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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 노보시비르스크/러시아 유학일기

[러시아 유학일기] #32 / 시베리아의 노동절

by 누에고치 2020. 5. 2.

 

로동자의 나라답게 노동절이 법정공휴일이라 이번 금요일은 쉴 수 있었다. 러시아어로 로동절은 первомайский로 말그대로 '오일절'이다. 원래야 노동절이나 전승절이나 행사를 한다지만 이런 시국에 큰 행사가 열릴 리가 없겠지.

 

전승절은 지금도 꽤 큰 규모의 군사행진을 하고 있다. 푸틴이 옛 소련의 깃발을 군기로 계속 사용하는 데에는 소련의 강력한 이미지를 들고오되 그 부정적인 이미지를 민간영역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것이겠지. 전승절은 무려 멋진 전용웹사이트도 있다. https://www.may9.ru/

 

소련 시절부터 유구하게 내려오는 지역별 Киноконцерн에서는 오래된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하나씩 공개하는데, 이런 옛 영상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소련이 정말 선진국이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라면 이미 폐차됐을 차들이 굴러다니는 현대의 러시아에서 유학하는 나로선 3-40년만 내려가도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선진국이었던 것을 오직 구시대의 영상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공식 영상들에서 풍기는 어쩔 수 없는 선전의 냄새... 영화나 드라마, 뉴스 대부분이 상업적이지 않다는 면에서 미국 B급매체보다는 한결 보기 편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답답한 느낌은 역시 지울 수 없다. 엄청나게 억압된 건 아니지만, 평생 소도시 안에서만 살아야되는 형벌을 받은듯한 답답함이랄까.

 

아무튼 오늘은 푹 잘 쉬었다. 그렇지만 계속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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