저항한 인물로 고평가되었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부합하는 주인공상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연의 완성도는 매우 높았고, 소련 붕괴 후 버림받은 무수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예술작품 가운데 아직도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적어도 다음 공연부터는 싼 좌석을 예매해서 아낀 값으로 망원경이라도 하나 사야 할 것 같다. 극장이 원체 큰데 좌석은 2-4층이니, 무대에 있는 사람들이 점처럼 보인다. 아무리 음악을 들으러 가는 게 1차적인 목적이라지만, 무대가 너무 개미집처럼 보이니 제대로 된 감상이 아닌 느낌이다.

 

오늘 감상은 여기까지이다. 다음 주에는 드디어 친숙한 곡인 호두까끼 인형과 말러 3번을 감상하러 갈 예정이라, 조금 더 전문성있는 리뷰를 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문헌

 

2월 23일 일기

1 - [러시아 문화생활] #08 / 장난감 병정 (오페라발레극장)

2 - [러시아 문화생활] #09 / 소련 박물관

3 - [유학일기] #10 / 도도-피자

4 - [문화생활] #10 / 스파르타쿠스 (하차투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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