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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 노보시비르스크/러시아 유학일기

슬럼프

by 누에고치 2020. 4. 23.

수업을 듣는 게 슬슬 고역이 되어간다. 우리 학과장이 그토록 지양하라고 말했던 '하루하루 넘기는 수업'이 찾아온 것 같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개강이 1월 14일이었으니 한국이었다면 지금 벌써 6월 중순으로 기말고사 직전인 시기여야 한다. 근데도 여긴 아직 한 달이 넘게 남았다니... 랭귀지 코스가 생각보다 길어서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집중력을 잃어버릴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물론 원격수업의 여파가 가장 유력한 범인이지만, 평소 행실로 봤을 때 설사 바이러스가 없었다고 해도 이정도 시기가 되었다면 쳐졌을 것 같다. 지난 2년간 학부 생활을 이처럼 멍하게 했는데도 어떻게 3.5에 수렴하는 학점이 나오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여러분, 절대 감기에 걸렸다고 세게 코를 풀지 마세요. 귀가 망가져버려서 생활의욕까지 떨어지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냥 훌쩍이면서 다녔다면 최소한 3월 중순까지 수영을 했을테고, 그렇게 쌓아둔 운동량 덕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을 텐데.

다소 어려운 수업난이도도 문제다. 사실 정작 학생들 이해도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가 내주시는 과제들도 맘잡고 준비하면 60%는 해갈 수 있는데, 100% 할 수 없는 과제라는 부담감에 아예 피하게 되고, 결국 0%로 수업에 들어가게 된다.

당장 내일도 과제를 하나도 들여다보지 않은 채 수업에 들어간다. 부담감과 죄책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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